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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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5-06-29~2025-07-29
종교68%
문학/출판13%
역사7%
음악3%
인사일반3%
문화 일반3%
사회일반3%
  • 교단·교파 초월…140년 한국 기독교 역사 한자리에

    한국 개신교 선교 14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2일 서울 은평구에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이사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목사)이 문을 연다.연 면적 1341㎡ 규모의 기독교역사문화관은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한국기독교 문화와 역사전체를 아울렀다. 상설전시관에선 선교 초기부터 2000년대 초까지 기독교가 펼쳤던 다양한 사회 활동을 소개하는 전시 ‘신앙이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개최된다. 구한말, 일제 강점기, 독립과 6·25 전쟁 시기, 산업·민주화 시기, 민주화 이행기로 구분해 전시했다. 내년 2월까지 열리는 기획전 ‘to 조선, from 한국’과 ‘아주 보통의 주말’에선 초기 선교사들의 다양한 복음 전파 활동을 만날 수 있다. 한국 개신교 선교의 문을 연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 집안이 대를 이어 모아온 ‘코리아 미션 필드’도 선보인다. 선교사들이 한국 상황을 본국에 알리기 위해 교파를 초월해 만든 영문 잡지다. 1905~1941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한국 기독교 140년 역사를 알리는 사진 및 자료 1000여 점 등이 전시된다. 이영훈 이사장은 “전시는 물론이고 프로그램과 심포지엄 등을 통해 기독교역사문화관을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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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평온한 들판이, 수천명 학살 현장이라니…

    논두렁 사이로 한가로이 핀 들꽃들. 고즈넉하게 펼쳐진 너른 들판 위에는 아지랑이만 아른거렸다. 더위에 지쳤는지 느리게 우는 매미 소리 사이로 이따금 울리는 이름 모를 새소리가 정겹다. 이런 곳이 무려 100여 년에 걸쳐 수천 명이 순교한 참혹한 학살의 현장이라니…. 2020년 11월 교황청이 승인한, 국내 유일의 국제 성지인 충남 서산시 해미국제성지를 14일 찾았다. 기록적인 극한 호우로 안타까운 수해를 당하기 며칠 전이었다. 성지는 신자들이 빈번히 순례하는 거룩한 장소. 가톨릭에는 교구장이 승인하는 교구 성지, 주교회의가 승인하는 국가 성지, 교황청이 승인하는 국제 성지가 있다. 아시아에서 국제 성지는 필리핀 마닐라 안티폴로 대성당, 인도 첸나이 성 토마스 대성당에 이어 세 번째다. 해미 지역에선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1871년) 등을 거치며 100여 년 동안 수천 명이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이 기록된 사람만 132명. 특히 병인박해 시기에는 관헌들이 교수형과 참수 등으로 한 명씩 처형하는 데 지쳐 아예 물웅덩이와 구덩이에 수십 명씩 몰아넣고 생매장하는 행위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한다. 경내 노천성당 옆에 상당한 깊이와 너비를 가진 ‘진둠벙’이란 이름의 웅덩이가 있는데, 팔을 묶고 끌고 가던 신자들을 거꾸로 떨어뜨려 죽게 한 곳이다. 국제 성지는 대부분 유명한 성인이나 특별한 기적 등과 연관이 있는 곳이다. 인도의 국제 성지인 성 토마스 대성당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사도 토마스의 무덤 위에 세워진 교회다. 반면 해미국제성지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순교자 대부분이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은 무명 순교자들의 땅. 하지만 교황청에서는 오히려 이런 ‘특별하지 않음’을 더 가치 있는 신앙의 모범으로 여겼다. 국제 성지가 되기 전인 2014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특별 방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6년 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해미성지를 국제 성지로 선포했다. 국제 성지답게 경내 대성당에서는 매일 오전 11시 미사가 열린다. 이날 미사를 맡은 인도 출신의 하비에르 신부는 “방문객이 많은 날은 성지와 관련된 내용으로, 적은 날은 일상적인 내용으로 미사를 본다”며 “오늘은 폭염으로 사람이 적어 일상적인 내용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6일에는 휴가차 방한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을 맡고 있는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했다. 유 추기경은 대전교구장 시절 해미성지의 국제 성지 추진을 주도한 바 있다. 그늘에 앉아 잠시 흐르는 땀을 닦는데 ‘여숫골’이라 쓰인 커다란 돌덩이가 보였다. 이 지역의 다른 이름이다. 당시 형장으로 끌려가거나, 산 채로 매장당하던 신자들이 한결같이 ‘예수, 마리아’를 절규했다. 이 소리가 멀리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여수, 머리’로 들렸다는 것. 이 말이 세월이 흐르면서 이렇게 변했다고 한다. 기독교 전통이 깊은 나라도 아니었는데, 목숨을 버려서까지 자신이 택한 길을 간 이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종교를 떠나, 그 무엇으로든 자신의 삶을 진실함으로 채우려 했던 옛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하루였다.서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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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쾌한 아리랑 통해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켰죠”

    “칠성각 꽃심 속에 여며놓은 태극기여/초월 스님 보살도(菩薩道)가 찬란히 서려 있네/진관사 애국행(愛國行)이어라 아리 아리랑/아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달 22일 서울 은평구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주지 법해 스님)에서 합창곡 ‘진관 아리랑’(김연갑 작사·박범훈 작곡)이 초연됐다. 진관사는 일제강점기 비밀결사체인 ‘일심회’를 조직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등 불교계 항일독립운동의 중심 인물이었던 백초월(白初月) 스님(1878∼1944)이 머물렀던 곳이다. 2009년 사찰 내 칠성각 해체 보수 과정에서 백초월 스님이 숨긴 것으로 추정되는 ‘진관사 태극기’ 등 독립운동 관련 유물 20여 점이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진관 아리랑은 이런 진관사의 역사와 백초월 스님의 항일독립운동 활동을 기린 국악 합창곡이다. 노래를 작곡한 박범훈 조계종 불교음악원장(동국대 한국음악과 석좌교수)을 10일 진관사에서 만났다. ―한스럽고 슬플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신나고 흥겹습니다.“우리 아리랑의 진정한 매력은, 한스럽기만 한 게 아니라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데 있어요. 그래서 느리면 한이 서리고 슬프고 애간장을 녹이지만, 또 장단을 바꿔서 흥겹게 부르면 그렇게 신나는 가락이 없지요. 느리게 만들어서 슬픔과 한이 배어나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유가 무엇인가요.“지금 시대에 굳이 아리랑을 구슬프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술을 많이 먹고 거북할 때 토하면 속이 편해지듯, 경쾌한 아리랑을 통해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켜 토해내는 것이죠. 아직 충분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좀 기쁘게, 흥겹게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찰 이름이 붙은 첫 아리랑이라고 들었습니다.“맞습니다. 원래 진관사 태극기가 발견된 2009년에 당시 주지인 계호 스님이 백초월 스님과 진관사 태극기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부탁했는데, 그때는 너무 바빠서 만들지 못했어요. 그게 늘 마음의 짐이었죠. 마침 올해가 광복 80주년인 데다, 마침 진관사에서 백초월예술제가 처음으로 열려 쓰게 됐지요.” ―백초월 스님이 누군지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국내 독립운동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분입니다. 만해 한용운과 백용성 스님이 체포되자 뒤를 이어 ‘승려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의용승군제를 추진한 독립투사시죠. 1944년 일제에 의해 옥고를 치르다 순국하셨지요. 진관사 태극기는 1920년 초 일제에 체포되기 직전 긴박한 상황에서 당시 진관사에 머물던 스님이 칠성각 벽 속에 숨겨 놓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태극기에 독립신문 등 사료 20점이 싸인 채였는데, 90년 가까이 아무도 모르게 보존되다가 기적처럼 발견된 것이지요.” ―진관사 태극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요.“진관사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의 형상을 먹으로 덧칠해 항일 독립 의지와 애국심을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라고 해요. 더욱이 왼쪽 윗부분 끝자락은 불에 타 손상되고, 여러 곳에 구멍이 뚫린 흔적으로 미뤄 만세운동 등 실제 독립운동 과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지요. 이런 의미를 알고 진관 아리랑을 부르면 더 뜻깊은 광복 80주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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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쾌한 아리랑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켜 토해내고 싶었어요”

    “칠성각 꽃심 속에 여며놓은 태극기여/ 초월 스님 보살도(菩薩道)가 찬란히 서려 있네/ 진관사 애국행(愛國行)이어라 아리 아리랑/ 아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광복 80주년을 맞아 지난달 22일 서울 은평구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주지 법해 스님)에서 합창곡 ‘진관 아리랑(김연갑 작사·박범훈 작곡)’이 초연됐다. 진관사는 일제강점기 비밀결사체인 ‘일심회’를 조직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등 불교계 항일독립운동의 중심 인물이었던 백초월(白初月) 스님(1878~1944)이 머물렀던 곳이다. 2009년 사찰 내 칠성각 해체 보수 과정에서 백초월 스님이 숨긴 것으로 추정되는 ‘진관사 태극기’ 등 독립운동 관련 유물 20여 점이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진관 아리랑은 이런 진관사의 역사와 백초월 스님의 항일독립운동 활동을 기린 국악 합창곡이다. 노래를 작곡한 박범훈 조계종 불교음악원장(동국대 한국음악과 석좌교수)을 10일 진관사에서 만났다.―한스럽고 슬플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신나고 흥겹습니다. “우리 아리랑의 진정한 매력은, 한스럽기만 한 게 아니라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데 있어요. 그래서 느리면 한이 서리고 슬프고 애간장을 녹이지만, 또 장단을 바꿔서 흥겹게 부르면 그렇게 신나는 가락이 없지요. 느리게 만들어서 슬픔과 한이 배어나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이유가 무엇인가요.“지금 시대에 굳이 아리랑을 구슬프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술을 많이 먹고 거북할 때 토하면 속이 편해지듯, 경쾌한 아리랑을 통해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켜 토해내는 것이죠. 아직 충분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제는 좀 기쁘게, 흥겹게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사찰 이름이 붙은 첫 아리랑이라고 들었습니다.“맞습니다. 원래 진관사 태극기가 발견된 2009년에 당시 주지인 계호 스님이 백초월 스님과 진관사 태극기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부탁했는데, 그때는 너무 바빠서 만들지 못했어요. 그게 늘 마음의 짐이었죠. 마침 올해가 광복 80주년인 데다, 마침 진관사에서 백초월예술제가 처음으로 열려 쓰게 됐지요.”―백초월 스님이 누군지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국내 독립운동을 연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분입니다. 만해 한용운과 백용성 스님이 체포되자 뒤를 이어 ‘승려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의용승군제를 추진한 독립투사시죠. 1944년 일제에 의해 옥고를 치르다 순국하셨지요. 진관사 태극기는 1920년 초 일제에 체포되기 직전 긴박한 상황에서 당시 진관사에 머물던 스님이 칠성각 벽 속에 숨겨 놓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태극기에 독립신문 등 사료 20점이 쌓인 채였는데, 90년 가까이 아무도 모르게 보존되다가 기적처럼 발견된 것이지요.”―진관사 태극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요.“진관사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의 형상을 먹으로 덧칠해 항일 독립 의지와 애국심을 강렬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라고 해요. 더욱이 왼쪽 윗부분 끝자락은 불에 타 손상되고, 여러 곳에 구멍이 뚫린 흔적으로 미뤄 만세운동 등 실제 독립운동 과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지요. 이런 의미를 알고 진관 아리랑을 부르면 더 뜻깊은 광복 80주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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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끼 식사, 공양 여기면 몸-마음 달라져… 지금 힘들다면 먹는 것부터 바꿔 보길”

    “매끼를 식사(食事)가 아닌, 공양(供養)이라 불러보세요. 몸도 마음도 세상도 달라집니다.” 9일 서울 강남구 대한불교조계종 법룡사 사찰음식문화센터에서 만난 선재 스님은 “지금 힘들다면, 먹는 것부터 바꿔보라”라고 권했다. 국내 사찰음식명장 1호인 그는 최근 대중 특강에 나서는 등 ‘좋은 음식’의 본질을 알리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공양이라 부르기만 해도 효과가 있다고요.“식사는 그냥 밥을 먹는 행위예요. 공양은 먹는 것을 넘어, 나눔의 의미가 있지요. 이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햇볕, 물, 공기 등 얼마나 많은 자연의 나눔이 있었습니까.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건 어머니의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에 좋고, 그걸 나누면 행복해지지요.” ―고통스럽다면 먹는 걸 바꾸라는 게 선문답 같습니다.“열반경(涅槃經)에 사람들이 고통과 어려움을 석가모니 부처님께 호소하는 내용이 있어요. 다 들으신 뒤 부처님의 첫 질문이 ‘당신은 무슨 음식을 어떻게 해서 먹고 삽니까’였지요. 불경에 ‘식자제(食自制)가 곧 법자제(法自制)’란 말이 있습니다. 나쁜 음식 먹으면 병이 나듯, 편안하고 행복해지려면 건강한 음식이 토대라는 것이지요.” ―음식이 성격도 바꾼다고요.“짜게 먹는 지역은 성격이 급한 사람이 많아요. 아이들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밥을 먹은 뒤와 과자를 먹은 뒤에 떠드는 게 양상이 달라요. 과자를 먹으면 더 거칠고 과격한 모습을 보이지요.” ―모든 채소는 약인데, 약은 독과 통한다고 하셨습니다.“따뜻한 식재료는 된장에, 냉한 것은 고추장에 무쳐 성질을 중화시켜 먹어야 속이 편해요. 우리가 쑥떡을 먹는데, 쑥 자체는 독해서 아주 어릴 때 아니면 그냥 먹을 수 없어요. 하지만 삶아서 쌀과 섞으면 먹기 편하지요. 요리란 이런 식재료의 성질을 사람과 맞게 연결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행위입니다.” ―다음 달 아이들을 위한 사찰음식 특강을 하시더군요.“요리법을 배운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좋은 음식이 뭔지 안다면 스스로 나쁜 음식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식이 곧 수행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 행복의 시작이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폭염이 심해서 찬 것만 찾게 됩니다.“이럴 땐 보리차가 정말 좋아요. 보리가 냉한 성질이라 더울 때 몸을 중화시키거든요. 보리를 볶아 물에 넣고 끓이면 되니 만드는 법도 간단하지요.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좋아요. 뭐든지 수고가 들어가야 얻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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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재 스님 “음식이 성격도 바꿔요…짜게 먹으면 급해지죠”

    “매끼를 식사(食事)가 아닌, 공양(供養)이라 불러보세요. 몸도 마음도 세상도 달라집니다.”9일 서울 강남구 대한불교조계종 법룡사 사찰음식문화센터에서 만난 선재 스님은 “지금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먹는 것부터 바꿔보라”라고 권했다. 국내 사찰음식명장 1호인 그는 최근 김치를 주제로 대중 특강에 나서는 등 ‘좋은 음식’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공양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고요.“식사는 그냥 밥을 먹는 행위에요. 반면 공양에는 단순히 먹는 것을 넘는, 나눔의 의미가 있지요. 이 음식이 내게 오기까지 햇볕, 물, 공기 등 얼마나 많은 자연의 나눔이 있었습니까.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 앞에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는 것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든 어머니 마음이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좋은 음식을 먹으면 몸에 좋고, 그걸 함께 나누면 서로 행복해지지요.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도 달라지지 않겠습니까.”―지금 고통스럽다면 먹는 걸 바꾸라는 게 선문답 같습니다.“열반경(涅槃經)에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과 어려움을 석가모니 부처님께 호소하는 내용이 있어요. 다 들으신 뒤에 부처님께서 던진 첫 질문이 ‘당신은 무슨 음식을 어떻게 해서 먹고 삽니까’였지요. 불경에 ‘식자제(食自制)가 곧 법자제(法自制)’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쁜 음식을 먹으면 병이 나듯,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려면 건강한 음식이 가장 기초적인 토대라는 것이지요.”―음식이 성격도 바꾼다고요.“짜게 먹는 지역은 성격이 급한 사람들이 많아요. 싱겁게 먹는 곳은 순한 사람이 많지요. 제가 아이들을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봤는데, 자세히 보면 밥을 먹은 뒤와 과자를 먹은 뒤에 떠드는 게 양상이 달라요. 과자를 먹은 뒤가 훨씬 더 거칠고 과격하게 떠드는 모습을 보이지요.”―모든 야채는 약인데, 약은 독과 통한다고 하셨습니다.“예를 들어 따뜻한 식재료는 된장에, 냉한 것은 고추장에 무쳐 서로 성질을 중화시켜 먹어야 속이 편해요. 우리가 쑥떡을 먹는데, 쑥 자체는 독해서 아주 어릴 때가 아니면 그냥 먹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삶아서 쌀과 섞으면 중화가 되기에 먹기 편하지요. 요리란 이런 식재료의 성질을 사람과 맞게 연결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다음 달 8, 9일에 아이들을 위한 사찰음식 특강을 하시더군요.“음식을 만드는 법을 배운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좋은 음식이란 게 무엇인지 그 정신과 의미를 안다면 스스로 나쁜 음식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식이 곧 수행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 행복의 시작이니 여러 면에서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요즘 폭염이 극심해서 찬 것만 찾게 됩니다.“이럴 때는 보리차가 정말 좋아요. 옛날에 아이가 열나면 보리차를 먹였잖아요. 보리가 냉한 성질이라 더울 때 몸을 중화시키거든요. 보리를 볶아서 물에 넣고 끓이면 되니까 만드는 법도 아주 간단하지요.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 먹는 게 좋아요. 뭐든지 수고가 들어가야 얻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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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의 기적’ 경주 마애불, 모의실험 거쳐 12월 입불 결정

    “5cm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磨崖佛·자연 암벽에 조각한 불상)입상’의 입불(入佛·불상을 세우는 작업) 여부가 12월 최종 결정된다. 최응천 전 국가유산청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분석·조사한 마애불 상태와 입불·이운(移運·불상을 옮기는 것)을 위한 본격적인 ‘실대형 모의실험’(실제와 같은 상태·조건에서 진행하는 실험) 계획 등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2월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마애불 입불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2007년 5월 경주 남산 기슭에서 엎어진 채로 발견된 80t 무게의 이 불상은 지형적, 기술적 어려움과 파손 우려 탓에 지금까지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약 600년 전인 1430년 발생한 지진으로 쓰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엎어진 불상 얼굴과 바닥 사이는 불과 5cm. 암벽에서 떨어져 추락했는데도 기적처럼 용모와 형상이 고스란히 보존돼 ‘5cm의 기적’으로 불린다. 통일신라 시대인 9세기경 조성된 마애불 중 가장 완벽한 얼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계종과 국가유산청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입불을 검토했지만, 무리해서 세우려다가 불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쉽게 추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9월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진우 스님이 마애불 입불을 최우선 과제로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쓰러진 상태로 계속 두는 것도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학계의 지적도 입불 추진에 힘을 보탰다. 계획안에 따르면 마애불은 넘어지면서 내부적으로 약 13개의 균열이 나 있는 상태. 이에 입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훼손을 막기 위해 국가유산청은 같은 크기, 모양의 석불을 제작해 유사한 지형 조건에서 실제로 들어 올리는 실험을 이달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모형 석불은 마애불 상태와 최대한 유사하도록 경주 화강암을 상·중·하단 7개 면으로 접합해 제작했다. 실험 장소도 마애불 발견 당시의 상태를 재현해 조성했다. 국가유산청은 다음 달 말까지 불상을 감싸고 보호할 외부 프레임 제작을 마칠 계획이다. 9월 말까지 이동 실험, 11월 초까지 지지대 제작 및 입불 실험에 나선다. 국가유산청 측은 “마애불이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탓에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무겁다”며 “불상을 바로 세울 경우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불상의 안정성을 보완할 지지대 및 지반 테스트도 상당히 중요한 점검 사안이다. 여름철 폭우로 지반이 약해질 경우 불상과 프레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은 11월 초까지 실험이 마무리되면 결과를 12월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에 올려 입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입불이 확정될 경우 내년 1월부터 현장 기반 시설 조성 등 본격적인 입불 작업이 시작된다. 진우 스님은 이 자리에서 마애불의 역사적·신앙적 가치를 강조하며 “신중하게 실대형 모의실험을 마무리해,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입불까지 완성해 달라”라고 당부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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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년 기다린 입불…80t 경주 마애불, 드디어 바로 설까

    “5cm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磨崖佛·자연 암벽에 조각한 불상)입상’의 입불(入佛·불상을 세우는 작업) 여부가 12월 최종 결정된다.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분석·조사한 마애불 상태와 입불·이운(移運·불상을 옮기는 것)을 위한 본격적인 ‘실대형 모의실험’(실제와 같은 상태·조건에서 진행하는 실험) 계획 등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2월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마애불 입불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2007년 5월 경주 남산 기슭에서 엎어진 채로 발견된 80t 무게의 이 불상은 지형적, 기술적 어려움과 파손 우려 탓에 지금까지 일으켜 세우지 않아 왔다. 학계에서는 약 600년 전인 1430년 발생한 지진으로 쓰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엎어진 불상 얼굴과 바닥 사이는 불과 5cm. 암벽에서 떨어져 추락했는데도 기적처럼 용모와 형상이 고스란히 보존돼 ‘5cm의 기적’으로 불린다.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경 조성된 마애불 중 가장 완벽한 얼굴을 갖춘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조계종과 국가유산청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입불을 검토했지만, 무리해서 세우려다 불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쉽게 추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9월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진우 스님이 마애불 입불을 최우선 과제로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쓰러진 상태로 계속 두는 것도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학계의 지적도 입불 추진에 힘을 보탰다. 계획안에 따르면 마애불은 넘어지면서 내부적으로 약 13개의 균열이 나 있는 상태. 이에 입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훼손을 막기 위해 국가유산청은 같은 크기, 모양의 석불을 제작해 유사한 지형 조건에서 실제로 들어 올리는 실험을 이달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모형 석불은 마애불 상태와 최대한 유사하도록 경주 화강암을 상·중·하단 7개 면으로 접합해 제작됐다. 실험장소도 마애불 발견 당시의 상태를 재현해 조성했다.국가유산청은 다음 달 말까지 불상을 감싸고 보호할 외부 프레임 제작을 마칠 계획이다. 9월 말까지 이동 실험, 11월 초까지 지지대 제작 및 입불 실험을 나선다. 국가유산청 측은 “마애불이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탓에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무겁다”며 “불상을 바로 세울 경우,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불상의 안정성을 보완할 지지대 및 지반 테스트도 상당히 중요한 점검 사안이다. 여름철 폭우로 지반이 약해질 경우, 불상과 프레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국가유산청은 11월 초까지 실험이 마무리되면 결과를 12월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에 올려 입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입불이 확정될 경우 내년 1월부터 현장 기반 시설 조성 등 본격적인 입불 작업이 시작된다. 진우 스님은 이 자리에서 마애불의 역사적·신앙적 가치를 강조하며 “신중하게 실대형 모의실험을 마무리해,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입불까지 완성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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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가벼운 더위’의 무서움… 폭염보다 사망자 더 많다

    대중을 위해 쓰인 기후 변화 관련 책들은 분야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이런 형식이다. ①야! 기후 위기가 오고 있어. ②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 알아? ③정신 차려, 안 그러면 큰일 나. ④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어. 다 함께 나서자! 세월이 흐르면서 ①의 ‘오고 있다’가 ‘왔다’로 달라졌을 뿐 나머지 패턴은 비슷하다. 그런데 암울한 생각이지만, 이미 파국은 왔고 돌이킬 방법도 없는데 기후 관련 전문가나 연구자란 사람들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에 기대어 허망한 동아줄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개미들이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에어컨 끄고, 일회용품을 자제하면 뭐 하나. 분리수거라는 개념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 상승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파리협약을 보란 듯이 탈퇴하는데.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공정책대학원 및 와튼스쿨 교수인 저자가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피해의 ‘숨겨진 비용’을 지적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등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보이지 않는 더 방대한 피해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기온이 35.0도를 넘는 날 사망률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26.6∼35.0도의 날씨에도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연구팀 추정에 따르면 높아진 기온으로 늘어난 노령 사망자의 3분의 2 이상이 이렇게 가벼운 더위 때문에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뉴스에서 다룰 만한 폭염으로 분류된 더위는 없었다.’(5장 ‘폭염은 어떻게 삶을 무너뜨리는가’에서) 전문가가 아니라면, ‘가벼운 더위’로 인한 사망을 기후 변화와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욱이 ‘가벼운 더위’는 폭염보다 온도는 낮지만, 훨씬 더 많이 자주 발생해 사망자의 총량은 ‘폭염’ 때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그 ‘가벼운’이란 용어 때문에 이를 기후 변화의 피해로 잘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이렇게 덜 극단적이지만, 더 자주 발생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기상 현상의 한계 효과를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 때문인지, 환경경제학자로서의 정체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도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유럽연합(EU) 내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감소, 의미 있을 정도의 전기차 판매와 태양광, 풍력 발전소의 증가 등을 근거로 든다. 저자는 2021년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새 승용차 중 약 80%가 순수 전기차였다고 말한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갈 길이 멀지만, 세계는 본격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정말, 열심히만 한다면 우리의 작은 등으로 구멍 난 독을 메울 수 있을까. 자기와 자기 나라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가 웬 말?” 이런 무지막지한 말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옆에서 독을 ‘팡팡’ 깨는데, 우리의 작은 등으로 구멍을 메울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가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의 수장(水葬)을 일으킨다고나 해야 관심을 가질지…. 콩쥐야! 우리 이미 ‘O’된 거 아냐? 원제 ‘Slow Burn: The Hidden Costs of a Warming World’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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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최광희 신부 임명

    레오 14세 교황은 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최광희 마태오 신부(47·사진)를 임명했다. 2004년 사제품을 받은 최 보좌주교는 2013~2020년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담당 사제로 사목했다. 2023년부터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대변인으로 일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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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천년 숲, 여기가 극락일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태양이 눈부셔서” 권총을 들지만, 실은 “뜨거워서”가 아니었을까. 손에 총이 있었다면, 태양을 향해 쏘고 싶을 정도. 태양이 화살처럼 작열해 내리꽂힌다는 게 이런 걸지도. 이런 날씨는 중간에 차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이라도 하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 가만히 있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가장 싫어하는 상사와 단둘이 여름휴가를 떠난 느낌이랄까. 그렇게 짜증 반, 화 반으로 도착한 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주지 퇴우 정념 스님) 선재길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상사가 갑자기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짜증과 화, 폭염을 모두 데리고.지난달 30일 찾은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 일주문 전나무숲길부터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까지 계곡을 끼고 걷는 약 9km의 순례길이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울창한 산림 속을 폭포처럼 쏟아지는 계곡물에 취해 걷다 보면 폭염, 무더위, 열대야는 딴 나라 이야기가 돼버린다. 이런 인기가 더해져 ‘오대산 천년 숲 선재길 걷기 행사’는 2004년부터 매년 여름 열리고 있다. 한눈팔지 않고 걷기만 하면 보통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일주문에 서니 장대한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약 1km에 걸쳐 1700여 그루가 있다는데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 황톳길을 조성해 일주문 앞에서 신발을 벗는 이가 많은데, 짙은 피톤치드 향과 함께 걷는 내내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먹이만 보여주면 쪼르르 다가오는 다람쥐와 함께 걷는 즐거움은 덤. 선재길의 또 다른 장점은 순례길을 걸으며 중간중간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에는 팔각구층석탑(국보)과 석조보살좌상(국보),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현존하는 한국 종 중 가장 오래된 상원사 동종(국보) 등 안 보면 후회할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적광전 앞 팔각구층석탑 앞에 서니 탑에 달린 수십 개의 풍경(風磬)이 바람에 흔들려 청아한 ‘화음’을 낸다. 폭염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고…극락이 따로 없다. 금강연(金剛淵), 월정사 부도군, 반야연(般若淵)을 지나 상원사로 오른다. 금강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물이 휘돌아 모여서 못이 되는데, 용이 숨어 있다는 말이 전해온다. 봄이면 열목어가 천 마리, 백 마리씩 무리 지어서 물을 거슬러 올라온다”고 묘사됐던 장소. 반야연의 물이 내려와 모이는 곳이다. 코스에선 다소 떨어져 있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 한번 가보면, 왜 이곳에 실록을 보관했는지 느낌이 확 온다. 왜군, 청군, 북한군조차 알고 오지 않는다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꼭꼭 숨어 있다. 상원사는 세조가 이곳에 와 피부병이 나았다는 일화가 있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상원사 동종이 있는 그곳이다. 그런데 사찰 입구가 계단 꼭대기에 있다. 너무 가팔라 하늘을 쳐다볼 정도로 고개를 들어야 문이 보인다. 계단 양쪽은 군데군데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다. 벌써 이곳은 가을이 시작된 것일까. 왜 폭염이 여기서는 맥을 못 추는지 실감이 난다.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와는 또 다른 맛. ‘걸어야 한다, 봐야 한다’는 생각이 없으니 오를 때는 안 보였던 게 눈에 들어온다. “들꽃이 저렇게 많았나?” 아쉽지만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일주문 앞, 세워둔 차에 올랐는데 사라졌던 상사가 나타났다. 폭염도 다시 시작됐다.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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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진 곳…오대산 월정사 선재길 걸어보니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태양이 눈 부셔서” 권총을 들지만, 실은 “뜨거워서”가 아니었을까. 손에 총이 있었다면, 태양을 향해 쏘고 싶을 정도. 태양이 화살처럼 작열해 내리꽂힌다는 게 이런 걸지도. 이런 날씨는 중간에 차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이라도 하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 가만히 있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가장 싫어하는 상사와 단둘이 여름휴가를 떠난 느낌이랄까. 그렇게 짜증 반, 화 반으로 도착한 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주지 퇴우 정념 스님) 선재길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상사가 갑자기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짜증과 화, 폭염을 모두 데리고.지난달 30일 찾은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 일주문 전나무숲길부터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까지 계곡을 끼고 걷는 약 9㎞의 순례길이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울창한 산림 속을 폭포처럼 쏟아지는 계곡물에 취해 걷다 보면 폭염, 무더위, 열대야는 딴 나라 이야기가 되버린다. 이런 인기가 더해져 ‘오대산 천년 숲 선재길 걷기 행사’는 2004년부터 매년 여름 열리고 있다. 한눈팔지 않고 걷기만 하면 보통 약 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일주문에 서니 장대한 전나무숲이 펼쳐진다. 약 1㎞에 걸쳐 1700여 그루가 있다는데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 황토로 길을 조성해 일주문 앞에서 신발을 벗는 이가 많은데, 짙은 피톤치드 향과 함께 걷는 내내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먹이만 보여주면 쪼르르 다가오는 다람쥐와 함께 걷는 즐거움은 덤. 선재길의 또 다른 장점은 순례길을 걸으며 중간중간 볼거리가 풍부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에는 팔각구층석탑(국보)과 석조보살좌상(국보),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현존하는 한국 종 중 가장 오래된 상원사 동종(국보) 등 안 보면 후회할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적광전 앞 팔각구층석탑 앞에 서니 탑에 달린 수십 개의 풍경(風磬)이 바람에 흔들려 청아한 ‘화음’을 낸다. 폭염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고… 극락이 따로 없다.금강연(金剛淵), 월정사 부도군, 반야연(般若淵)을 지나 상원사로 오른다. 금강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물이 휘돌아 모여서 못이 되는데, 용이 숨어 있다는 말이 전해온다. 봄이면 열목어가 천 마리, 백 마리씩 무리 지어서 물을 거슬러 올라온다”라고 묘사됐던 장소. 반야연의 물이 내려와 모이는 곳이다. 코스에선 다소 떨어져 있지만, 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 한 번 가보면, 왜 이곳에 실록을 보관했는지 느낌이 확 온다. 왜군, 청군, 북한군조차 알고 오지 않는다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꼭꼭 숨어 있다.상원사는 세조가 이곳에 와 피부병이 나았다는 일화가 있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상원사 동종이 있는 그곳이다. 그런데 사찰이 계단 꼭대기에 입구가 있다. 너무 가팔라 하늘을 쳐다볼 정도로 고개를 들어야 문이 보인다.계단 양쪽은 군데군데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다. 벌써 이곳은 가을이 시작된 것일까. 왜 폭염이 여기서는 맥을 못 추는지 실감이 난다.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와는 또 다른 맛. ‘걸어야 한다, 봐야 한다’는 생각이 없으니 오를 때는 안 보였던 게 눈에 들어온다. “들꽃이 저렇게 많았나?”아쉽지만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일주문 앞, 세워둔 차에 올랐는데 사라졌던 상사가 나타났다. 폭염도 다시 시작됐다.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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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베이징 택배기사의 ‘길거리 다큐’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책을 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 해야 한다면 더더욱. 그래서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TV를 켜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낸다.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선물을….’ 이런 어디서 주워들은 힐링 어록으로 자신을 다독이며. 이 책의 저자는 그와는 정반대 인생을 살았다. 20년간 19개의 직업을 전전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삶’이라는 횟감을 변두리 횟집 할머니의 ‘투박한 칼질’로 썰었다. ‘OO상 수상작’ ‘세계적인 석학의 날카로운 통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같은 현학적 수식어구에 혹해 책을 선택하는 우리에게 “이봐! 원래 글이란 그렇게 요란스러운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식으로 일하면 곤란하지. 고객이 왕이라는 말도 오르나?” 나는 멈칫했다가 본능적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왕이 한 명이라야 말이지요. 저는 매일 엄청 많은 왕을 섬겨야 하는 걸요.” 그러자 노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애당초 화가 난 게 아니라 화난 척하며 나를 놀렸던 것이다.’(‘정식 팀원이 되었지만’에서) 20년간 19개 직업을 거친 사람, 4분에 한 개꼴로 배달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일(택배)을 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불만과 냉소, 우울함 등이 배어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편에 흐르는 저자의 감성은 긍정과 유머다. 그렇다고 대놓고 유머나 우스개를 소개하는 방식은 아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꼬시’처럼 뼈째 썰어 내놓는데, 그 안에 유머와 긍정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 자신이 본 것을 독자가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써 내려가는 것을 보면, 정말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제목만 보면 수많은 직업을 경험한 한 노동자의 고된 일터 경험 같지만, 그보다는 그 속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성찰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적은 인생 성장기에 가깝다. 원제 ‘我在北京送快递’.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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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대통령 친서, 교황에 전달… 올해 두 분 만남 기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많은 추기경이 ‘한국은 괜찮냐’고 묻는데…,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3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유 추기경은 2021년 한국인 성직자 중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됐으며, 이듬해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지난달 열린 교황 선출 추기경단 회의인 콘클라베에 한국인 추기경 중 유일하게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여름 휴가를 맞아 한국을 방문 중이다.유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7일 추기경 전체 회의가 열렸는데, 세계에서 온 추기경들로부터 ‘당신 집안은 무사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님마저 놀라서 ‘한국에서 계엄이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지?’ 하고 묻는데, 괜찮다고 답하면서도 속으로 참 많이 부끄러웠다”고 떠올렸다.그는 올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와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한 배경도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당시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한다”며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 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비상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교회 안팎에서 목소리를 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종교인이고 한국을 떠나 있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좀 늦어지긴 했는데, 주변에서도 이럴 때 한마디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발표하게 됐어요. 그나마 요즘은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민주주의를) 바로잡았다고 말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유 추기경은 가까운 시일에 교황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자신이 직접 교황 레오 14세에게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친서에는 ‘가까운 시일’이라고 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올해 안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등을 통해 남북 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WYD는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청년이 참가하는 가톨릭계 큰 행사 중 하나.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는 150만여 명이 참가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참가 여부도 관심사다. 유 추기경은 “북한이 올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먼저 나서서 얘기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했을 때 북한에서도 올 수 있는지 백방으로 타진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노력은 해야 하지만, 상대가 있는 만큼 (무르익을 때까지) 겉으로 내색은 안 하는 지혜가 필요해요.”유 추기경은 “교황 레오 14세와는 추기경 시절 같은 아파트 아래위층에 살아 매우 친하다”며 “교황은 직접 말하는 것보다 추기경, 장관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게 하고 자신은 끝까지 듣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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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伊 유학 한국인 부제 2명에 직접 사제품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부제(副祭) 2명이 교황 레오 14세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이 교구 소속 이재현 안젤로 부제(양천본당)와 함현준 프란치스코 부제(대치성모탄신본당)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레오 14세 교황 주례로 사제품을 받아 신부가 됐다. 원래 이 부제 등의 사제 서품식은 내년 2월 명동대성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황이 지난달 25∼27일 바티칸에서 열린 ‘사제들의 희년’ 행사 마지막 날에 로마에서 유학 중인 세계 부제들에게 직접 서품하기로 결정하며 예식이 열렸다. 이날 사제품을 받은 부제는 이 신부를 포함해 32명이다. 이 신부는 교황청립 우르바노대에서 성서신학을, 함 신부는 같은 학교에서 교의신학을 전공해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교황으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아 신부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부는 소속 교구에서 서품식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 가톨릭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처음 방한했던 1984년 5월 허영엽 당시 부제 등 38명이 교황으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은 적이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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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부제 2명, 레오 14세 교황에게 사제품 받았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부제(副祭) 2명이 교황 레오 14세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이 교구 소속 이재현 안젤로(양천본당) 부제와 함현준 프란치스코(대치성모탄신본당) 부제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레오 14세 교황 주례로 사제 서품을 받아 신부가 됐다. 원래 이 부제 등의 사제 서품식은 내년 2월 명동대성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황이 지난달 25∼27일 바티칸에서 열린 ‘사제들의 희년’ 행사 마지막 날에 로마에서 유학 중인 세계 부제들에게 직접 서품하기로 결정하며 예식이 열렸다. 이날 사제 서품을 받은 부제는 이 신부를 포함해 32명이다. 이 신부는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에서 성서신학을, 함 신부는 같은 학교에서 교의신학을 전공해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교황으로부터 직접 서품을 받아 신부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부는 소속 교구에서 서품식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 가톨릭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처음 방한했던 1984년 5월 허영엽 당시 부제 등 38명이 교황으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은 적이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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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총림 송광사 법흥 대종사 입적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총림 순천 송광사 동당 도연당(度然堂) 법흥(法興) 대종사(사진)가 1일 입적했다. 법랍 67년, 세수 95세.1931년 충북 괴산에서 출생한 법흥 대종사는 1959년 동화사에서 인곡 스님을 계사로, 효봉 스님은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1961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보살계, 비구계를 수지했다. 조계종 제4, 7, 8대 종회의원을 지냈으며, 2008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빈소는 송광사 선호당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5일 오후 2시 송광사에서 조계총림장으로 엄수된다. 061-755-0107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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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훈련으로 뇌 변화 이끄는 명상… 1만시간 수행자는 뇌 7, 8년 젊어”

    “명상할 때는 꼭 자신의 마음 상태와 행동 패턴을 기록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명상이 마음 훈련을 넘어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6월 17일 대전 KAIST 명상과학연구소에서 만난 김완두 소장(미산 스님)은 “명상은 단순한 휴식을 넘는, 마음 훈련을 통해 장기적으로 뇌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명상과학연구소는 전통 명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인공지능(AI), 뇌과학 등의 연구와 융합하는 연구를 한다. 2018년 3월 문을 열었으며, 현재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박형동 교수 등이 공동 연구 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김 소장은 “휴식과 명상은 과학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휴식할 땐 뇌파에 주로 알파파(8∼13Hz)가 나타나지만, 깊은 명상 상태에서는 감마파(30∼100Hz)와 세타파(4∼8Hz)가 동시에 나타나는 특이한 패턴이 관찰된다”라고 했다. 알파파는 휴식 때, 세타파는 명상 등 조용히 집중할 때, 감마파는 일반적으로 집중 상태가 가장 깊을 때 나타나는 뇌파로 알려져 있다. 또 명상 전후의 호르몬을 비교 측정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확연히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명상을 1만 시간 이상 수행한 사람의 경우 중추신경(뇌와 척수)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질 밀도가 증가하고, 뇌의 노화 정도가 비수행자보다 평균 7, 8년 젊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는 “요즘 명상이 인기를 끌다 보니 잘못 알거나 오해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라고 했다. 가장 큰 오해가 명상은 생각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는 것.“흔히 명상 중에 생각이 떠오르면 실패했다고 느끼지만, 명상의 목적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고 비판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에요. 명상을 통해 특별한 경험이나 상태를 ‘추구’하려는 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는 “명상하는 도중 특별한 감각이나 상태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이를 목표로 삼으면 명상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라며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강도 높게 오랫동안 하는 것보다 5∼10분 정도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흔히 명상을 편안하게 긴장을 풀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아는 분이 많아요. 명상 수련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는 ‘내 마음 알아차리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에요. 이 과정에서 편안해질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을 관찰하는 동안 불편함,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수련 중에 어려움도 겪고요. 진정한 명상은 이런 과정을 모두 경험하며 얻는 것입니다.” 명상은 동양에서 시작됐는데도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보다 개발 및 활용면에서 뒤처져 안타깝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그동안 명상이 궁극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적 수행으로만 여겨져 대중화에 늦은 면이 많다”라며 “서구에서는 1970년대부터 일종의 정신건강 증진 방법으로 접근한 탓에 지금은 다양한 명상 기법이 개발되고 이를 정서, 인지,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대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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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상의 목적은 내 마음 알아차리기…단순휴식 넘어 뇌 변화 이끄는 훈련”

    “명상할 때는 꼭 자신의 마음 상태와 행동 패턴을 기록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명상이 마음 훈련을 넘어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6월 17일 대전 KAIST 명상과학연구소에서 만난 김완두 소장(미산 스님)은 “명상은 단순한 휴식을 넘는, 마음 훈련을 통해 장기적으로 뇌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명상과학연구소는 전통 명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인공지능(AI), 뇌과학 등의 연구와 융합하는 연구를 한다. 2018년 3월 문을 열었으며, 현재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박형동 교수 등이 공동 연구 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김 소장은 “휴식과 명상은 과학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휴식할 땐 뇌파에 주로 알파파(8~13Hz)가 나타나지만, 깊은 명상 상태에서는 감마파(30~100Hz)와 세타파(4~8Hz)가 동시에 나타나는 특이한 패턴이 관찰된다”라고 했다. 알파파는 휴식 때, 세타파는 명상 등 조용히 집중할 때, 감마파는 일반적으로 집중 상태가 가장 깊을 때 나타나는 뇌파로 알려져 있다. 또 명상 전후의 호르몬을 비교 측정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확연히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명상을 1만 시간 이상 수행한 사람의 경우 중추신경(뇌와 척수)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질 밀도가 증가하고, 뇌의 노화 정도가 비수행자보다 평균 7, 8년 젊게 나타난다고 한다.그는 “요즘 명상이 인기를 끌다 보니 잘못 알거나 오해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라고 했다. 가장 큰 오해가 명상은 생각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는 것.“흔히 명상 중에 생각이 떠오르면 실패했다고 느끼지만, 명상의 목적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고 비판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에요. 명상을 통해 특별한 경험이나 상태를 ‘추구’하려는 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그는 “명상하는 도중 특별한 감각이나 상태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이를 목표로 삼으면 명상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라며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강도 높게 오랫동안 하는 것보다 5~10분 정도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흔히 명상을 편안하게 긴장을 풀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아는 분이 많아요. 명상 수련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는 ‘내 마음 알아차리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에요. 이 과정에서 편안해질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을 관찰하는 동안 불편함,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수련 중에 어려움도 겪고요. 진정한 명상은 이런 과정을 모두 경험하며 얻는 것입니다.”명상은 동양에서 시작됐는데도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보다 개발 및 활용에서 뒤쳐진 것이 안타깝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그동안 명상이 궁극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적 수행으로만 여겨져 대중화에 늦은 면이 많다”라며 “서구에서는 1970년대부터 일종의 정신건강 증진 방법으로 접근한 탓에 지금은 다양한 명상 기법이 개발되고 이를 정서, 인지,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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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편한 진실, AI는 진심 담은 얘기 못해… 교회가 시대 맞게 활용하는 지혜 알려야”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 인공지능(AI)·빅데이터 관련 행사에서 AI를 이용한 기독교와 불교 기도문 작성 ‘키오스크’를 선보였다. 온라인에서도 AI로 쉽게 쓰는 대표 기도문과 설교 작성 요령 및 실전 팁까지 가르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까. 23∼25일 제주에서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 주최로 ‘AI 혁신의 시대, 목회 리더십’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목회 리더십’을 발표한 기독교대한감리회 김학중 목사(안산 꿈의교회)는 27일 “목사 대신 AI에 외로움과 자기 고민을 얘기하고 상담받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I에 고민을 상담한다니 놀랍습니다. “아무리 목사에게라도, 자신의 치부나 어려움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 AI는 완벽하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듣는 쪽의 생각이나 반응을 걱정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요. 시간과 장소의 구애도 없지요. 또 ‘즉시성’도 AI를 찾는 이유 중 하나예요.” ―즉시성이라니요. “목사 등 종교인의 고민 상담은 보통 그 자리에서 답을 주기보다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숙성’ 과정을 거쳐요. 시간이 걸리는 거죠. 그런데 AI는 바로 피드백을 해주니까…. 더군다나 몇 번만 질문과 대답을 하다 보면 알고리즘에 의해 원하는 답, 듣고 싶은 말을 해주니까 점점 더 빠지는 거죠.” ―AI가 작성한 기도문이나 설교문은 수준이 어떻습니까. “제가 설교 원고를 작성한 뒤, AI에 ‘요즘 설교 트렌드랑 비교하면 어떤 것 같으냐’고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비평가보다 놀랍도록 세세하게 평가해 주더군요. 국내외를 망라해 요즘 대중이 선호하는 목사들과 그들의 설교를 전부 분석해 비교해 주는 거죠. 그리고 사용자가 요구하는 형식으로 다시 재정리해 주고요. 설교를 듣는 사람들의 성향과 연령대, 시기, 사회적 이슈 등까지 고려해 작성해 주니….”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이죠. 설교는, 우리 표현으로 하면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받아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서 작성해 신도들에게 전하는 건데 AI는 그게 아니니까요. 말은 번드레하겠지만, 프롬프트를 읽는 것과 다를 게 뭐겠습니까. 이러다가 자칫 종교가 설 자리를 잃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부터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 게 이번 콘퍼런스지요.” ―그렇다고 AI를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더군요. “우리 교회에선 AI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외국에 보내주고 있어요. AI를 활용하면 제작은 물론 아프리카 오지 부족 언어로 더빙도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람이 가기 힘들고 위험한 곳까지 선교가 가능하지요.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더 빠지는 사람이 많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AI는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진심을 담아 얘기해 줄 수 없다는 점이지요. 슬기롭게, 시대에 맞게 활용하는 지혜를 교회가 나서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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