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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법안을 입법예고한 27일 한나라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했다. 그러나 대구지역에서 친박(친박근혜)계 박종근 의원 단 1명만 참석하면서 오찬은 ‘반쪽 행사’가 돼 버렸다. 대구 지역은 전체의원 12명 가운데 9명이 친박계다.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구상이 세종시 때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종시 수정안에 부정적 기류가 강한 곳이다. 세종시 입법전쟁의 막이 올랐지만 앞으로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한나라당, 사활을 건 여-여 투쟁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친이(친이명박) 친박계는 날카로운 설전을 벌였다. 세종시 원안의 당론을 수정하는 문제가 쟁점이 됐다. 친이계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치열한 투쟁과 토론이라는 변증법적 논리에 따라 훌륭한 결과(당론 변경)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광근 사무총장 역시 “시끄럽다고 해서 피해갈 수도 없고 피해 가서도 안 된다.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집권 여당의 책무”라고 가세했다. 반면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세종시) 입장이 너무 첨예하다. 같은 식구끼리 분란만 가져온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같은 친박계 중진인 박종근 의원 역시 “(당내 토론을) 밀어붙일 필요가 있느냐”며 거들었다. 당의 주류인 친이계는 정부가 수정안을 2월 말∼3월 초 국회에 제출하면 토론을 거쳐 당론으로 채택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중립적 성향인 남경필 의원은 “수정안을 강제 당론으로 채택하려는 시도에 반대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처럼 ‘원안+α’를 내세우면서 당내 토론을 거부하는 것도 민주 절차에 어긋난다”며 양쪽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의화 최고위원 역시 속도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 “타협은 없다” 청와대는 충청권 출신 비서관들을 꾸준히 현지로 보내 언론인 등 여론 주도층을 설득하는 등 여론형성의 분수령이 될 설 연휴를 앞두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청와대가 입법전쟁의 앞날을 낙관하는 징후는 쉽게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찬성표 계산을 통해 확실한 통과를 자신할 수 없으면 표결에 부치지 못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원안과 수정안의 중간선인 ‘3∼6개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카드는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세종시 원안을 수정한 이유가 ‘행정 비효율’이었던 만큼 일부 이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참모는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 ‘친박’의 활약을 기대… 반대운동 계속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하는 한편 여-여 갈등 상황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 친박 의원들의 뚜렷한 반대의사와 관련해 “권력자가 누른다고 (친박) 국회의원들이 표심을 바꿀 리 없다. (수정안은 표 대결 끝에) 부결될 거다”라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입법예고 강행은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입법 전쟁에 돌입하겠다는 뜻”이라고 정부와 여당을 비판했다. 민주당과 선진당은 2월 말∼3월 초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즉시 정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친박 의원 50여 명이 야권 공조는 거부할 태세여서 실제로 해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고기정 기자 koh@donga.com}
25일 발표된 ‘뉴 민주당 플랜’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26일 주류-비주류 간 노선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반응을 삼가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외양상 올 초 불거졌던 노선 갈등은 오히려 수면 아래로 잠복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5월 1차 초안이 나왔을 때 “성장을 너무 앞세웠다”거나 “한나라당 2중대냐”는 당내 비판이 터져 나왔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비주류인 ‘국민모임’ 대표 강창일 의원은 26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성장을 미화했던 작년과 달라졌다. 국민모임 차원에서 추후 나올 경제 사회 외교안보 분야 각론을 검토한 뒤 분명한 의견을 내겠다”고 말했다. 역시 국민모임 회원인 장세환 의원은 “(무소속 정동영 의원과 가깝다는 이유로) 비주류들이 당 대표(정세균)를 흠집 낸다는 말을 듣는 것은 당분간 피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를 준비해 온 천정배 의원 측은 “플랜의 총론은 지난해 발표분에서 논쟁적인 것은 빠지고 표현도 조심스러워졌다”며 “교육정책도 당내 계파들이 희망하는 공통분모를 뽑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효석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이 사안을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으로 접근하면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에 당한다”며 논쟁 자제를 당부했다. 노동법 수정안 처리 문제로 중징계를 받을 처지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오후 명동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에서 당 지도부의 징계 방침을 성토하면서도 “이 사안은 함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5일 지난해 5월 ‘우향우’ 논쟁을 불렀던 뉴 민주당플랜을 8개월 만에 다시 선보였다. 정 대표는 당시 분배와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중도노선을 표방했다가 추미애 의원 등 진보성향의 당내 비주류로부터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발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정 대표는 플랜의 각론 공개를 늦춰왔다.○ 총론은 ‘중도’… 표현은 조심조심 뉴 민주당플랜은 열린우리당의 진보성향이 집권당 시절에조차 유권자에게 외면받았다는 반성에서부터 탄생했다. 각론 작업을 해 온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성장은 성장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절대다수를 위한 성장”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성장을 강조하면서 ‘중도를 향한 우 클릭’을 꾀했다. 그는 “서구의 낡은 복지는 추구하지 않겠다. 일자리를 키우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책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처럼 “부족했던 성장을 앞세운다”는 식의 표현으로 강경 진보파를 자극하는 것은 삼갔다. 이날 공개된 ‘정책 방향’ 문서에선 진보색채도 유지하고 중도성향의 유권자에게도 손짓해야 하는 속사정이 엿보인다. 정 대표는 “이념이나 근본주의에 빠지지 않는 실사구시의 자세로 진보적 정체성을 갖겠다”고 했다. ○ 공교육 수월성-평등성 동시에 추구 정 대표는 이날 플랜에 따른 7대 각론 가운데 첫 번째로 교육 구상을 밝혔다. 앞으로 민주당은 매주 일자리, 복지, 외교안보 등 분야별 구상을 공개한다. 정 대표는 “평등성과 수월성은 대립이 아닌 동시에 추구할 가치”라면서도 “수월성 개념을 소수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것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플랜에는 장밋빛 교육청사진이 망라돼 있다. 영아보육비 전액 국가 부담, 학급당 학생 수 25명으로 낮추기, 교사 대폭 채용, 대학등록금 반값 실현, 2016년부터 고교 의무교육 실시 등이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소요 예산은 언급하지 않은 채 “국내총생산(GDP) 대비 7%를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뉴 민주당플랜에 대해 ‘국민모임’ 등 당내 비주류가 올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성장이 아니라 제대로 된 분배정책을 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노선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아이티 지원 결의안을 채택해 정부의 ‘신속하고 종합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하지만 의원 1인당 4만 원 정도 갹출하는 성금 모금방안은 2월 임시국회로 미룬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양당 수석 원내부대표는 18일 “1월 세비에서 0.5%를 모아서 성금으로 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의원 1인의 월 세비가 800만 원 안팎인 만큼 4만 원씩 성금을 내자는 방안이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모금방안에 대한 의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주당 의원총회에 출석해 이 사안을 설명했지만 이강래 원내대표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해외에 체류 중인 만큼 2월 초에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우 수석부대표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야 간 합의는 없었고 2월 1일에 처리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봤다”고 해명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무죄 판결에 대해 한나라당은 “편향 판결 시리즈”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환영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20일 “PD수첩의 보도가 의도적인 사실 왜곡과 허위 선동이었다는 것은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이다”며 “최근 일련의 ‘문제 판결’을 보면 일부 판사가 사법을 통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인 손범규 의원은 “사법부가 법리를 왜곡하는 ‘기교(技巧) 사법’뿐 아니라 ‘방송내용에 허위가 없다’며 사실관계까지 왜곡한다면 국민의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PD수첩 사건은)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과도하게 압박하기 위해 언론인을 법적 분쟁으로 끌고 간 정치적 사건이었다”며 “법원의 판결에 불만이 있다고 사법부를 흔드는 정치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논평했다. 같은 당 김유정 의원은 “법원이 외부로부터 영향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명수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원의 판결을 둘러싼 지나친 갈등과 논쟁은 자제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법원이 상식과 보편적 가치에 어긋난 판단을 해도 무방하다는 뜻이 아니며, 법원 스스로 자정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하지 않겠다”며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세종시 수정안 저지투쟁에서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수정안 반대여론 확산에 주력하는 한편 한나라당의 내부 논란을 관망하는 두 갈래 전략을 쓰고 있다. 민주당은 20일 대전에서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행복도시 수정안 거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명품도시를 약속했지만, 껍데기뿐인 기업도시로 전락시켰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수정안은 충청권을 비롯해 국민의 여론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여당 내에서도 합의와 의견 통일을 이루지 못해 국회 표결하면 부결될 게 뻔하다”며 “수정안은 이제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선진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중앙당 및 시도당 여성위원장과 핵심 여성 당원들이 참가하는 ‘유관순 결사대’ 출정식을 열었다. 또 수정안을 ‘앙꼬 없는 찐빵’으로 규정하고 전국을 돌며 찐빵 먹기 행사를 계속했다. 한편 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19일 OBS 방송에 출연해 ‘미생지신(尾生之信) 논쟁’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두둔했다. 이 총재는 “평가를 해 달라”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사자성어를 잘못 인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혜영 세종시특위 위원장도 20일 “도덕성은 사회적 자본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미생 논쟁’에서 박 전 대표를 거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논쟁은 정 대표가 중국 고사를 인용해 “미생이 비가 많이 오는데도 애인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 익사했다”며 경직된 약속 지키기가 부른 불행을 언급하자, 박 전 대표가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됐다”고 맞받아치면서 불거졌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지역구-대외활동 바빠서…” 조경태-송영길 불참 상위권“여당 직권상정 많았던 탓”… 野의원이 불참률 훨씬 높아“결과 뻔한데 투표해봐야…” 표결 도중 자리뜨기 일쑤18대 국회가 개원한 2008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 법안은 720건이다. 그런데 전체 의원의 5분의 1가량이 이 표결들 가운데 절반 이상에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표결 참가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의원도 10명이 넘었다. 이는 상당수 의원이 예산심사 및 결산, 정부 업무 감시와 더불어 국회의 핵심 기능으로 꼽히는 입법을 위한 표결 업무를 방기하고 있음을 뜻한다. 19일 동아일보가 18대 국회의 표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이 된 의원 278명의 본회의 투표 참가율은 69.8%에 그쳤다. 반면 미국 상원은 2009년에 실시된 397번의 표결에서 97.6%의 투표율을 기록해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불참률 ‘여저야고(與低野高)’… 의원들 “지역구 활동 때문에” 의원별로는 조경태(불참률 85.1%) 송영길(79.7%) 강성종(75.7%) 박주선(75.3%·이상 민주당) 박선영(74.0%·자유선진당) 백원우 의원(73.3%·민주당)의 표결 불참이 특히 잦았다. 한나라당에서는 전여옥(62.4%·전체 순위로는 24위) 박순자(58.2%) 이한구(54.4%) 이윤성(51.8%) 주성영(51.7%) 안형환 의원(46.3%)이 불참률 상위권을 형성했다. 본회의 투표율에 관한 한 상대적으로 여당의 참여율이 야당보다 높았다. 2008년 여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직을 맡은 전재희(89.0%·한나라당), 2009년 3월 구속된 후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이광재(85.1%), 와병 중인 이용삼 의원(82.6%·이상 민주당) 역시 대부분의 표결에 참석하지 못했다. 불참 의원들은 대체로 지역구 활동, 중앙당 차원의 정치 등 대외활동을 이유로 내세웠다. 조경태 의원 측은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으로 지역구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강성종 의원 측은 “대한축구협회 회장 출마 때문에 외부 활동이 많았다”고 답했다. 백원우 의원실 관계자는 “백 의원이 지난해 말 다리를 다쳐 병가를 냈다”고 해명했다. 전여옥 의원의 한 보좌관은 “지난해 2월 동의대 사건에 따른 폭행사건으로 장기 입원하는 바람에 법안 처리가 많았던 2월, 4월 임시국회에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총선 때 바람선거와 국회 파행도 구조적 요인 의원들이 입법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것은 총선거 때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 바람과 선호 정당에 크게 좌우되는 선거 풍토가 구조적 이유로 거론된다. 실제로 총선 때 현역 의원의 국회 활동의 성실성 문제가 선거 이슈가 된 사례를 발견하기 쉽지 않다. 서울대 정치학과 박찬욱 교수는 “의원들은 상임위 발언, 중앙당 활동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미 당론 표결 결정으로 결과가 뻔한 상황에서 자신의 한 표가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본회의 표결 도중 자리를 뜨는 의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주도한 본회의를 야당이 거부하는 정치적 이유도 변수로 거론된다. 불참률 79.7%를 기록한 민주당 송영길 의원 측은 “여당의 일방적 법안처리와 무더기 직권상정 상황에서 송 의원이 표결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이번 조사의 통계 처리를 책임진 서울대 통계학과 임요한 교수는 분석에 활용된 잠재변수모형과 관련해 "'이념 점수'를 잠재변수로 설정하고 법안마다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이는 의원들에게 비슷한 '이념 점수 추정치'를 부여해 의원들 간 상대적인 이념적 위치를 보여주는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를 학생 278명이 720개 문항으로 구성된 시험을 치른 결과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평가의 특징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타 응시자와의 상대평가라는 점"이라며 "다른 학생(의원) 다수가 틀린(찬성한) 문제를 풀어내면(반대하면) 가산점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 법안이 결과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줬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이념 점수'를 말할 때 '진보'나 '보수'는 절대적 개념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모형의 추정에는 통계추론 방법의 하나인 '마코프체인-몬테칼로' 기법에 기반한 '베이지언' 방법이 사용되었다. 이념 점수와 함께 제공된 수평구간(직선)은 각 이념 점수의 신뢰구간을 나타낸다. 투표 불참 횟수가 많으면 이념 점수 추정을 위한 정보가 적어 신뢰구간의 길이가 길어진다.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국회의원 이념성향 분석은 18대 국회 회기가 시작된 2008년 5월 30일부터 2009년 11월 6일까지 의원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의원 278명을 대상으로 했다. 278명의 720개 법안에 대한 투표 결과 20만160건을 법안의 특성, 표결 분포를 고려해 컴퓨터가 산출해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분석 방법론 설정과 결과 해석을 총괄한 한규섭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 교수는 “의원이 투표를 통해 지지계층의 이해를 입법과정에 반영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며 “이번 분석을 통해 각 의원들의 이미지와 실제 투표 성향을 비교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통계 처리를 총괄한 서울대 통계학과 임요한 교수는 이념점수를 매긴 방식을 학생 278명이 720개 문항으로 구성된 시험을 치른 결과에 빗대 설명했다. 그는 “평가의 특징은 절대평가가 아니라 타 응시자와의 상대평가라는 점”이라며 “다른 학생(의원) 다수가 틀린(찬성한) 문제를 풀어내면(반대하면) 가산점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안상수, 이강래 원내대표를 기준으로 삼아 각각 +2와 ―2점을 부여했다. 우리 국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고, 원내대표는 각 당의 정책을 주도하는 위치란 점에서다. 의원들의 전자투표 결과는 △찬성 △반대(기권 포함) △불참 등 3가지로 나눴다. 기권은 사실상 반대를 뜻하며, 불참은 찬성이나 반대가 아닌 또 다른 형태의 투표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에 불참을 많이 할 경우 이념점수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신뢰구간(이념성향 분포도에서 직선으로 나타나는 범위)이 길어지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한-임 교수팀은 이번 분석에 스탠퍼드대 정치학과의 사이먼 잭맨, 더글러스 리버스 교수팀이 2004년 제안해 많은 검증을 거친 통계모형을 활용했다. 주관적 판단의 여지를 100% 배제함으로써 학계에서는 객관성을 인정받고 있는 방식이다. 모형의 추정에는 통계추론 방법의 하나인 ‘베이지언’ 기법이 활용됐으며 ‘이념 점수’ 추론에는 ‘마르코프체인-몬테카를로’ 방법이 쓰였다. 교수팀은 “통계기법의 발전 덕분에 이번 조사는 ‘내셔널 저널’이 1981년부터 채택해온 방식보다 진일보한 방식을 적용했다”며 “내셔널 저널은 투표율이 낮은 의원은 제외하지만 이번 방식은 이념지수와는 별도로 각각의 ‘신뢰구간’을 부여함으로써 통계학적 완성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교수팀은 또 “‘이념 점수’를 말할 때 ‘진보’나 ‘보수’는 절대적 개념이 아닌 상대적 개념”이라고 강조했다.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회의실 점거, 몸싸움, 강행처리 등으로 얼룩진 18대 국회에서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국회운영의 한 축을 맡아왔다. 이 원내대표는 12일 기자와 만나 열흘이 넘도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투쟁했던 지난해 말 예산 국회에 “민주당으로선 할 만큼 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잘 부각했고, 일반예산도 실리를 잃지 않았다”는 자평이다. 당내 전략가인 이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연말 국회상황을 내다볼 때 예결위의 정상운영은 어렵다고 봤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상임위에서 지역예산을 미리미리 챙기도록 했다. 그는 “내가 말은 안 했지만, (예산 챙기기를) 유도했다. 연초에 예산 문제로 별 반발이 없다는 게 그런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예산안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본회의장 시위를 마친 뒤 한나라당 지도부와 웃으며 악수를 한 장면이 신문에 실려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그는 “쓴웃음이었다. 힘겨루기를 해 온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손을 내밀기에 맞잡았다. ‘사진 찍히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그 순간 들기는 했다”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친노무현 386 그룹이 주축이 돼 정세균 대표를 보좌하는 당내 역학구도에서 비주류로 통한다. 그는 지난해 말 내내 “여야 협상전략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동료들의 볼멘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한 측근인사는 “(강경파에게) 일일이 공개하면 당내 저항이 커서 일을 그르친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를 아끼는 이들은 “당내 강경파와 ‘절벽 같은’ 안상수 원내대표 사이에서 활동에 제약이 컸다”며 아쉬워한다. 그러나 정작 이 원내대표는 “몰라서 하는 소리다. 내가 청와대 쪽을 두들겨(확인해) 봤는데, 4대강은 (안 원내대표가 아니라) 누구라도 청와대 의지를 넘어설 수 없다”고 말했다. 함께 임기만료(올 5월)까지 일해야 할 협상파트너 비판에 동조하지 않았다. 강경파에 휘둘린다는 외부 지적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단기적 승부보다는 큰 흐름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지켜왔다. 당내 ‘80% 여론’에 따랐으며 내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참모들은 민주당을 강경파 20%, 온건파 80% 구도로 설명한다. ‘80% 여론’이란 표현 자체가 강경파에 밀리지 않으려 애썼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에겐 ‘수줍음을 타며 속정이 깊다’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의 노동법 처리에 대해선 섭섭함이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인터뷰 동안 30분 가까이를 할애하면서 징계불가피론을 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는 “(안 될 걸 알면서 추진하는) 청와대의 진의를 모르겠다”며 수도권과 충청권을 분리하는 지방선거용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에게는 공개연설 때 “…라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문장을 맺는 버릇이 있다. 서너 문장에 한 번꼴이다. 그는 “고치려고 할수록 내용이 흐트러진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 때는 “선거 때도 그럴 거냐. 원고를 써 와서 읽으시라”는 조언에 충실히 따랐다. 그런데 요새는 이런 노력이 눈에 안 띈다고 주변에선 입을 모았다. 한 재선의원은 “당분간 전국 단위의 선거 출마계획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일러줬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폭력으로 기소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 대한 무죄 판결과 관련해 “개혁의 무풍지대인 법원, 검찰, 변호사 등에 대한 사법제도 개선을 더 늦출 수 없다”며 “국회 내에 사법제도 개선특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일부 법관의 정치성과 편향적 행태는 국민이 우려할 수준이 됐다. 원내대표 산하에 사법제도 개선특위를 만든 뒤 야당이 요구하는 검찰개혁 특위와 결합해 사법제도 개선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몽준 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이른바 ‘공중부양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을 국민도 쉽게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의 사법제도 개선특위 구성 방침에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 검찰 개혁에 안 원내대표가 진정성을 갖고 임한다면 2월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안 심의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위 활동 방향을 놓고 한나라당은 편향성 논란을 빚은 법원의 판결 문제에, 민주당은 검찰 제도 개혁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어 특위 구성 과정에서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하루종일 위법 논란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2010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이후 여야는 법률적 논란을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3차례 열어 국회운영이 위법적으로 진행됐다며 예산안 처리의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주장은 억지”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실도 야당의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민주당 “절차적 정당성 인정 못한다” 민주당은 먼저 소득세법, 개별소비세법, 법인세법 등 새해 예산처리에 필수적인 이른바 ‘예산 부수법안’이 예산안보다 나중에 처리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세율 세금항목 등 세금을 거두는 데 필요한 법 조항이 먼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세입·세출액을 확정할 수 없다’는 국회법 조항을 거론했다. 이에 대해 김형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예산안 연내 처리라는 큰 과제를 위해 법안과 예산안 처리 순서를 정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이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기습 처리하면서 회의 장소를 ‘통상의 예결위장’이 아닌 제3의 장소를 사용한 것도 법 위반 논란을 불렀다. 국회법은 “의장은 표결 및 표결 결과를 의장석에서 선포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국회법에 회의장 변경을 금지한 것은 없다. 미리 법적인 자문을 했다”며 “한나라당 간사가 회의장 변경을 구두로 통보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 의장, “문제없지만 최대한 조심” 민주당은 또 김 의장이 법사위에 ‘오후 1시 반까지 법률안 9건의 심사를 종료해 달라’고 낸 심사(종료)기일 지정서가 상임위 산회(散會) 후에 도착했다는 점에서 “법안 9건이 오늘 본회의장을 통과한 것은 잘못이다. (2010년) 1월 1일 이후라야 처리가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법사위를 거치지 않은 법안을 직권상정하려면 ‘상임위가 처리 못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지정된 심사기일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확인될 때라야 직권상정 요건이 갖춰지는 것으로 돼 있다. 이날 지정서는 법사위에 오전 10시 15분에 도착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이에 앞서 오전 10시 9분에 종료된 상태였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일단 산회한 상임위는 그날 다시 못 연다는 ‘1일 1회의’의 원칙에 따라 이 법안이 31일 처리되면 불법”이라는 주장을 폈다.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의원들에게 “예산을 처리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필요한 비상조치”라며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의장은 이날 심사기일을 요청했던 예산부수법안 9건에 대한 민주당의 문제제기는 무시했지만 나름대로 국회법 위반 시비를 피하려 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심사기일을 1일 0시 30분으로 지정한 뒤 새벽에 나머지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일 1회의’ 원칙을 존중하려고 애쓴 것이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지루한 예산협상을 벌여온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밤샘 협상 사흘째인 30일 일정 부분의 의견일치를 봤다. 그러나 협상장을 나온 양당이 협상 내용에 대해 내린 평가는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여야 협상 팀끼리 ‘합의라는 표현도 결렬이라는 표현도 쓰지 말자’고 했다”고 설명했고, 민주당은 ‘사실상 결렬’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일정 부분 합의한 일반 예산 쪽에 무게를 뒀고, 민주당은 팽팽한 평행선을 그은 복지예산 증액 규모 및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에 방점을 뒀다.○ 여야, 예산안 중 일정 부분 의견 접근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30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민주당과 일반예산 분야 협상을 벌인 결과 민주당 요구사항을 상당부분 수용해 4500억 원을 추가로 증액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마디로 ‘총액 소폭증액, 복지예산 증액’으로 요약된다. 당초 166억 원이었던 노인 틀니 지원 예산은 249억 원으로 늘었고, 제주4·3평화재단 지원 예산도 2배로 뛴 20억 원으로 결정됐다. 호남고속철도 예산은 300억 원, 새만금-포항고속도로 예산은 10억 원이 각각 증액됐다. 전직 대통령의 기념공원과 기념관 건립, 전집(全集) 발간을 지원하는 명목으로 135억 원이 새롭게 책정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념공원 건립에 40억여 원이 배정됐다. 김 의원은 “당초 정부가 편성한 291조8000억 원의 예산안에 비하면 1조 원 이상 증액한 293조 원 규모의 수정예산안을 만들어 내일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여야 협상 결과에 맞춰 새롭게 짠 ‘한나라당 최종안’을 31일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일반예산 협상과정에서 ‘5조5900억 원 감액 후 다른 항목에서 3조 원 이상 증액’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못 댄 4대강 사업예산 4대강 사업 예산 협상에선 여야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민주당 박병석 예산결산위원장은 30일에도 국회에서 만났지만 평행선을 달렸다. 박 의원은 ‘보의 높이를 낮추는 선에서 개수를 절반쯤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고, 4대강 국민위원회를 설치해 누구 주장이 옳은지 검증하자고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그 같은 제안은) 지금껏 보의 개수와 높이, 준설량을 줄여 달라고 했던 주장과 다름없다. 양보할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총액대비 5%도 깎을 수 없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 민주당, “비열한 흑색선전이 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요청했다. 국회 주변에서 “민주당이 겉으로는 예산안 처리에 반대하면서도 실제로는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는 소문이 나돌자 진화에 나섰다. 이 원내대표는 “우리는 민생 복지 교육 예산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우리의 진심을 입증하기 위해 지역구 예산을 과감히 포기하자고 내부적으로 결의까지 했다”고 말했다. 우제창 원내대변인 역시 “한나라당은 협상 중 1조3000억 원 증액을 제시하면서 ‘의석수를 고려해 이 가운데 5000억 원을 민주당에 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당직자들은 “정부가 안을 짤 때 알아서 민주당 의원의 지역예산을 챙겼는지는 몰라도 우리가 먼저 끼워 넣은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유선호 소속 위원장이 운영하는 법사위에서 각종 법안상정이 거부되자 이날 밤 한나라당 의원들은 유 위원장이 저녁식사로 자리를 비운 사이 사회권을 발동해 20여 개 법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10분 만에 돌아온 유 위원장은 법안 상정 자체를 무효화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저녁 “법사위는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상정 거부)을 하지 말아야 한다. 법사위원장은 오늘 밤 12시까지 주요 법안을 심사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장이 31일 직권상정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사상초유의 준(準)예산 편성을 코앞에 둔 30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사흘째 벌인 비공개 예산 협상에서 4대강 사업을 제외한 일반 예산에서 부분적으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복지예산의 지출규모와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여야가 극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당초 정부가 편성한 291조8000억 원의 예산안을 293조 원 수준으로 증액한 예산안 수정안을 31일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예산결산위원회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3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흘째 이어진 두 갈래(two track) 협상을 마무리했다”며 “협상 내용을 보면 타결은 아니지만 결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야가 의견 접근을 본 내년 예산 지출규모는 정부안인 291조8000억 원에서 1조 원 이상 늘어난 293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적자재정을 위한 국채발행 규모는 정부안인 30조9000억 원에서 1조 원 이상 줄어들고, 재정적자 규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2.9%에서 2.6∼2.7%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요구한 (일반 예산 가운데) 1조4500억 원 삭감안을 한나라당이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은 남아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법안에는 복수노조를 2011년 7월부터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은 2010년 7월부터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추미애 위원장은 오전에 야당 의원들이 회의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 의원들만 입장한 상황에서 회의장 문을 걸어 잠갔고, 야당 의원들은 “날치기 법안”이라며 강력 항의했다. ‘추미애 법안’이 새해부터 발효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소속 유선호 법제사법위원장은 물론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은 곧바로 “여야 합의가 없는 만큼 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구간 세율 인하를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포함한 예산안 부수법안 등 64건의 의안을 처리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말은 주인의 생각이요 얼굴이라 했다. 어쩌면 겉으로 드러난, 그의 모든 것일 수 있다. 올 한 해도 한국인은 많은 말을 쏟아냈고, 자신을 드러내면서 평가받았다. 어떤 말은 감동을 줬고, 변화를 불렀다. 다른 말은 상처를 입혔고, 분노하게 했다. 이처럼 우리를 울리고 웃긴 말들은 2009년을 산 한국인의 기억 속에서 한 해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화상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올해의 말말말을 정리해 모았다.편집국 종합》 ■ 정치김문수 “세종시는 가장 잘못된 말뚝이다”YS “DJ와 난 세계에 유례 없는 특수관계”▽이명박 대통령=“7전 8기가 안 되면 8전 9기로 한다는 각오로 더욱 분발하자.”(8월 25일, 나로호 발사 실패 다음 날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9월 30일, G20 정상회의 한국 유치가 결정된 이후 기자회견에서) ▽정운찬 국무총리=“무슨 장학퀴즈 하듯이 한다. 총리된 지 한 달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다 아는가.”(11월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계속 현안을 따져 묻자), “궁핍하게 살지 말라며 소액을 주셨다.”(9월 21일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모 회사 대표에게서 1000만 원을 받은 것을 해명하며), “에쿠스(세종시 원안)를 쏘나타(수정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쏘나타(세종시 원안)를 에쿠스(수정안)로 만들겠다는 것.”(12월 12일, 세종시 예정지 마을 주민과 가진 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원안을 지키고 플러스알파를 해야 한다.”(10월 23일, 국회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의리가 없는 사람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8월 11일, 10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친박계 심재엽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장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당이 칸막이에 막혀 산소 공급이 안 되고 있다.”(9월 8일, 당대표 취임식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5월 23일, 서거 직후 발견된 유서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우린 세계에 유례가 없는 특수 관계였다.”(8월 10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직전 세브란스병원에서의 병문안 직후), “하늘 아래 이런 국회가 있느냐.”(12월 17일,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화합 모임에서 국회 파행을 언급하며) ▽전두환 전 대통령=“무슨 말을 듣고 싶은 것인가?”(8월 1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문병한 뒤 병원을 나서면서 방문의 의미를 묻는 기자들에게) ▽정세균 민주당 대표=“우리 당은 이제 고아가 됐다.”(8월 19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나는 빗자루를 들고 마당 쓰는 일이라도 하겠다.”(9월 30일, 위원장 취임식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은 말뚝 중 가장 잘못된 말뚝이다.”(9월 8일,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해서)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꿀(지역구 예산 등) 따러 꿀통 옆에 왔다가 벌에 쏘인 신세가 됐다”(12월 28일, 예결위 회의장 점거 농성 사태가 계속되자)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음주운전 하는 사람한테 차를 맡긴 것과 마찬가지로, (PD수첩은) 사회적 공기(公器)가 아닌 흉기다.”(6월 19일, 광우병 왜곡 보도 논란을 일으킨 PD수첩을 비판하며) ■ 사회이만의, 4대강 비판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박연차 “피라미-모기 수준인데 대포 맞았다”▽이만의 환경부 장관=“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심정이다.”(10월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며 “환경부라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짚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 장관을 추궁하자 이 장관이 4대강 사업 관련해서는 장관직을 걸고 소신에 따라 일하고 있다고 말하며), “정신 멀쩡합니다.”(10월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4대강 사업에 대한 설전이 벌어졌을 때 김 의원이 “장관은 정신 차리라”고 꾸짖자)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그냥 뭐 조그만 교회에서 했습니다. 아…교외에서 했습니다.”(7월 13일, 국회인사청문회에서 아들 결혼식을 어디서 했느냐는 질문에. 그러나 나중에 초특급호텔 야외연회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드러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4월은 잔인한 달, 겨울이 오히려 따뜻했다.”(3월 20일,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인용해) ▽정우택 충북지사=“(이완구 지사가)정치적 소신에 따라 결정한 것에 대해 뭐라 할 입장이 아니다. 정치 하는 사람과 행정 하는 사람은 처신이 달라야 한다. 충북의 장수로서, 충남에서 날아온 유탄에 (충북의)성벽이 무너지는 것을 볼 수는 없다.”(12월 3일, 세종시 수정 논란과 관련해 이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 선언 직후 이 지사와 뜻을 같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정치적 소신이 다르기 때문에 행동을 같이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나는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이다. 보잘것없는 피라미나 모기 수준인데 대포를 맞았다.”(3월 31일, 박찬종 변호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자신은 억울하다며) ■ 경제윤증현 “내년 이맘때 ‘꽃피는 봄’ 오게하겠다”최지성 “내 사전에 2등 없다, 아직 배고프다”▽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모두 어려울 때 한국이 ‘성장률 0%’ 정도로 막는다면 대성공이다. 내년 이맘때는 ‘꽃피는 봄’이 오도록 하겠다.”(3월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가 깽판이라 세제 혜택을 못 주고 있다. 국회가 저 모양이라 민생법안 처리가 안 되고 있다. 선거는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2월 26일, 한 언론사 초청 강연에서) ▽백용호 국세청장=“수차례 경고를 했는데도 나에게 인사 청탁을 할 정도면 나와 얼마나 가까운 사람들이겠나. 앞으로 그 사람 만날 생각 하면 나도 마음이 아프지만 이렇게 두세 번만 하면 국세청의 잘못된 인사 문화가 바뀔 것이다.”(10월 25일, 비공개 간부회의에서 승진 민원을 한 직원 7명에게 불이익을 준 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제가 책임이 있는 만큼 당국도 책임이 있고, 제가 책임이 없는 만큼 당국도 책임이 없다”(10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PC와 생활가전, 디지털카메라도 1등을 하겠다. 내 사전에 2등은 없다. 아직도 배가 고프다.”(9월 4일, 독일 IFA 2009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놓친다. 파부침주(破釜沈舟·밥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힐 정도의 각오)의 자세로 하자.”(11월 2일, 베이징에서 열린 SK그룹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쌍용차 임직원=“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이유는 잘나갔던 시절 자만심에 사로잡혀 오만하게 굴고 철없이 행동했던 대가가 고스란히 되돌아온 것이라 생각한다. 처절히 반성하고 있다.”(8월 18일, 77일의 장기 파업을 끝낸 뒤 평택 시민에게 배포한 사죄문에서) ■ 문화-연예장진영 “내 사랑 울지 마요, 많이 미안해요”KBS ‘미수다’ 출연자 “키작은 남자는 루저”▽고 장진영(영화배우)=“내 사랑 울지 마요. 내가 많이 미안해요. 열심히 치료해서 꼭 나을게요. 내가 나중에 꼭 행복하게 해줄게요.”(9월 1일, 사망 한 달 전 연인 김영균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홍익대 김모 여학생=“키가 경쟁력인 시대에 키 작은 남자는 ‘루저(loser·패배자)’라고 생각합니다. 남자 키는 180은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11월 9일 방영된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서) ▽재범(전 2PM 멤버)=“한국이 역겹다.” “나는 한국인이 싫다.”(9월 5일,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글. 재범이 연습생 시절에 미국 소셜네트워킹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글을 캡처한 것) ▽미실(MBC 드라마 ‘선덕여왕’ 중 고현정 분)=“사람은 능력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부주의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어!”(5월 25일부터 12월 22일까지 방영된 드라마 중) ▽박기자(SBS 드라마 ‘스타일’ 중 김혜수 분)=“엣지(edge) 있게.”(8월 1일∼9월 20일 방영. 패션잡지 편집차장 역의 ‘맵시 있게’라는 뜻의 대사) ■ 스포츠김인식 야구팀 감독 “국가가 있고 야구가 있다”양용은 “美팬들 ‘초이’ 대신 ‘양’이라 부르더라”▽김인식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감독=“국가가 있고 야구가 있다.”(3월 건강이 안 좋은 가운데 야구대표팀 감독 제의를 수락하며), “우리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겠다.”(3월 21일,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을 앞두고) ▽조오련 전 수영 선수=“태환이를 혼낼 사람이 필요하다.” (7월 28일,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일주일 전 본보와 인터뷰에서 로마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부진한 박태환에 대해 언급하며) ▽양용은 골프 선수=“미국 팬들이 이제 ‘초이(Choi)’ 대신 ‘양(Yang)’이라 부르더라.”(8월 27일,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첫 대회 바클레이스 개막 기자회견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메이저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니 비로소 최경주가 아닌 양용은을 기억해준다며) ▽타이거 우즈 미국 프로골프 선수=“더 나은 남편, 더 나은 가장,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12월 12일, 골프를 무기한 중단하겠다며 홈페이지에 남긴 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9일 4대강 예산을 포함한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막판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양당은 전날 밤 합의한 대로 4대강 사업과 나머지 예산을 두 갈래(two track)로 나눠 본격적인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예상대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해 마지막 날인 31일 충돌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여야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 민주당 박병석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4대강 국민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기술전문가와 시민단체 인사를 망라하자는 점에서 올해 초 발족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연상시키는 기구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원칙적으로 만들 수는 있다”며 화답하는 듯했다. 그러나 예산 다툼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즉 사업 규모를 대폭 줄이고, 국회 감시가 불가능한 한국수자원공사(수공) 대신 정부 부처가 사업을 맡아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는 그대로다. 한나라당은 “살점(예산총액)은 떼어 낼 수 있어도 뼈대(수공 주도의 보 설치 및 준설 공사)는 손댈 수 없다”며 양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여야는 4대강 국민위 설치 시점을 놓고도 팽팽하게 맞섰다. 민주당은 “국민위를 지금 설치해 논의하면 시간상 연내 예산처리가 불가능하니 예산처리를 2월 임시국회로 미루자”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여야 합의 아래 4대강 예산을 처리한 뒤라야 국민위 설치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우제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결국 대통령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어렵다”고 타결 가능성을 낮춰봤다.○ 민주당 ‘이낙연 절충안’ 인정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을 두고 끝장토론을 한 뒤 (당론에 구애받지 말고) 자유투표를 하자”고 민주당을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당이란 힘을 앞세워 협상 도중에 이런 제안을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일부 달라진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28일 자체 검토한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이낙연 절충안’에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은 정부가 제시한 저수지 둑 높임 예산 4066억 원 가운데 30%는 4대강과 무관한 다른 저수지로 돌렸지만 4대강 예산인 나머지 70%는 인정했다. “4대강 예산은 한 푼도 안 된다”던 완강한 자세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달 초 민주당 소속 이낙연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이 전체 둑 높임 예산의 17.2%인 700억 원을 삭감하면서 80% 이상을 인정했을 때 당 지도부가 나서 문제를 삼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4대강과는 무관하게 여야의 견해차가 크지 않은 일반예산 협상은 이날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여야 협상팀은 이날 오전 6시 반부터 머리를 맞댔고, 30일 밤 완전 타결을 위해 속도전을 벌였다. ○ 국회의장 “31일까지 자리 안 뜬다” 직권상정을 안하겠다고 선언했던 김 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새해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 국회를 떠나지 않겠다. 불가피한 약속이 아니라면 의장석에 머물겠다”고 선언했다. 허용범 국회 대변인은 “김 의장은 공관으로 복귀하지 않고 집무실에서 수면을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은 가슴에 ‘헌재 무시, 의장 사퇴’라는 빨간색 리본을 달고 본회의에 출석해 김 의장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28일 저녁 새해 예산안에서 4대강 관련 예산과 나머지 일반 예산을 구분해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이날 저녁 민주당이 제안한 이 같은 투 트랙(two track) 협상에 전격 합의한 뒤 양당은 심야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이로써 여야 대치국면은 일단 협상의 돌파구를 열게 됐다. 그러나 예산안과 관련해 평행선을 긋던 양당의 기존 방침이 달라진 게 없어서 협상 타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안을 31일까지 처리하고 (합의 실패로) 준(準)예산을 편성하면 안 된다는 점에 여야가 공감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안 원내대표가 연내합의가 무산될 때 예산안을 강행처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조건 없이 만나기로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여야는 29일 본회의에서 60여 개 법안, 30일 본회의에서 40여 개 법안을 각각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제출한 4대강 예산 가운데 민주당이 문제 삼는 ‘국회 감시가 없는’ 예산은 수자원공사에 배정된 3조2000억 원이다. 민주당은 수공 대신 중앙정부가 공사를 맡도록 사업주체를 바꾼 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예산검토를 하자고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반대하고 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사상 초유의 준(準)예산 편성을 코앞에 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연휴 마지막 날인 27일에 벌인 절충 작업이 실패로 끝났다. 이날 저녁 양당 원내대표가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났지만 양측 모두 기존 방침을 고수하면서 예산안 합의처리 전망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자체 예산안 마무리 짓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중재 자리에서 “4대강 사업의 본질은 손댈 수 없다”며 민주당이 요구한 보(湺) 및 준설 규모 축소 요구를 일축했다. 대화가 겉돌면서 한나라당은 당 소속 예산안조정소위 위원끼리 자체 심사를 9일째 계속했다. 한나라당 소속 심재철 예결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오늘(27일)까지 대략적인 한나라당의 예산 수정안을 마무리 짓고 28일 의원총회의 추인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국토해양부 몫의 3조5000억 원 등 4대강 예산의 일부 삭감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곁가지 삭감은 무의미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예산안 정국과 관련한) 민주당의 전략은 ‘탄압받는 야당’의 모습을 극대화하면서 내년 지방선거 정국에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대표는 28일 정운찬 국무총리와 조찬을 함께하며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예산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당정 수뇌부 간 의견 조율 여부가 주목된다.○“4대강 사업은 대운하 사전작업”을 강조하는 민주당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중재자인 김 의장을 성토했다. “김 의장의 상황인식이 안타깝다”고 했고, “중재를 빙자한 강행처리를 하려 한다”는 표현도 썼다. 이 원내대표는 오전까지만 해도 두 가지 협상안을 제안하며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다.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을 중앙정부로 넘긴다면 2월 임시국회 때 심사할 수 있고, 4대강 사업 규모를 축소하면 사업자체에 동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은 반나절 만에 거절당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은 대운하의 전 단계작업으로 청와대가 국민을 속였다”고 공세도 폈다. 그 근거로 지난해 12월 말 국무총리실이 낸 보도자료를 제시했다. ‘미확정 사항’이라는 단서조항이 붙어 있던 이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수심을 2.0m로 유지하고 1∼2m 규모의 보를 쌓으면서 진행하고, 대운하사업은 평균 6.1m 수심에 5∼10m의 보가 필요한 것으로 돼 있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4대강 사업을 포함하는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가 강경 대치하는 가운데 국회 정상화를 위한 소신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24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 때문에 다른 예산 처리가 몽땅 지연되면 민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준다”며 예산심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당 지도부는 언제까지 의원들을 볼모로 협상을 할 것인가. 이런 일은 지도력 부재를 드러내는 일로, 자신이 없다면 물러나는 게 낫다”고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또 조 의원은 “국민이 여당을 뽑아준 것은 국정운영을 책임지라는 의미였다”며 “야당은 야당의 역할만 하고 나머지는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지 (민주당이)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전날인 23일 민주당 의원들이 당번을 정해가며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국회 본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을 방문해 “이제 그만 예산심의에 나서자”고 동료들을 설득했다. 그는 농성장에 3, 4시간 머물면서 “투쟁을 너무 오래 하면 분위기에 젖을 수 있지만, (투쟁현장) 밖에서 보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설득했다고 전했다. 부산지역의 유일한 민주당 의원인 그는 당내에서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홀로 지지하는 등 올 들어 ‘소수 의견’을 자주 내 왔다. 한나라당에서도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과 서울시당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서울 영등포을)이 유연한 태도를 주문했다. 민본21은 이날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여야 간 예산안 합의 처리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당 지도부가 경직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은 공개성명이나 기자회견 등 공개행동 대신 ‘조용한 의견전달’을 택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4대강 가운데 수질오염이 심각한 2곳을 먼저 다루는 식의 순차적인 4대강 사업 시행(2+2 방식) △대운하 사업의 사전작업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보(洑) 설치 및 강바닥 준설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모임 간사인 권영진 의원(서울 노원을)은 “민주당 내 온건파가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도록 우리가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준설 깊이, 보의 수와 크기를 조정하면 (여야 간 타협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강을 준설하고, 보로 물을 채워서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4대강 사업의 핵심 요소로, 이런 핵심 내용을 포기하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