고삐 풀린 대부업 고금리… 당국, 폭리차단 일일점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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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34.9% 제한’ 입법공백 대응 나서
금융당국-관계부처 긴급정책회의… 광역지자체에 신고센터 운영

“대부업법이 일몰(日沒)돼 최고 금리 제한이 없어졌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대부업체 사무실에 서울시 대부업체 현장점검반 4명이 들이닥치자 대부업체 직원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16.5m²(5평) 남짓한 주거용 오피스텔에는 책상 2개가 전부였다. 벽에는 대부업체 등록증과 ‘대출 금리는 월 2.9%, 연 34.9% 이내’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직원은 “우리는 법정 최고 금리를 준수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점검반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출 계약서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봤다. 점검 결과 기존 법정 최고 금리(34.9%)를 넘긴 거래는 적발되지 않았지만 대출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할 연체 이자율을 표기하지 않은 계약서가 발견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표준계약서가 아닌 다른 양식의 계약서를 쓴 사례도 눈에 띄었다. 앞으로 시정할 것을 지시한 현장점검반은 또 다른 업체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대부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서민들이 고금리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부업체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나섰다. 서울시는 관내 대부업체들에 기존 법정 최고 금리를 지켜 달라는 협조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이날 대대적인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자치부, 공정위 등 관련 부처와 ‘긴급 대부업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정부는 우선 일일점검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행자부는 시도별 점검 실적을, 금감원은 여신금융회사 및 대형 대부업체에 대한 점검 결과를 매일 집계해 매주 2회 금융위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34.9%가 넘는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등 행정지도를 위반한 사례가 발생하면 시정 권고를 내린 뒤 필요한 경우 즉각 지자체·금감원이 주도해 현장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신고센터 운영도 강화한다. 금감원이 이미 운영 중인 불법사금융신고센터(1332) 외에 광역 지자체에 별도의 신고센터를 마련해 고금리 영업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협의회에서 “대부업법의 조속한 개정 등을 위해 국회와 최대한 협조해 나갈 것”이라며 “입법 지연에 따른 비상 상황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조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행자부는 7일 중앙·지방 정책협의회를 열어 대부업 감독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협력을 다시 한 번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도 “대형 대부업체들도 일시적 실효 상태를 이용해 금리를 올리는 등의 영업은 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규제를 소급 적용해 실효 기간에 과도하게 높은 수준의 금리로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최고 금리 한도가 적용될 수 있도록 여야와 합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대응과 민간의 협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여전하다. 대부업체가 아무리 높은 금리를 받아도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만큼, 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 고금리 대출 영업이 활개를 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상황이 어려운 중소 대부업체가 문제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올해 최고금리가 인하될 것을 우려한 업체들이 지난해 말 영업을 강화해 12월 대부업계 대출액이 급증한 것으로 안다”며 “이처럼 영세 업체들은 금리 1%에도 민감한 만큼 고금리 영업의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철중 tnf@donga.com·장윤정 기자
#대부업#고금리#폭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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