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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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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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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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석]지역신문에 파업 우려 호소문 낸 김 철 울산상의 회장

    공장 안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할 컨베이어벨트는 멈춰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주인 없는 공구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멈춰선 생산라인 대신 공장 밖 도로에는 ‘2013 임단협 투쟁쟁취’ 같은 노조의 플래카드만 어지러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기지인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 사측과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갈등으로 이날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간 공장 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부분파업으로 모두 귀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아산 전주 울산 3개 공장을 포함해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2시간, 4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 집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부분파업으로 2만3000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고 손실액은 약 4900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1, 2, 3차 협력업체와, 협력업체와 관계를 맺은 중소업체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크다. 하지만 공장 내부에서 이런 상황을 걱정하는 모습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정작 안달이 난 사람은 따로 있었다. 김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67)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21일 울산 지역신문에 노조의 파업을 우려하는 호소문을 냈다. ‘현대차 노조가 세계 자동차업계 최고 수준인 임금을 받으면서도 파업 투쟁만 한다, 미국 디트로이트 시의 흥망성쇠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울산 남구 울산상공회의소 응접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마치 자신의 일인 듯 “내가 몸이 달았다”며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울산이 파산한 디트로이트 시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 “도시 슬럼화 디트로이트 시를 보라” 우선 그의 디트로이트 시 방문 이야기부터 대화를 시작했다. 그의 말이다. “파산한 디트로이트 시를 6월 중순 노사민정 대표 15명과 함께 방문했다. 한때 180만 명이 살던 도시가 지금은 70만 명 정도로 줄었고 도시 곳곳이 슬럼화됐다. 불 꺼진 건물이 부지기수고, 어떤 주택은 ‘1달러에 판다. 세금은 5년 뒤부터 낸다’는 문구까지 붙어있었다. 그런데도 사는 사람이 없었다. 건물 관리가 안돼 어떤 집은 아예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마약중독자와 부랑자들의 소굴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디트로이트 시가 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1차적으로는 자동차산업이 침체된 것이 주 원인이지만 산업 변화에 회사와 노조 모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의 경쟁력은 생각하지 않고 임금, 복지 같은 부분에서 더 얻을 생각만 했다. 퇴직자들에 대한 건강보험료를 복지비용으로 부담했다고 한다. GM 등 3대 자동차회사 노조가 다 그랬다. 회사가 잘될 때야 상관없었겠지만 산업이 침체되면서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그는 “현지에서 노조 측 대표인 전미자동차노조(UAW) 관계자들도 만났다”고 했다. “UAW 사무총장에게 ‘왜 이렇게 어려워졌느냐, 노조는 왜 그렇게 (경영진에) 무리한 요구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못하더라. 그러면서 ‘우리에게는 건강하고 생산성이 높은 일터가 필요하고, 그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 회사 살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2015년까지 임금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관련 근로자 평균 임금이 3만5000∼6만 달러 정도라고 한다. 우리 돈으로 3800만∼6600만 원 정도다. 현대차에 비해 상당히 낮은 임금(현대차 평균 연봉은 노조는 8000만 원, 회사 측은 9400만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인데도 임금보다 회사의 재기를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울산도 디트로이트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그는 내내 안타까운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드는 격이고,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기 때문이란다. ○ 인도 첸나이공장 근로자 임금 月70만원 그는 디트로이트에 이어 현대차 공장이 있는 인도 첸나이를 해외 판로 개척단을 이끌고 방문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도 공장은 연간 63만 대를 생산한다. 그곳 근로자들은 월 평균 7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했다. 국내 현대차 근로자들의 약 6분의 1수준(잔업 및 특근수당은 별도)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임금도 싸고 생산성도 높은 곳이 있다면 그쪽으로 생산을 돌리는 것이 낫지 않겠나. 더욱이 파업이 잦아 생산 차질까지 빚는다면 말이다.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올지 뻔하지 않은가. 일감이 줄면 사람을 안 뽑게 되고 결국 회사가 죽고 회사에 의지해온 지역경제가 죽는다. 그런 전철을 밟은 것이 디트로이트 아닌가. 울산에서 현대차 협력업체든 아니든 현대차의 영향을 받지 않는 회사는 별로 없다. 함께 간 노동계 인사 중에 돌아와서 울산의 노동운동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는 칼럼을 언론에 쓴 사람도 있었다.” “현대차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이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구체적인 수치는 내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그나마 지금 알려진 것도 현대차의 직접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이고 협력업체나 협력업체와 관계를 맺은 중소기업들의 피해는 알려지지도 않았다. 울산에 현대차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4만여 명이나 된다. 현대차 직원은 정규, 비정규직을 포함해 3만4000여 명이다. 가족까지 생각하면 30만 명 정도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울산 인구가 118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현대·기아차와 관계된 협력업체 종사자가 약 34만 명이다. 현대차 파업이 한 회사와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전국적인 문제가 되는 이유다.”○ 중소 협력업체들은 도산공포 그는 “현대차 노조 파업이 고임금 귀족 노조의 파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는 기자의 말에 수긍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확한 임금 액수에 대해서는 회사와 노조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임금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현대차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은 380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같은 근로자 입장에서 이들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들과의 격차에서 오는 이질감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노조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파업을 한다지만 그로인해 협력업체 등의 근로자들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면 당연히 임금이 줄지 않겠나. 파업으로 생산을 못하면 납품을 못하고, 돈을 못 받지 않은가. 큰 협력업체는 좀 낫겠지만 작은 협력업체에는 도산 위험까지 생긴다. 현대차 내부 노사 문제도 잘돼야 하지만 같은 노동자인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야기는 일명 ‘희망버스’로 넘어갔다. 그는 울산지역의 시민·사회·경제단체 등과 함께 ‘희망버스’ 반대 운동을 하기도 했다. “2007년 울산지역의 102개 단체들과 함께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행복한 울산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현대차 파업은 외부 인사들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7월 20일에는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을 빚고 죽봉, 쇠파이프가 난무했다. 이런 방식으로 해결이 되겠나. 그래서 제발 오지 말라고 반대 운동을 한거다.”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협상은 5월 말부터 시작됐으며 노조는 세부조항을 포함해 180여 개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대학 미진학 자녀에게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 지급 △만 61세로 정년 연장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노조는 대학 미진학 자녀에 대한 지원금의 경우 대학생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학자금과의 형평성을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워낙 비상식적인 일인 데다 설사 지급하더라도 추후 해당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면 회수하기도 곤란하다는 반론이 있다. 노조는 또 △사내하도급 금지, 정규직만 채용 △정당한 조합활동을 이유로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것 등도 요구해 갈등을 빚었으나 워낙 여론이 좋지 않자 지난달 30일 이를 철회했다. 한편 회사 측은 △현대차 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를 유일 교섭단체로 못 박은 단체협약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노조는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 현대차 파업에 외국 기업들은 웃는다 김 회장은 구체적으로 노조의 요구안이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에 대해 예상외로 말을 아꼈다. 자칫 희망버스처럼 개별회사 노사 문제에 상의가 개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든 협상이 잘 타결돼 현대는 물론이고 지역경제,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매일 매일의 삶이 불안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파업하는 노조를 보며 불매운동이라고 벌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하자 김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울산 안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노조가 국민정서나 회사 경쟁력 같은 것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값이 아주 싼 것도 아니고…. 진짜 국민의 마음이 떠나면 어떻게 하겠느냐. 파업이 길어져 손해가 커지고, 국민의 마음도 떠나고 그러면 누구만 좋아하겠나. 일본 독일 등 경쟁국들이겠지. 그들은 겉으로는 걱정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망하기를 바랄 것이다.” ―울산에서● 김철 회장은2012년 3월 울산시내 2000여 개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제17대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됐다. ‘행복도시 울산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울산상의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71개 상의를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종합평가에서 최우수 상의로 선정됐다.인터뷰=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 2013-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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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제언/김상국]원자력발전소 검수기관 분리하자

    최근 원자력 관련 비리 문제가 온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간단하게 원자력을 포기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2012년 기준으로 기름을 사용한 발전단가는 kWh당 253원이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단가는 210.1원이지만 원자력은 약 39.6원이다. 더욱이 원자력은 우리나라 발전량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원자력을 포기하면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금방 배 이상으로 인상돼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쉽사리 원자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고 발생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관에 검사를 맡기도록 한 제도적 측면이고, 둘째는 안전 불감증과 이것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 부족, 그리고 원자력 산업의 확장과 더불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양질 인력의 부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검수기관을 분리해야 한다. 원자로 격납용기 안에 들어가는 부품은 기계연구소와 같은 국책연구원이 담당하고, 발전과 관련된 2차 계통은 민간도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생산과 인증 그리고 사용기관 간의 인적 이동에 적절한 제한을 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증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재인식이 필요하다. 원자력 관련 부품에 대한 검증과 인증을 하나의 국가산업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국내에서 만든 밸브의 가격은 약 700만 원이지만 외국의 검증을 거치면 판매가가 3500만 원으로 인상된다. 국내에서 필요한 소량의 부품 검증은 비싸지만 외국 기관에 검증료를 내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 그리고 그 밖의 나라에 원자로를 수출하게 되면 그 물량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도 이제는 인증을 하나의 국가적 산업으로 인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김상국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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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제언/최계운]초중고 공교육에 대학 강사 활용을

    대한민국 교육에 공교육은 없고 사교육만 살아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 부모에게 가장 오싹한 ‘등골 브레이커’(가격이 비싸 등골을 휘게 만드는 제품)가 바로 사교육비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사교육비는 2007년 이후 해마다 20조 원을 넘고 영유아 교육비, 방과후 학교, 어학연수 등을 포함하면 40조 원 가까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 세계적 컨설팅업체 매킨지가 ‘제2차 한국 보고서 신성장공식’에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악의 축은 ‘가계 부채’와 ‘교육비’라고 지목했다. 나는 초중고 교육에 10만 명이 넘는 대학 시간강사를 활용하자고 제언한다. 시간강사들의 상당수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 때문에 학원 강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 시간강사들을 초중고 정규과목 특강, 방과후 수업, 대학 내 초중고 특강 등에 투입하면 학생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교육 기회를 주고, 시간강사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주범인 예체능 교육에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정부, 대학 등 정책 당국자들의 정책적·제도적 협력이 필요하다. 또 학교 선생님들을 스타 교사로 만들자. 학원의 유명 강사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선생님들을 한 학교에 묶어두지 말고 학교 이동식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방형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업 내용을 인터넷 강의로도 제작해 언제든 무료로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사교육이라는 거대하고 답답한 터널에 갇혀 있는 국민의 마음을 속 시원히 풀어 줄 수 있는 돈 안 드는 개운한 교육정책이 시급하다.최계운 인천대 교수}

    •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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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ory]신이 빚은 모래언덕-천문대 파크서 여름날 추억을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여행. 하지만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각종 풍물이 가득한 곳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저 쉬고 싶은 여행, 마치 동네 어느 변두리에 온 듯한 호젓함을 느끼고 싶다면 일본 돗토리(鳥取) 시에 가보자. 돗토리 시는 우리나라 동해와 마주한 돗토리 현에 속한 도시로 인천공항에서 돗토리 현 요나고(米子) 공항까지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돗토리 시의 대표적인 명물은 남북 2.4km, 동서 16km에 걸쳐 뻗어 있는 사구(砂丘·모래가 쌓여 형성된 언덕). 일본 3대 사구 중 하나인 장대한 모래언덕은 흡사 중동의 어느 사막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사구는 인근 주고쿠(中國) 산지의 화강암이 풍화해 강으로 흘러내려온 뒤 해안가에 쌓인 것이다. 가장 높은 언덕은 90m에 이르며 195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연간 180만여 명이 찾을 정도로 명물이다. 낙타 타기, 샌드보드,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더 등도 즐길 수 있다. 사구 인근에는 사구의 모래만으로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모래 미술관’이 있다. 현재 내년 1월까지 모래로 만든 동남아시아의 각종 궁궐과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동남아시아편’이 전시되고 있다(입장료는 어른 600엔, 초중고교생은 300엔). 캠핑과 천체 관광을 겸하고 싶다면 ‘단포리장’을 찾는 것도 좋다. 단포리장은 일종의 캠핑 관광지인데 손으로 물고기 잡기, 계곡 산책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캠핑장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식사가 일품. 잡은 물고기 구이와 함께 멧돼지 고기, 애벌레 샐러드 등 다른 일본 여행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특색 있는 요리가 푸짐하게 나온다. 애벌레 샐러드는 약간 큰 번데기를 연상하면 된다. 단포리장 바로 옆에는 천문대인 ‘돗토리 시 사지 아스트로파크’가 있다. 이곳의 특징은 일반 숙박동에도 천체망원경이 설치돼 있다는 점. 예약만 하면 밤새도록 별을 보며 흡사 대학시절 수련모임(MT)을 온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돗토리 지역은 일본에서도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 중의 하나다. 일본 하면 역시 온천과 료칸(旅館)을 빼놓을 수 없다. 돗토리 시내에 위치한 ‘간수이테이 고제니야’는 180년 전통을 자랑하며 원천수를 다시 끓이거나 다른 물을 추가하지 않고 한번 쓰고 버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가격은 1박 2식에 1만650엔부터. 돗토리 시에 간다면 한번쯤 ‘유린소’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약 90년 전에 세워진 근대 일본식 건축물이 주는 아름다움과 정갈한 식단이 일품이다. 특히 정원은 인근 산을 배경으로 봄에는 매화와 영산홍, 여름에는 백일홍, 가을에는 단풍, 겨울 설경 등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점심은 1인당 3000엔부터, 저녁은 1만1550엔부터. 돗토리 관광에서 불편한 점은 교통편. 시골지역이다 보니 관광지마다 연계 버스가 적고 지하철도 없다. 이 때문에 시에서는 ‘1000엔 택시’를 운영하고 있는데 1000엔으로 3시간 동안 어디든지 갈 수 있다. 일본 택시의 기본요금이 약 660엔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돗토리 역내 ‘국제관광객 서포트센터’에서만 표를 구입해 탈 수 있다.돗토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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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보수 최대공약수 찾아, 서로 존중하는 품격운동 펼 것”

    《 흥사단(興士團·영문명 Young Korean Academy)은 1913년 5월 13일 도산 안창호(사진)가 일제강점기 자주독립과 번영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한 단체다. 창립 당시에는 유석 조병옥(충청도 대표)을 포함해 8도 대표들과 25명의 단우로 시작됐다. 도산은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을 표방하는 건전한 엘리트를 양성해 조국 독립과 국가 발전을 이루려 했다. 흥사단이 이후 100년 동안 단체 명의의 독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 정치활동을 하지 않은 바탕에는 이러한 도산의 사상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회원들 대부분이 독립운동에 나섰으며 이런 기풍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그 명맥을 이어갔다. 1970년대 말 전국적으로 회원이 3만여 명에 달했으나 지금은 전국적으로 약 1만2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등산 독서 등을 통한 수련활동과 각 지역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운동, 통일 및 투명사회 운동, 독립유공자 후손 돕기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흥사단의 대표적인 사회교육 프로그램인 ‘금요개척자강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강좌로 195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흥사단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도산의 발자취를 찾아서’(6월), ‘나라사랑 국토 순례’(7월), 창작 오페라 ‘선구자, 도산 안창호’ 공연(5월 10∼12일) 등 다양한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 사람이든 단체든 100년을 이어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단체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일정 기간 흥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시대와 사람이 변하면서 본래의 성질을 잃고 이합집산 때문에 결국 쇠퇴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흥사단(興士團). 1913년 일제강점기 도산 안창호(1878∼1938)가 민족의 자주독립과 번영을 위해 창립한 민족운동단체. 그 흥사단이 13일로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독립운동과 광복 후 조국근대화,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흥사단 100년은 대한민국 현대사와 일치한다. 이에 동아일보는 흥사단 100주년을 맞아 흥사단 출신 사회원로들과 함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지난달 29일 가진 대담에는 김재순 전 국회의장(90·흥사단 단우·샘터 창립인), 안기영 전 서울변호사협회장(98·전 흥사단 이사장), 윤병욱 전 흥사단 미주위원부 위원장(현 전국미주한인재단 명예회장), 반재철 흥사단 이사장(64), 양영두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공동대표(흥사단창립100주년 홍보기획단장)가 참석했다. 대담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샘터사의 김 전 의장 사무실에서 진행됐다.이념 배제… 좌우익 모두 가입할 수 있어 ―흥사단 창립 배경과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무엇이었나. (김 전 의장·이하 김) “흥사단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직된 항일운동단체인 공립협회(1905년)와 비밀결사조직인 신민회(1907년)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09년 신민회 산하에 청년운동단체인 ‘청년학우회’가 설립됐는데 도산이 1913년 5월 13일 이 단체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흥사단을 창립했다. 도산은 독립운동에 헌신할 지도자를 양성하고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는데 흥사단은 바로 이런 사람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창립됐다.” ―요즘 세대들은 흥사단을 보수단체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안 전 회장·이하 안) “흥사단은 단체의 이념성, 정치성을 철저히 배제한다. 또 좌우익을 따지지 않고 누가 어떤 성향과 사상을 갖고 있는지도 관계없다. 따라서 과거에도 좌우익이 모두 가입할 수 있었다. 물론 각 개인은 자신의 성향에 따라 어떤 활동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체의 이름을 걸고 하지는 못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날개를 달고 있는 몸통이다. 우리는 이런 몸통 같은 사람들을, 그런 사람의 자질을 키우는 단체다.” 실제로 도산은 국가에 필요하다면 점진적 사회주의(페이비어니즘·Fabianism)나 노동조합주의(신디컬리즘·Syndicalism) 등도 우리에게 맞는 부분이 있다면 연구해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군부독재 시절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정치성이 있었던 것 아닌가. (윤 전 위원장·이하 윤) “백범 김구(1876∼1949)를 비롯해 상하이임시정부 시절 간부의 약 70%가 흥사단 출신이었다. 광복 직후 군정 시절 주요 간부들도 유석 조병옥(1894∼1960)처럼 흥사단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나라가 필요로 한 인재의 대부분이 흥사단 출신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인 단체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을 키워낸 결과다. 광복 직후 유석이 ‘흥사단을 정당화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며칠간의 난상토론 끝에 결국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흥사단과 동아일보의 인연이 적지 않다. (김) “도산이 서울에 올 때마다 지금 서울시청 근처의 중앙여관에 자주 머물렀다. 그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사람이 바로 동아일보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1891∼1955)였다. 두 분이 서로 맞절을 하고 나면 인촌이 도산이 앉았던 방석 밑으로 손을 넣었다 뺐다고 한다. 몰래 독립운동자금을 전달한 것이다. 한번은 당시 돈으로 1000원 정도를 줬다고 하는데 소학교 교사 월급이 35원 정도였을 때이니 큰돈이었다. 인촌은 도산이 돌아가시기 전 병원비도 도와주는 절친한 사이였다.” (윤) “도산이 1925년 1월 다섯 번에 걸쳐 동아일보에 ‘국내의 동포에게 드림’이라는 글을 게재했는데 독일 피히테의 ‘독일 국민에게 고함’과 유사한 성격의 글이었다. 동포의 자각과 헌신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 중 마지막 것은 당시 총독부에 의해 전면 삭제됐고 이 때문에 동아일보가 일정 기간 정간을 당했다.”도산의 글 실은 동아일보 정간 당하기도 그의 말이 끝나자 반 이사장이 동아일보 1922년 10월 19일자에 난 흥사단 관련 기사를 꺼내보였다. 상하이에 있는 흥사단 간부가 권총 80여 정와 탄약이 든 상자 15개를 통의부(統義府·1922년 만주에서 조직된 독립운동단체)에 전달했으며, 이들이 무장한 채 조선으로 침입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군부독재 시절 흥사단의 아카데미운동이 민주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 이사장·이하 반) “1961년 5월 16일 군사정권이 수립되면서 헌정 중단과 함께 집회·결사의 자유가 박탈되고 흥사단은 2년 2개월 동안 활동을 정지당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청소년 육성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아카데미운동’이었다. 1963년 활동이 재개되면서 서울 등 각지에 분회를 세우고 이후 20여 년간 활발한 활동을 했다. 이때 참여한 학생들이 이후 군부독재 타파, 민중의 자각, 민주화운동의 큰 물줄기가 됐다. 대표적인 사건이 1975년 10월 19일 고려대 서울대 이화여대 흥사단아카데미 소속 학생 5명이 ‘김지하 양심선언’을 게재한 유인물을 배포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된 ‘흥사단아카데미사건’이다.” ―안타깝지만 지금은 과거만큼 흥사단 활동이 활발한 것 같지 않다. (반) “가장 아픈 말이다. 정치 이념단체가 아니라 단우(단원)들이 개별적으로 활발한 사회운동을 하다 보니 정권에 의한 부침이 많았다. 자유당과 군부독재 시절에는 정권에 ‘찍혀’ 신입 단우들을 받을 수 없었다. 또 전두환 정권시절에는 ‘불온 서클’로 낙인찍혀 ‘금지단체’가 되기도 했다. 젊은 피가 수혈되고 활동을 이어나갈 기반이 사라진 것이다. 이후 시대가 변하면서 젊은층에서 민족, 사회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양 공동대표·이하 양) “민주화시대를 지나면서 시민운동이 단체별로 전문화 흐름을 보였는데 흥사단은 통일, 교육, 투명사회운동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다 보니 주목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일본의 우경화를 지켜보는 심정이 남다를 것 같다. (안·양) “아베 신조 총리 등 극우 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일본 국민들에게 일견 시원하게 보이는 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100여 년 전 자신들이 걸었던 극우의 길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한때 대동아공영권을 외치며 승승장구했지만 결론은 패망이었다.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집단은 언제나 끝이 좋지 않다.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하더라도 제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일본의 비이성적인 행태에 분개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명심하고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일본은 과거 ‘극우의 길’ 돌아봐야 ―흥사단이 국내에 머물지 말고 국제적인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윤) “옳은 지적이다. 국제적 사회단체인 라이온스클럽, 로타리클럽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이 단체들은 출범부터 민족 개념이 없고 나라와 사회, 이웃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 각국에서 단체를 만들 수 있는 평등한 권리가 보장됐고 따라서 국제적인 단체로 비약한 것이다. 물론 흥사단은 일제강점기 독립이라는 지상명제를 갖고 출범했기 때문에 상황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이 변한 지금 흥사단도 민족이라는 개념을 더 확장해 세계 시민을 키워내고 흥사단 미주지부를 중심으로 세계 속의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100주년을 맞아 앞으로의 목표는…. (양) “지금의 한국은 일제강점기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독립운동에 매진한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3개월 이상 옥고를 치르지 않은 분들은 독립유공자 선정에서 탈락된다. 꼭 생명을 잃고 감옥에 간 분들만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다. 인촌 선생처럼 독립운동자금을 대는 일도 당시로서는 목숨을 건 행동이다. 이런 분들도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는 노력을 하겠다.” (반) “우리 사회가 지금 진보 보수로 갈려 갈등이 심하다. 한 가지 정책을 놓고도 서로 보는 시각이 다르니 언제나 싸움만 난다. 좌우익을 따지지 않고 모두의 최대공약수를 찾아 단체를 구성했던 흥사단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흥사단이 특색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광복 전후 극심한 좌우익의 대립 속에서도 흥사단이 그런 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100년을 이어올 수 있었다. 흥사단의 4대 정신인 ‘무실(務實) 역행(力行) 충의(忠義) 용감(勇敢)’을 바탕으로 범사회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고 상대방의 장점을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품격 향상 운동을 할 계획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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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사진동우회 ‘인간애상’ 우수-장려상

    한국신문사진동우회(회장 박용윤)는 10일 제23회 신문사진 ‘인간애상’ 수상자에 동아일보 사진부 양회성(우수상) 박경모 안철민 기자(장려상) 등 10명을 선정했다. ‘인간애상’은 4·19민주혁명 당시 역사의 현장을 담았던 사진기자들의 모임인 ‘한국신문사진동우회’가 1991년 제정했다. 원로 사진기자들이 제정한 이 상엔 후배 사진기자들이 ‘인간애’ 구현에 관심을 갖고 노력해 주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0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다.}

    • 201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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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Safe 안산?

    북한의 도발 협박 발언이 점차 강도를 더해가면서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전쟁이 날 경우 가장 안전한 곳’에 대한 갑론을박이 화제다. 북한의 핵 공격이나 장사정포 같은 재래무기에 의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어디가 가장 안전하냐는 것이다. 인터넷상에서는 “만약 서울에 산다면 영등포구, 전국적으로는 경기 안산시가 가장 안전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유는 이 두 곳에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살기 때문. 국내 외국인 거주자(외국인 주민등록기준)는 지난해 기준 140만여 명으로 이 중 중국 국적자가 78만여 명(55.4%)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베트남(16만여 명), 미국(6만8000여 명) 등이다. 설사 북한이 핵 공격을 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외국인, 특히 중국 국적자가 많이 살고 있는 곳을 공격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추측의 배경이다. 북한이 핵이든, 장사정포든 공격을 감행한다면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장사정포 사정거리 안에 있는 수도권에는 경기 안산시(6만여 명), 서울 영등포구(5만7000여 명), 구로구(4만3000여 명), 경기 수원시(4만여 명) 등 외국인 수십만 명이 살고 있다. 여기에 포격을 가할 경우 북한은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가장 위험한 곳은 어딜까? 당연히 적 공격의 제1목표가 되는 곳 주변이 가장 위험하다. 군사령부, 군기지 등 핵심시설이 있는 곳이다. 서울의 경우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가 있는 용산이 해당된다. 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를 북한이 공격할 경우 이는 미국과의 전면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데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전쟁 시 대피 장소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많다. 우선 대부분이 알듯이 포탄 및 미사일 공격이 발생하면 큰 건물이나 지하철 역사(지상역은 아님) 같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지하철역의 경우 포격으로 입구가 무너져도 다른 역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탈출이 용이하다. 문제는 생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졌을 경우다. 생화학무기는 지상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층건물의 옥상 같은 곳이 안전하다. 문제는 포격이든, 생화학공격이든 공격당하는 쪽에서 미리 알고 대피할 수는 없다는 점. 일단 포격을 피해 지하로 대피했는데 생화학공격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가족이나 연인끼리 집결 장소를 정해놓는 것이다. 전쟁이 나면 휴대전화는 통화가 어려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안보불감증’에 대한 반박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몇몇 시민들의 생각만을 근거로 안보불감증을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북한의 위협에 호들갑 떨지 않고 차분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국민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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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대석]“스티브 잡스 같은 창조인은 ‘톨레랑스의 품’에서 태어난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그는 여전히 ‘청춘’이었다. 24세 젊은 나이 ‘우상의 파괴’로 등단한 이후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한국인’ 등 숱한 저서를 남기며 ‘시대의 지성’으로 불린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79·이화여대 학술원 명예석좌교수). 그가 최근 ‘80초 생각나누기’(전 3권)란 책을 출간했다. 삶의 철학과 지혜를 짧은 에피소드로 풀어낸 이 에세이집은 두 달여 동안 5만여 부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그가 마치 아이들 동화책 같은 책을 펴낸 이유는 뭘까. 그는 “창조경제, 창조경영 등 ‘창조’란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창조력의 빈곤과 갈증을 겪고 있다”며 “자라나는 세대에게 사고의 폭과 시각을 넓혀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주무부처 장관조차 제대로 답을 못하는 ‘창조’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또 ‘힐링(healing)’이 화두인 요즘 사회에 대해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릴까. 3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선생께서 생각하시는 창조란 무엇인가”라고 첫 질문을 꺼내자 그는 ‘창조인’이라는 개념을 앞세웠다. “창조는 전 국민을 창조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창조인’을 알아보는 교육과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지. 백락이 천리마를 알아보는 것처럼. 아인슈타인은 사교성도 없고 취직도 못했던 사람이지만 그 재능을 알아본 주변에서 도와줘 클 수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물리학회 같은 데에서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가 아인슈타인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한다고 쫓겨났겠지. 스티브 잡스도 훌륭하지만 더 훌륭한 것은 잡스의 재능을 알아본 회사 임원들이다. 우리에게는 ‘창조인’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창조인을 알아볼 안목을 가진 사람과 사회분위기가 없었던 것이다.”고통 인내하는 삶의 본질 가르쳐야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톨레랑스(관용)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딘가 이상하고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연하다. 당시 세상과 맞지 않으니까 창조적이라고 부르는 것이지, 동시대에서 다 인정한다면 그것을 창조적이라고 말할 리가 없다. 이런 사람들을 포용할 줄 아는 톨레랑스가 필요하다. 창조는 관용적인 사회가 아니면 나오지 않는다.” 최근 논란이 됐던 고위층 인사의 경우에도 관용을 적용해야 하는지 묻자 그는 ‘각오의 결정’이란 단어를 썼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를 하되 어느 정도 선에서 끊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계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기계가 있을 때 이 테스트 기계가 정확한지 알기 위해 검증을 해야 하지만 이걸 끝도 없이 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말 낙마해야 할 사람도 있겠지만 너무 높은 잣대를 적용하기보다 조금 관대한 사회가 될 필요가 있다.” ―또 신간을 내셨는데. ‘80초 생각나누기’에 담긴 뜻은 뭔가. “트위터 등 단문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위해 80초 동안에 생각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책 제목을 왜 ‘80초’라고 했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8자를 눕혀 보라. 무한대(∞)의 기호가 되지 않는가. 짧은 순간에 무한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지속 가능한 우리의 미래가 누워 있는 것(무한대라는 뜻)이다.” 여든을 바라보는 지성에게 젊은이들을 위한 조언이 궁금해졌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아픈 것 같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참는 존재다. 아픈 것을 참는 게 인생이다. 근데 요즘은 이 참는 교육이 없어졌다. 다들 아프다고만 해서 아픔을 덜어주려고 하지만 그것을 참아야 한다고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냥 참아야 한다.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참고 인내하는 가운데에서 더 낫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삶은 고통이라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근데 지금은 전부 아픔을 덜어주려는 행동만 한다. 참을성 없이 아픔을 덜어주려면 끝없이 베풀어줘야 하는데 한도 끝도 없다. 인간이란 게, 삶이란 게 본래 어떤 것인지를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아픔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기성세대도 있다. “기성세대 역시 아파하는 젊음을 겪고 노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젊음에는 아픔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픔을 참고 극복하는 고진감래(苦盡甘來) 정신이 있었다. 그 힘이 있었기에 그래도 이만큼의 풍요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고통을 견디는 교육이다. ‘힐링’이란 말이 유행하는데 한 사회의 창조력은 행복과 유토피아에 대한 꿈이 아니라, 모진 고통과 그것을 참고 견디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흔한 말이지만 ‘진주는 병든 조개의 아픔 속에서 태어난다’ 하지 않던가.” ―인내 외에도 어떤 교육이 더 필요한가. “사람을 만드는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도덕은 본래 인간에게 잠재된 것을 꺼내는 것이다. 선천적인 것을 꺼내줘야 하는데 우리 교육은 잠재적인 내면은 놔두고 지식적인 가치만을 애들에게 주입한다. 그래서 세상이 안 바뀐다.”진짜 복지는 돈 아닌 ‘측은지심’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예를 들어 지금 복지가 화두다. 그런데 복지를 경제학으로, 자본주의 사회주의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나. 안 된다. 이웃에 대해, 사람에 대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있는 사회만이 진정한 의미의 복지사회를 이룰 수 있다. 이웃이 밥을 못 먹으면 밥이 안 넘어가는 마음이 있어야 진짜 복지가 이뤄진다. 그렇지 않으면 세금으로 남의 돈 걷어 나눠주는 것밖에는 안 된다. 기부나 자선이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측은지심에서 나오는 사회, 그것이 진짜 복지사회고 교육이 할 일이다. 오죽하면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사랑 경제학’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책장에 비치된 해외 석학들의 관련 서적을 일일이 보여주며 ‘사랑 경제학’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 동네에서 홍수가 나도 극복이 되는 데가 있고 아닌 데가 있다. 그 바탕에 애정이 있느냐 없느냐 차이다. 경제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생명체라면 모두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마음이다. 서로간의 애정이 없으면 경제학이 존재할 수 없다. 케인스는 ‘경제는 법칙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통계 경제학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인간의 심리가 경제의 기본이 된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동안 시스템, 과학적인 것만 강조하다 보니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이 전멸했다.” 그의 조언이 젊은이들에게 향했다. “우리가 왜 돈을 벌고 취직을 하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먹고살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근데 좋은 집, 차, 출세 같은 것은 다 수단이다. 목적이 아닌데 목적이 되어 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미치도록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가 탈고한 뒤 타이프를 바다에 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기 마음의 100%를 다한 글을 썼다면서 말이다. 그런 순간을 한 번이라도 느낀 사람과 아닌 사람은 다르다. 이상주의가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이 물고기를 잡았을 때처럼 파닥 파닥거리는 그런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돈이 많고 출세를 해도 생의 주변에서 산 사람과 중심에 들어간 사람은 다른 것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아픔을 견디고 그 위에서 열정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기술은 엄청나게 발전했는데 정작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고 갈등과 분란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에코 체임버(echo chamber·에코 효과를 만들어 내는 방) 효과라는 것이 있다. 공명실이나 목욕탕에서 노래를 부르면 훨씬 크고 잘 부르는 것 같잖은가. 같은 사람끼리만 모여 인터넷, 트위터 등을 하면 이것이 증폭돼서 진리, 진실인 것처럼 느껴지고 남의 소리가 안 들린다. 지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것이 대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주로 모이지 않는가. 다른 생각이 낄 틈이 없거나, 끼면 엄청난 공격을 받는다. 기술의 발달로 폐쇄된 공간에서 남의 말을 안 듣는 자기들만의 집단이 자꾸 생기고 커지니 갈등과 분란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기술과 접촉은 많아졌지만 오히려 ‘끼리끼리’문화가 팽배해 있다. “‘우리’란 말이 재미있는 게 말하는 사람들만의 ‘우리’가 있고, 듣는 사람까지 포함한 ‘우리’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남인가’ 할 때는 남을 배제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죄인입니다’ 하고 쓸 때는 모두를 포함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갈등이 많은 것도 남을 배제한 ‘우리끼리’만 넘치기 때문이다. 기호가 맞는 사람들만 모이는 인터넷에서 나와 자신과 다른 생각이 넘치는 거리로 나올 필요가 있다. 길에서는 듣기 싫은 소리가 들려도 어떻게 할 수 없잖아? 그런 소리가 있다는 것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디지털 시대에 일종의 아날로그적 사고와 행동이 결합돼야 한다고나 할까.” 인터뷰가 시작된 지 2시간이 넘었는데도 그는 물 한잔 마시지 않고 열변을 토해냈다. 입가에 침조차 고이지 않았다. ―우리 사회 지도층은 자기 자신에게만 관대한 것 같다. “생각이든 행동방식이든 남과 공유할 수 없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결국 망한다. 과거 비디오테이프 시장에서 소니의 베타맥스는 여러 기술적 강점이 많았지만 호환성이 강한 VHS에 밀려 망했다. 개인도, 정당도 마찬가지다. 서로 의견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없다면 실패는 뻔한 것이다. 자기에게만 관대하다는 것은 여론이나 남의 말을 안 듣는다는 것과 같다. 남과 호환이 안 되니 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국사회, ‘우리끼리’만 넘쳐 불통 ―평소 문화, 인문학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민주화든 산업화든, 경제·정치적 성공이든 문화가 바탕이 되고 충족되지 못하면 서로 상충돼 충돌요소가 될 수 있다. 문화는 모든 것을 수용해 아우르는 용광로이자 이를 통해 인간의 공감을 부르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군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마찰을 빚지만 이것은 머리띠를 두른다고, 또 외교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일제의 만행을 그린 작품이 있다면 다르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 ‘쉰들러 리스트’처럼 말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나치 만행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알지 않나. 이런 작품 하나로 더이상의 왈가왈부가 필요 없지 않은가. 일본이 아직도 딴소리를 하는 데는 중국이나 우리가 이런 작품을 못 만들어냈기 때문도 있는 것 같다.” 세 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이라고 물었더니 이번에는 ‘돼지계산법’이란 용어가 튀어나왔다. “돼지 형제 10마리가 강을 건넌 뒤 세어 보니 계속 9마리뿐인 거야. 그래서 한 마리가 죽은 줄 알고 우는데 행인이 세어 보니 10마리가 맞았지. 모두 자기를 빼고 센 것이다. 우리가 지금 그렇다. 누구를 욕하거나 비난하는데 항상 자기는 빼고 이야기한다. 행복도 ‘돼지계산법’만 안 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자기는 빼고 남의 눈에 든 들보만 보니 못마땅하고 싸움이 나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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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감방의 적정 크기는?

    최근 페이스북과 인터넷 등 SNS에서 ‘적정한 감방의 크기’가 화제가 됐다. 비정규직 해고 항의 집회에 참석했다가 업무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된 강모 씨가 그가 수감됐던 서울구치소의 과밀 수용이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구치소 내 과밀 수용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씨는 약식기소로 7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됐지만 벌금 납부를 거부해 지난해 12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17일간 수감됐다. 구치소, 교도소 내의 정확한 시설 면적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관련 연구자들이 출소한 복역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와 시설 정원과 실제 수용 인원의 대비를 통해 대략의 추정만 할 뿐이다. 강 씨는 자신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내 감방이 1인당 1.24m²(약 0.37평)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8.96m²라고 된 수용실에 6명이 수감됐는데, 직접 재 보니 실제로는 7.419m²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는 “방의 1인당 면적이 1.24m²로 평균 체형의 성인 남성이 팔을 펴거나 발을 뻗기 어려울 만큼 매우 비좁았다”고 주장했다. 온전히 누워 자기가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또 구치소 측은 6인 수용실 면적을 8.96m²로 표기했지만 이는 화장실 크기를 포함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감안해도 1인당 1.49m²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자도 없는 상황에서 강 씨는 어떻게 내부 면적을 측정했을까. 그는 제공되는 편지지로 길이를 잰 뒤 출소 후 이를 환산해 면적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지만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법무부 ‘법무시설기준규칙’에는 교도소나 구치소는 1인당 최소 면적을 2.58m²(약 0.78평)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경우 1인당 7m²를 최소 면적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국내 교도소나 구치소 내 수용실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2003년 구치소 미결수용자 30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관과 수용실마다 편차는 있지만 4∼4.8평이라고 답한 사람(104명 34.6%)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2∼2.9평(83명 27.5%), 3∼3.9평(37명 12.2%), 5∼5.5평(32명 10.7%) 등이었다. 물론 이는 방 전체의 크기로 1인당 크기는 수용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 201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부산구치소가 정원 1480명에 2214명(149.6%)으로 수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성동구치소가 정원 1270명에 1827명(143.9%), 대전교도소가 정원 2060명에 2947명(143.1%)으로 뒤를 이었다. 인권은 천부의 권리지만 일부 누리꾼은 “벌 받으러 간 것이지 여행 간 것이 아니지 않으냐”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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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사범대 청관대상 김영완-엄환섭-유성규씨

    서울대 사범대 동창회(회장 변주선)는 제5회 청관대상(淸冠大賞) 수상자로 김영완 양재고 교사(사도상), 엄환섭 광운대 교수(학술상), 유성규 세계 전통시인협회 회장(공로상)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13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을지로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다.}

    •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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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톡톡]‘식물 정부’

    《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한 번도 못할 정도로 국정운영이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100일 중 천금같은 10일이 날아갔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여기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사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새 정부의 장관 인선을 보면서 “깨끗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그렇게 없느냐”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성직자를 뽑는 것도 아닌데 검증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주 ‘톡톡’에서는 최근 ‘식물 정부’에 대한 민심을 들어보았습니다. 오혜진(연세대 식품영양학과 4년), 권소영 동아일보 인턴기자(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라 현실 옹호론과 비판론을 균형 있게 다루기로 했습니다. 다들 의견은 다를지라도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하루빨리 안정된 국정운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모아졌습니다. 》▼ 여야에 대해 ▼■ 야당이 문제다○정권 초인데 국정 운영이 제대로 안 돼 안타깝다. 대통령 담화를 보고 불통, 독선이라고 비판하는데 나는 국가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저 정도는 되어야지 하고 이해하게 됐다. 담화를 보고 국정 운영 의지에 대한 단호함을 느끼면서 대통령에게 신뢰가 갔다.(33·여·변호사)○최근 ‘식물 정국’의 책임은 여당에 있다기보다 야당에 더 있다고 본다. 야당이라면 일단 정부가 출범하게 도와 주고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나왔을 때 비판하는 게 더 현명한 처신이라 생각한다.(45·자영업)○오죽하면 취임 직후에 대통령이 노기(怒氣) 서린 담화문까지 발표했을까. 그런 모습에 대해 비판도, 비난도 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대통령이 취임 초에 일은 할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야당으로서는 매사 공격하고 싶겠지만, 결국 국정이 마비되면 피해 보는 것은 국민 아닌가.(58·주부)○대통령이 여기저기 눈치보고 휘둘리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꼿꼿이 밀고 나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인사 문제도 말이 많은데 역대 정부도 다 그래 왔다. 대통령이나 장관 후보자 개인 잘못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모두 그런 시대를 살아왔던 면이 더 크다고 본다. 지도자가 이번처럼 강단이 있는 모습도 보일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단지 너무 완고하게 비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46·회사원)■ 여당이 문제다○대통령 담화를 보고 좀 무서웠다. 대통령이 너무 화가 난 듯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랏일을 걱정하는 모습은 공감하고 메시지도 맞는데 전달하는 방법이 옳지 못했던 것 같다. 여야가 협상하고 있는데 담화문으로 밝힐 것이 아니라 입법부 파트너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합의의 시간을 주는 것이 맞다. 대통령 혼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48·공무원)○대통령 담화는 국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을 호통 치기 위한 것 같았다. 남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강압적으로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이 실린 톤이나 손가락으로 뭔가를 지시하는 모습도 그랬다. 메시지는 남지 않고, 대통령에 대한 무서움만 남았다.(42·여·공무원)○담화에서 보여 준 태도와 언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식의 극단적인 용어는 전시(戰時) 용어 아닌가. 정치 파트너인 야당을 몰아세우기보다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어야 하는데 대통령의 정치력이 부족한 것 같다.(50·주부)○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대통령이 생각하는 내용이 국민에게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의지를 갖는 것은 좋지만 욕심대로 다할 수는 없지 않은가. 5년마다 정부 조직이 바뀐다. 하지만 막상 5년은 뭘 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기도 하다. 기존 조직들 역시 과거 정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좀 더 열린 시각으로 야당 의견을 들어줄 필요가 있다.(48·공무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대해 ▼ ■ 아쉽다○능력이 있고 애국심이 있는 사람을 이렇게 내칠 수는 없다. 그런 사람 데려오기가 어디 쉬운가. 좋은 사람은 외국에서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데려와야 한다. 지금 방식이라면 절대 좋은 사람 쓸 수 없다.(52·주부)○“아내가 울고 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미국 사람들은 가정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미국 문화에 익숙한 아내 처지에서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지 짐작이 간다. 김 전 후보자 처지도 이해된다.(45·교수) ■ 실망이다○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이어서 그런지 ‘결정이 참 빠르구나’란 느낌이 먼저 들었다. 아직 본격적인 검증이랄 것도, 나온 것도 없는데 포기해 버리는 모습을 보고 ‘헌신’에 대해 말했던 초심도 의심이 들었다. 그 정도 사람이라면 장관을 했다 해도 버티기 어려웠을 것 같다.(42·여·공무원)○김 전 후보자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근무 경력은 예민한 사안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새 정부가 가장 야심 차게 추진하는 부서인데 그런 사람이 정보통신분야 국가기밀, 고급 정보를 다루는 부처의 수장으로 일한다면 좀 불안하지 않았을까.(50·여·변호사)▼ 고위 공직자 검증 및 인사청문회 ▼ ■ 현실론을 인정하자○지금 인사 검증은 능력 검증은 거의 없고 성직자 수준의 도덕성 검증에만 매몰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정부의 장관들은 지난 MB정부 때보다는 도덕적 결함이 덜한 인물들인 것 같은데 너무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35·여·회사원)○부동산 문제만 해도 그렇다. 과거에는 땅이 비싸지 않았던 시절이라 사 놓고 값 오르면 파는 것이 비일비재했다. 그걸 도덕적 기준이 다른 지금 시대의 잣대로 투기했다고 몰아붙여 낙마시키면 안 될 것 같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능력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조금 덮고 지나가도 되지 않을까.(70·무직) ○능력도 있으면서 흠 없는 사람을 찾기가 쉬운가. 그저 국민 관점에서 좀 모범이 되는 사람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정도지…. 국민도 조금 이해하는 생각으로 나중에 이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32·마케팅디렉터)○후보를 검증하는 건지, 후보 부인을 검증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금 50대 이상인 남자들은 아내에게 집안 살림 모든 걸 맡겼다. 주소 이전이나 집 사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의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지금 같은 ‘신상 털기’ 식의 인사 청문회를 보고 어떤 사람이 장관 해보겠다고 나서겠나.(59·자영업) ○인사 검증으로 쏟아져 나온 것들을 보면 너무 추측성인 것도 있어 보인다. 군대 문제도 정확한 사실이 나오지 않았는데 마치 불법으로 안 간 것처럼 매도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28·회사원) ○여러 가지 안배가 되면 좋겠지만 학교, 지역, 성별, 출신 등을 어떻게 다 안배할 수 있을까. 그건 능력에 따른 인사가 아니다. 성균관대 출신 많이 쓰는 게 문제라면 서울대 출신이 몇십 년간 등용된 것은 문제 아닌가.(54·회사원)○관료 출신을 많이 등용한 것에 대해 안정적 국정 운영이 되리라는 믿음이 간다. 더구나 과거 정권들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을 많이 등용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그런 것보다 능력 위주로 사람을 뽑았다는 느낌이 든다.(46·회사원)■ 도덕성이야말로 최고의 잣대다○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하는데 왜 후보를 먼지 나는 사람만 세우나. 깨끗한 사람 좀 세우면 안 되나. 국민은 비리 있는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과거를 확실히 응징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지금도, 앞으로도 해 먹은 사람들이 또 해 먹을 거다.(50·컨설턴트)○이명박 정부와 비교해 별로 나아 보이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성인군자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층이 그래도 일반 국민보다는 뭔가 나아 보여야 존경하고 따르지 않을까.(35·자영업) ○일부에서는 인사청문회가 너무 도덕성 검증에 치우쳐 있다고 하는데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누가 믿고 따르겠나. 국민이 따르지 않는 지도자가 어떻게 일을 잘할 수 있을까.(21·여·대학생)○인사청문회나 고위 공직자 검증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가 법치(法治)국가가 아니라 범치(犯治)국가인 것 같다. 화장 안 한 ‘생얼’ 보고 기겁하는 느낌이랄까. 병역 비리,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은 필수이고 옵션으로 논문 표절이 있다.(22·대학생)○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 답답하다. 진지한 고민과 답이 보이지 않는다. 건성으로 대답하고 시간만 때우는 것 같다. 성의도 없고. 야당은 검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권에 치명타를 주려는 목적이 더 강한 것 같고 여당은 빨리 통과시키기 위한 옹호가 대부분이다. 검증위원, 후보 모두 이 모양이니 제대로 된 청문회가 나올 수 있나.(30·여·직장인)○이번 인선을 보니 인재 풀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 지난 정부 때보다도 훨씬 스펙트럼이 좁아 보인다. 보수 중에서도 자기편만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아닐까. 안보를 강조하면서 군 출신 인사를 대거 등용한 부분도 걱정된다. 유연성이 생명인 현대사회의 특성상 군 출신의 경직된 사고가 잘 조화될 수 있을까.(55·여·교수)○비리가 있다 해도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는 1, 2개 정도이다. 3개 이상 나오면 정말 신뢰가 가지 않는다. 병역 회피(자식 포함), 논문 표절, 전관예우 이런 게 다 겹치는 사람을 어떻게 믿고 따르겠나.(45·회사원)정리=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 2013-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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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기자 칼럼/조성하]도박산업은 도박이 아니다

    10여 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주립대에서 ‘카지노 통제규제이론’을 공부할 당시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 “Spare coins(스페어 코인스)?”라고 말을 건넸다. ‘남는 동전 있느냐’는 이 말은 ‘한 푼 보태 달라’는 구걸의 관용구다. 그래서 동전 두 닢을 주고는 버스에 올랐다. 그런데 다음 날 섬뜩한 이야기를 들었다. 경찰의 ‘함정수사’일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당시 라스베이거스에선 한적한 버스정류장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다는데 ‘스페어 코인스’가 암호였다. 그래서 경찰도 여성 경관을 위장시켜 단속을 벌였다. 즉 성매수자가 위장 경관을 따라 모텔 객실에 들어가면 현장범으로 체포하는 것이다. 이건 함정수사다. 그리고 불법이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에선 그렇지 않았다. 이유가 기막혔다. 공창(公娼)이 있어서다. 매매춘은 ‘공공불법방해(Public Nuisance)’다. 그런데 미 연방 50개 주 중 네바다만은 예외다. 주 대법원이 1977년 유서 깊은 매음굴 ‘치킨랜치’(현재도 성업 중)가 제기한 소송에서 매춘 허가를 카운티(지자체) 재량에 맡긴 이후다. 그런데 판결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판사는 ‘권리’와 더불어 ‘의무’도 부과했다. 성매매 수입에 대한 세금 납부다. 네바다의 이런 발상, 그건 ‘미 연방 최초 도박 허용’(1931년)이란 전환적 정책의 연장선상이다. 도박과 매매춘은 똑같이 ‘사회적 해악’이다. 그런데 네바다 주 판사만 몰라 이렇게 판결했을까. 아니다. 그건 ‘면허(License)’라는 통제·규제수단을 통해 해악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그 배경은 ‘특권화 사업(Privileged business)’인데 무기가 그 예다. 무기란 범죄에 악용될 위험한 도구지만 생명을 보호해줄 자구수단-필요악(必要惡)-이다. 그러니 아무나 만들고 팔게 할 수는 없을 터. 그게 면허다. 역기능(해악)의 최소화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다. 카지노 등 도박도 같다. 1929년 대공황이 닥치자 사막 땅 네바다 주는 재정이 고갈됐다. 더이상 공공정책을 수행할 수 없게 됐고 주정부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런 네바다를 구한 게 도박 합법화다. 뉴딜(공공투융자)정책으로 풀린 돈-라스베이거스 인근의 후버댐 건설 공사자금-이 흘러들도록 한 물길이었다. 이를 통해 도박산업이 부족한 재정 확충에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음도 보여주었다. 도박 합법화가 제1차 오일쇼크(1973년) 이후 재정 확충에 어려움을 겪던 연방 48개 주로 차차 확산된 배경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간과해선 안 될 게 있다. 네바다 주가 개발한 도박산업에 대한 통제·규제원칙과 수단이다. 도박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밀한 관리기법이자 도박을 재정 확충의 효과적 수단으로 환골탈태시킨 도구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교육과 복지 같은 공리민복(公利民福), 주민의 행복한 삶이다. 요즘 불법도박장 개설에 중형이 부당하다며 집행유예를 내린 판결로 소란스럽다. 그 판결의 요지는 ‘도박장을 연 행위가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측면이 있지만 이미 거악(巨惡)을 범하고 있는 국가의 손으로 피고인을 중죄로 단죄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판결 자체보다는 이런 결론에 이른 과정에 더 관심을 둔다. 도박의 역기능만 보고 허가받은 도박산업-복권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스포츠토토 등-마저 ‘악행’시하는 태도다. 이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반세기 동안 도박산업을 운영해오며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기여한 바조차도 이해시키지 못해서다. 강원랜드가 없었다면 폐광지역 경제는 어떻게 됐을까. 1960년대 제1차 경제개발계획 당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허가하지 않았다면 부족한 외화는 어떻게 수급했을까. 이젠 국민복지를 위해 도박산업 선진화를 생각할 때다. 편견은 곧 그르침이다. 그런 만큼 도박산업에 대한 사시(斜視)적 시각은 바로잡아야 한다. 지금이 마른 수건 짜듯 국민이 호주머니를 털어 세금을 더 내야 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시기라 더더욱 그렇다. 도박산업에 내제된 재정 확충 능력은 이미 입증됐다. 싱가포르 같은 선진국에선 이미 그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걸 계속 무시한다면…. 그건 직무유기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절대 도박이 아니다.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 20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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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잊혀질 권리

    얼마 전 인터넷 등 SNS상에 한 대학생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옛 여자친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퍼져 지금 여자친구와 헤어질 위기라는 것.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올린 사진이 몇 년이 지나 ‘바람’의 증거로 부메랑이 된 것이다. 이 대학생은 “아는 사람들의 블로그 등에는 삭제를 요청했지만 어디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알지도 못해 속수무책”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지만 과거 무심결에 한 행동이나 사진, 자료 등으로 시간이 지난 뒤 곤경을 겪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친구들이 퍼간 내 사진이 누군가의 손을 거쳐 친구 찾기, 애인 만들기 등의 사이트에 도용되는 일도 흔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일명 ‘복수의 포르노’ 사이트가 화제가 됐다. 애인과 헤어진 남성들이 앙갚음으로 애인의 은밀한 사진을 올리고 댓글로 평점까지 매기는 사이트다. 피해자들은 “사이트에 사진이 올려진 후 삶이 지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런 폐해 때문일까. 최근 국회에서 인터넷에 무분별하게 노출된 개인 정보나 저작물을 자신이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다. 인터넷에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온라인서비스 업체에 자신의 저작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이를 요청받은 업체는 확인 절차를 거쳐 즉시 삭제를 이행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저작권법은 글을 올린 사람이 저작물의 복제·전송 중단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정보통신망법은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이 있는 경우’에 한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SNS나 트위터, 인터넷 등에는 유럽연합(EU)의 예를 들며 찬반양론이 뜨겁다. 유럽연합은 2012년 1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인터넷에서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잊혀질 권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찬성 측은 이 조치가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잊혀질 권리가 인정될 경우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인터넷 업체들이 삭제 여부를 놓고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커 반대하는 분위기다.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측도 있다. 광범위한 인터넷 전체에서 개인의 일부 정보만 지우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그렇게까지 해석하기 어렵겠지만 유럽 일각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인터넷 기업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한 음모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인터넷 이용자가 자신의 게시물이나 콘텐츠의 파기 또는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 개인정보의 자기 통제권을 강화할 수 있다.}

    • 201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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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산재단 장학금 50억 전달

    아산사회복지재단(이사장 정몽준·뒷줄 가운데)은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2013년도 아산 장학생 1724명에게 모두 50억 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생은 고등학생 835명, 대학생 659명, 군인 경찰 소방 해양경찰 자녀 230명 등이다. 아산재단은 1977년 재단 설립과 함께 학생 2만2000여 명에게 총 350억 원의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201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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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아버지의 오토바이

    늘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내 아이. 인터넷과 페이스북 등에 많이 올라오는 고민들 중 하나가 ‘우리 아이 언제 철들까요’가 아닐까요. 최근 SNS와 인터넷에서는 부모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철든 자녀의 글이 올라와 널리 회자됐습니다. 지난해 수능시험을 본 한 수험생이 시험 당일 본 아버지의 모습을 담담하게 풀어 쓴 내용입니다.집 분위기가 딱히 좋은 편은 아니었지. 부모님은 맞벌이라 밤늦게 돌아오셨고 나도 언제나 학원이나 독서실 다녀와서 부모님 주무시는 것만 보고 잤어. 수능날 버스 정류장에 갔는데 어찌 됐는지 지각하게 생긴 거야. 다급하게 아버지한테 전화했지. “정류장인데 지각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울먹거리자 아버지가 딱 전화를 끊더라. 아무리 관심 없고 무뚝뚝해도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지각으로 수능 못 본다는 절망감보다 오히려 ‘아버지가 이럴 줄 몰랐다’는 생각만 계속 맴돌았어. 근데 한 5분 지나 멀리서 오토바이 하나가 오더라. 아버지가 배달일도 하셔서 오토바이가 있어. 그거 타고 오신 거야. 아버지가 다급하게 빨리 타래. 신갈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봤는데 5분 전에 도착했어.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보면서 비웃더라. 정말 배달집 오토바이 그 자체였거든. 화가 났지. 근데 아버지는 신경도 안 쓰더라. 난 내리자마자 고맙다는 인사도 할 겨를이 없이 “다녀올게요” 하고 그냥 갔어. 시험 보는 내내 아버지 생각은 나지도 않았어. 시험에만 집중했지.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나가는데 교문 앞에서 아버지가 나를 부르더라. “가자”고 하시는데 난 싫었지. 친구들과 같이 가고 싶었거든…. 내가 미쳤던 건지….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어…. 배달 오토바이를 옆에 두고 친구들 앞에서 가자고 하는 아버지가 쪽팔렸거든. 그 생각뿐이었어. 친구들이 눈에서 멀어질 때쯤 아버지가 친구들과 함께 가라고 했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집에서 봐요”라는 말만 하고 냅다 뛰었지. 그날 밤 새벽까지 컴퓨터를 하는데 밖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어. 컴퓨터를 꺼버리고 자는 척했지. 다음 날 일어나니까 아버지는 일 나가시고 밥 먹는데 어머니가 하신 말이 기억나. 아버지가 어제 내 전화를 받고 급해서 운동화도 아닌 슬리퍼 신고 가셨다고…. 그 추운 날씨에…. 난 그런 것도 못 봤지. 아버지가 날 데려다주시고 한번 안고 싶으셨대. 근데 그럴 틈도 없이 아들 녀석은 빨리 가더라며…. 혹시 시험 보다 갑자기 아파 쓰러져 병원에 가야 하면 어쩌나 싶어서 시험 끝날 때까지 기다리셨대. 내가 애들하고 웃으며 나오는 걸 보고 그제야 안심하셨고, 친구들하고 같이 가는 내가 안 보일 때까지 계속 뒤에서 보고 계셨대. 그날 밤 집에 오셔서 어머니한테 그러셨다는 거야. 내 아들 잘 큰 것 같다고…. 친구들과 함께 가는데 내가 가장 키가 컸는데 제일 멋져 보였다고….아이들은 우리가 모르는 새 쑥쑥 크고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그 옛날 내가 그랬듯이….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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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이진구]맹모(孟母)의 위장전입

    상상을 해보자. 맹자(孟子)의 어머니가 지금 살아 있다면 과연 아들을 위해 위장전입을 할까. 나는 맹모가 법 위반 여부로 망설이겠지만 아마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고, 그를 위해선 무리한 부담과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게 부모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새 정부 각료들의 인사청문회가 시작된다. 필경 누군가는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문제로 논란이 될 것이다. 그런 이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국민에게 ‘법 준수’를 요구하는 공직자라면 설령 제도가 불합리하더라도 솔선수범해 따르는 게 옳다. 다만 교육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이젠 ‘위법행위’만 따질 게 아니라 ‘왜 위법이 발생했는지’를 살펴 위장전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굳이 맹모가 아니더라도 교육환경이 자식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한국에선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데 있어 유별난 의미를 지닌다. 이 나라 부모들이 자식이 좋은 대학만 갈 수 있다면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걸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어느 날 정부가 ‘고교 평준화(1974년)’란 이름으로 “이제부터는 사는 동네 학교만 가야 한다”고 정한 데서 비롯됐다. 명분은 좋았다. ‘비평준화로 인한 중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부담, 명문고교로 집중되는 입시경쟁의 과열을 막기 위해서.’ 하지만 실제론 학교 간 서열 차는 그대로였다. 말이 ‘평준화’지 입학방식을 제외한 나머지는 평준화가 불가능했다. 개별 학생의 능력과 교사의 질까지 평준화시킬 묘책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교별로 명문대 입학생 수의 차이가 났고, 이는 ‘특정 동네 고교에 가야 명문대를 갈 수 있다’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강남 8학군이 생겨난 배경이다. 이렇게 되자 ‘좋은 학교 근처’에 살지 않는 학생이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부모가 잘살아서 아예 이사를 가든지, 아니면 위장전입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다. 방법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법도 간단했다. 아는 사람만 한 명 있으면 전입신고로 해결됐으니까. 적발되면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했지만 걸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단속도 그리 엄하지 않았고 설사 해도 집주인이 “살고 있다”고 한마디만 하면 더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대부분 친척, 형제, 친구 사이인 집주인이 사실대로 말할 리도 없었다. 그래도 ‘법을 지켜야 한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자녀 교육으로 인한 위장전입은 ‘학군제’의 전제인 ‘평준화’가 실패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도 평준화를 옹호하는 주장이 적지 않지만 시도마다 학군 영향을 안 받거나 덜 받는 외국어고, 과학고가 생겼고, 없는 곳에선 이런 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중요한 선거 공약이라는 점을 보면 평준화 제도의 실패는 명백하다. 아무리 밤새워 공부해도 주소 때문에 좋은 학교에 갈 수 없다면 눈 딱 감고 법을 어기는 일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 일이 내 아이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면. 물론 위장전입도 부모가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긴 하다. 서민이라면 그마저 못할 테니…. 국가 제도는 사람의 인성을 시험하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 자녀 교육 때문에 벌어진 위장전입을 문제 삼으려 한다면, 그에 앞서 왜 국가가 평준하지 않은 학교를 평준하다고 했는지 짚는 것이 먼저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 장차 고위 공직자로서의 꿈을 접어야 할지도 모를 위장전입을 선택한 이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그놈의 대학이 뭔지….이진구 오피니언팀 차장 sys1201@donga.com}

    • 201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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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사랑은…

    곧 밸런타인데이가 옵니다. 초콜릿, 사탕 또는 다른 선물로 사랑을 표시하겠죠. 너무 오래 만나 이제는 ‘의무방어전’식으로 선물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젊고 좋을 적에 느꼈던 가슴 떨림일까요, 아니면 신산을 다 겪은 뒤 오는 잔잔함일까요. 이제는 볼 때마다 짜증이 나지만 그래도 없으면 허전한 것일까요. 오래된 이야기가 다시 누리꾼 사이에서 퍼지는 것은 사람은 변해도 사랑의 속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전화 상담원인 아내와 군인인 남편이 있었습니다. 바쁘지만 행복하던 어느 날 아내가 눈이 피곤하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안 가도 돼?” “좀 피곤해서 그런 것 같아. 괜찮아지겠지.” 두 달이 지난 후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각막염이 두 눈에 다 퍼져 수술을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일주일 후 아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반찬도 만들어주고, 책도 읽어 주면서 모처럼 그동안 못 했던 남편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며칠 후 아내는 붕대를 풀었지만 앞이 잘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의사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내의 눈은 하루가 지나고 또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사랑스러운 아내의 눈은 이미 세상의 빛을 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절망에 빠졌던 아내는 3개월이 지나서야 차츰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다시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걱정이 앞서 반대했습니다. 일보다 출근이 더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아내의 뜻을 꺾지는 못했습니다. 아내와 남편은 근무지가 서로 반대였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데려다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 달 동안 남편이 아내를 직장까지 데려다주기로 했습니다. 아내가 출근에 익숙해질 때까지요. 아내와 남편은 걸음 수와 주변의 소리를 통해 지리를 익히고 매일 버스 안에서 정류장 수와 이름을 외웠습니다. 아내는 차츰 익숙해졌고 한 달이 지났을 때는 혼자서도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아내의 마음도 점차 밝아졌고, 웃음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났습니다. 아내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혼자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습니다. 아내는 버스를 타면 늘 기사아저씨 뒷자리에 앉습니다. 어느덧 회사 앞 정류장에 거의 다 왔을 때, 기사아저씨가 말했습니다. “부인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내가 말했습니다. “앞도 못 보는 제가 뭐가 행복하겠어요.” “그래도 매일 아침 부인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잖아요.” “네? 누가 저를….” “모르셨어요? 남편분이 매일 부인과 함께 타고 있던 것을…, 그리고 부인이 회사에 무사히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되돌아갔답니다.” 당신의 아내를 소중히 여겨주세요. 그녀는 당신만 보고 사는 사람입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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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우리 아빠는 택시기사입니다

    효도란 것을 해 본 것이 언제였을까. 아니, 한 적은 있었던가. 늘 잘못하면서도 늘 죄송한 마음. 최근 인터넷, 페이스북에서는 ‘우리 아빠는 택시기사입니다’란 글이 널리 회자됐다. ‘택시법’ 논란이 일고 있는 요즘 한 택시 운전사의 딸이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글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서울에 사는 열아홉 살 여학생입니다. 한 번도 꺼내본 적 없는 속마음을 익명을 빌려 털어놓고자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한 남자 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너희 아빠 무슨 일 하셔?” 저는 당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우리 아빠 택시 하는데?” 그 친구의 대답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불쌍하다.”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던 저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택시(기사)가 불쌍한 거야?” 엄마는 놀라면서 절대 아니라고 했지만 제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였나 봅니다. 아빠 직업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긴 것이. 매 학년 올라갈 때마다 부모님 직업조사 항목에 ‘택시기사’라고 쓰는 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자영업자라고 쓴 적도 많았습니다. 아빠가 어디 데려다준다고 하실 때도 매일 싫다고 했고, 아빠 차를 타고 있을 때는 친구들을 보고 인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티를 안 내려 했지만 아빠는 알고 계셨나 봅니다. 어느 날 제게 물으셨습니다. 아빠 직업이 창피하냐고…. 언젠가는 친구와 집에 오는데 아빠가 집에 막 도착해 차에 계셨습니다. (그때) 분명히 봤습니다. 아빠가 저를 쳐다보고 있던 것을…. 근데 제가 가까이 가자 저를 모르는 척하셨습니다. 제가 창피해할까 봐 그런 겁니다. 제가 먼저 “아빠” 하고 부르자 그제야 마치 미처 못 알아본 것처럼 (알은체를) 하셨습니다. 너무 죄송했습니다. 못난 딸이라서…. ‘우리 아빠 직업은 절대 창피한 게 아니다. 20년 넘게 우리를 키워 온 대단한 직업이다.’ 몇 번이고 되뇌어 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았습니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된다고 할 때 인터넷 뉴스를 봤습니다. 버스가 파업한다는 기사의 댓글이 모두 택시에 대한 욕뿐이었습니다. 택시가 파업했을 때는 ‘차도 안 막히고 너무 좋다’, ‘이렇게 영원히 파업했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가득했습니다. 눈물이 나고 속상했습니다. 한 해, 두 해 지나가면서 깨달아 갑니다. 우리 아빠는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모두 자는 시간에 가장 바쁘게 일하시고, 술 취한 사람들 주정까지 받아 가며 우리 남매를 여기까지 키워 오신 분입니다. 오늘 이 글로 아빠 직업에 대한 콤플렉스를 털어 버리려고 합니다. 이제 당당하게 말하렵니다. 우리 아빠는 택시기사입니다. 아빠 사랑해….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자’는 택시법이 나온 주요 이유에는 택시의 공급 과잉 문제가 있습니다. 택시가 너무 많다 보니 택시 운전사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론은 차갑습니다. 택시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요. 택시 운전사 아버지를 둔 딸의 마음으로 고통받는 택시 운전사들의 한숨이 풀릴 방법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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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현미]행복을 ‘사는’ 사람들

    고대 그리스인들은 체액을 혈액 점액 담즙 흑담즙 4가지로 구분하고, 이 체액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인간의 기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히포크라테스가 정리한 ‘4체액설’로 다혈질인 사람은 명랑하고 사교적이며, 점액질인 사람은 냉정하고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담즙질인 사람은 성급하고 화를 잘 내지만 용감하며, 흑담즙질인 사람은 사색적이고 우울하다고 한다. 우울감으로 번역되는 멜랑콜리란 말도 그리스어 ‘melan(검은)’과 ‘chole(쓸개)’에서 나온 것이다. 감정 작동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려는 인류의 오랜 호기심은 뇌과학의 발달을 가져왔고, 감정의 저장고가 뇌냐 심장이냐의 끊임없는 논쟁도 뇌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감각기관을 통해 자극이 도착하면 뇌는 상황에 따라 희로애락을 구별해 그에 맞는 화학적 전달물질을 온몸으로 전하는데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손이 떨리는 반응은 아드레날린 작용이며, 천국에 있는 것같이 황홀한 기분은 체내 페닐에틸아민의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 연인과 손끝만 스쳐도 온몸이 짜릿한 것은 ‘애무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폭포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는 ‘화학 공장’이며 감정은 이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분자’로 표현되기도 한다(자세한 설명은 마르코 라울란트의 책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감정의 비밀’을 보라). ‘역사의 종말’로 유명한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2000년대 초 출간한 ‘휴먼 퓨처(human future)’에서 현대 신경과학의 발달을 자동차 덮개를 들어올려 엔진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비유했다. 반면 정신병을 심리적 원인에서 찾으려 한 프로이트주의는 원시인이 뚜껑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 한 것과 같다고 했다. 자동차 뚜껑을 열어 엔진을 들여다보게 된 인간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 후쿠야마는 신약 개발이 가져올 포스트 휴먼 단계를 이렇게 내다봤다. “무기력한 사람은 활기찬 성격이 될 수 있으며, 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 수요일에는 이런 성격을, 주말에는 저런 성격을 선택할 수 있다. 이제 우울하다거나 불행하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행복한 사람들까지 중독이나 부작용 또는 장기적인 뇌손상을 걱정하지 않고도 스스로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오늘날에는 삶의 질을 개선해주는 물질들이 ‘해피 드러그(happy drug)’라는 이름으로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노화의 흔적을 없애주는 보톡스는 이 분야의 고전이다. 매일 아침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 영양보충제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줄 뿐 아니라 배고픔을 잊게 해 날씬해지는 알약으로 각광받는다. 낮에는 얼굴에 히알루론산을 넣어 촉촉하고 탱탱한 도자기 피부를 만들어주는 일명 ‘물광주사’를 맞는다. 얼굴 라인이 불만인 사람들에게는 볼과 턱의 도톰한 지방층을 녹여주는 ‘아큐스컬프트’ 시술이 인기다. 불과 10여 분 만에 당신도 연예인의 ‘브이라인’ 얼굴을 가질 수 있다. 밤이 되면 ‘사랑의 묘약’으로 통하는 옥시토신 스프레이로 최상의 오르가슴을 맛보는 삶. 이미 현실로 다가온 멋진 신세계다. 그러나 사들인 행복의 유효기간은 짧다. 1회에 수십만 원 하는 ‘물광주사’ 효과가 수개월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화학자인 라울란트는 “우리의 삶에서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바로 감정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행복한 상태만 유지된다면 우리에겐 희로애락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기쁨 슬픔 사랑 욕망 고통과 같은 감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알약 하나에 담아 삼킬 수는 없다.김현미 여성동아 팀장 khmzip@donga.com}

    • 2013-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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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SNS에서는]제복이 존경받는 미국

    최근 우리 사회에 ‘제목 입은 사람들(MIU·Men In Uniform)’을 존경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한 재미교포 청년의 경험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글은 지난해 여름 올려졌으나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최근 후배 소방관 두 명을 먼저 내보내고 화재 진압을 하다 숨진 경기 일산소방서 김형성 소방장(43)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 다시금 관심을 끌고 있다. 글을 올린 누리꾼은 자신은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야기는 그가 미국의 한 공항에서 직접 겪은 광경이었다. 비행기가 뉴욕 공항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짐을 챙기며 내릴 준비를 했다. 그때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 비행기에는 이라크에서 전사한 ○○○ 병장의 시신이 담긴 관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관을 하차하는 작업을 위해 승객 여러분은 잠시만 기내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순간 어수선하던 기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고, 그의 옆자리에 있던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는 십자가 마크를 그리며 ○○○ 병장을 위해 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5분여가 지나고 승객들은 계단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수백 명의 승객이 나오는 그때 성조기에 싸인 ○○○ 병장의 관을 공항 직원들이 내리고 있었다. 승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발길을 멈추고 관 주위로 모여들었고, ○○○ 병장을 위해 묵념을 하거나 경례를 했다. 더 놀라운 것은 백인들뿐만 아니라 아시아인, 흑인, 아랍계 사람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더욱이 공항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히스패닉 노동자들조차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 병장을 위해 묵념을 했다. 이 누리꾼은 “이것이 미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의 한국군 복무 경험에 비춰 “한국에서 군인의 지위는 말로 옮기기도 창피할 만큼 낮았다”며 “연예인을 등장시키는 국군 홍보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에 대한 무시와 비아냥거림 같은 근본적인 의식부터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또 “지금 미국에 계신 할아버지는 6·25전쟁 때 학업을 포기하고 총을 잡고 싸우셨던 분”이라며 “한국을 방문할 때면 꼭 국립현충원에 들르신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현충원에는 전쟁 때 숨진 동생분이 묻혀 있는데 할아버지는 그 비석 앞에서 늘 목 놓아 우셨다”며 “이 땅의 자유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렸는지, 그것을 부정하고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글을 마쳤다. 암울했던 과거의 흔적이지만 지금도 제복의 영웅들을 비아냥거리는 은어들이 얼마나 많은가. ‘짭새’ ‘군바리’ ‘땅개’ ‘물개’…. 군에 복무한 시간을 ‘썩었다’고 표현하는 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제복 입은 사람들’을 존중하는 분위기는 결코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1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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