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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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6-02-22~2026-03-24
종교53%
문학/출판20%
문화 일반17%
음악7%
칼럼3%
  • “AI와 인간 탐욕의 잘못된 결합, 교황이 진짜 걱정하는 이유죠”

    “교황이 진짜 걱정하는 건… AI 뒤에 숨은 인간의 탐욕입니다.” 최근 레오 14세 교황이 사제들에게 “강론을 쓸 때 인공지능(AI)에 의존하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AI의 부작용이 종교계까지 성큼 다가간 것. 최근 ‘AI 시대의 삶과 신앙’(사진)을 출간한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 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는 19일 인터뷰에서 “AI로 인해 생겨나는 거의 모든 문제는 결국 그 뒤에 숨은 사람의 문제”라고 말했다. KAIST 물리학 박사 출신인 그는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신부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렇고, 다른 종교보다 교황청이 AI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화학을, 레오 14세 교황은 수학을 전공했어요. 이공계 출신이라 AI에 대한 이해가 훨씬 높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AI의 위험을 경고한 게 챗GPT가 나오기도 전이거든요. 그 이전 교황님들은 겪어보지 못한, 처음 겪는 문제지요.” ―AI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는 것입니까.“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스카이넷처럼, 스스로 생각해 인간을 말살하는 ‘Strong AI(강인공지능)’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자유의지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Weak AI(약인공지능)’는 이미 쓰고 있고,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Weak AI’가 무엇인지요.“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지금 우리가 쓰는 AI지요. 지난해 아마존이 3만 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어요. 다른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판교 테크노밸리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질 예정으로 알고 있고요.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인데… 이뿐만이 아니라 Weak AI는 알다시피 전쟁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은 AI를 이용하는 인간의 문제 아닙니까.“두 교황이 경고하는 AI 문제의 본질이 그 점입니다. 통제받지 않는 인간의 욕심이 AI와 결합하는 것…. 올 초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할 때 사용한 미국 앤스로픽사의 AI ‘클로드’ 모델 경우가 딱 그렇습니다.” ―앤스로픽사가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에 자기 회사 AI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죠.“네. 하지만 미국 전쟁부는 합법 범위 내에서 사용 범위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앤스로픽사가 굽히지 않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습 직전에 앤스로픽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어요. 그 자리를 또 다른 AI 기업인 ‘오픈AI’가 재빨리 차지했습니다. 군납은… 엄청난 돈이 되는 사업이니까요.” ―안타깝지만, 교황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AI 통제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AI 패권을 쥔 미국과 중국이 통제할 생각이 없으니…. 다른 나라들은 ‘우리만 통제하면 기술 개발에 뒤떨어진다’라고 생각할 테고요. 핵무기 위험을 피부로 느낀 뒤에야 통제 방법을 찾았듯, AI로 전 세계가 충격을 받는 일이 벌어진 뒤에야 제대로 된 논의가 일지 않을까…. 그러기 전에 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19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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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자 신부 김도현 “교황의 진짜 걱정은 AI 뒤에 숨은 탐욕”

    “교황이 진짜 걱정하는 건…AI 뒤에 숨은 인간의 탐욕입니다.”최근 레오 14세 교황이 사제들에게 “강론을 쓸 때 인공지능(AI)에 의존하지 말라”라고 당부했다. AI의 부작용이 종교계까지 성큼 다가간 것. 최근 ‘AI 시대의 삶과 신앙’을 출간한 김도현 바오로 신부(대구 가톨릭대 인성교육원 교수)는 19일 인터뷰에서 “AI로 인해 생겨나는 거의 모든 문제는 결국 그 뒤에 숨은 사람의 문제”라고 말했다. KAIST 물리학 박사 출신인 그는 사제의 길을 걷고 있는 국내 유일의 물리학자 신부다.―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도 그렇고 다른 종교보다 교황청이 AI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화학을, 레오 14세 교황은 수학을 전공했어요. 이공계 출신이라 AI에 대한 이해가 훨씬 높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AI의 위험을 경고한 게 챗GPT가 나오기도 전이거든요. 그 이전 교황님들은 겪어보지 못한, 처음 겪는 문제지요.”―AI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우려하는 것입니까.“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스카이넷처럼, 스스로 생각해 인간을 말살하는 ‘Strong AI(강인공지능)’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자유의지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Weak AI(약 인공지능)’는 이미 쓰고 있고,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Weak AI’가 무엇인지요.“특정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지금 우리가 쓰는 AI지요. 지난해 아마존이 3만 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어요. 다른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판교 테크노밸리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질 예정으로 알고 있고요.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인데… 이뿐만이 아니라 Weak AI는 알다시피 전쟁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AI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용하는 인간의 문제 아닙니까.“두 교황이 경고하는 AI 문제의 본질이 그 점입니다. 통제받지 않는 인간의 욕심이 AI와 결합하는 것…. 올 초 미국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할 때 사용한 미국 앤트로픽사의 AI ‘클로드’ 모델 경우가 딱 그렇습니다. 이후 이란 공습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앤트로픽사의 기술 사용을 중단했거든요.”―이유가….“앤트로픽사가 완전 자율 무기 시스템과 대규모 국민 감시에 자기 회사 AI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죠. 미국 전쟁부는 합법 범위 내에서 사용 범위에 제약이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이란 공습은 벌어졌습니다만.“앤트로픽사가 굽히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 중단을 선언했어요. 그 자리를 또 다른 AI 기업인 ‘오픈 AI’가 재빨리 차지했습니다. 군납은…엄청난 돈이 되는 사업이니까요.”―안타깝지만, 교황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AI 통제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AI 패권을 쥔 미국과 중국이 통제할 생각이 없으니…. 다른 나라들은 ‘우리만 통제하면 기술 개발에 뒤떨어진다’라고 생각할테고요. 핵무기 위험을 피부로 느낀 뒤에야 통제 방법을 찾았듯, AI로 전 세계가 충격을 받는 일이 벌어진 뒤에야 제대로 된 논의가 일지 않을까… 그러기 전에 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1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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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년 韓 빈민의 벗…‘푸른 눈의 성자’ 안광훈 신부 선종

    뉴질랜드 출신으로 60년 동안 한국에서 빈민을 위해 헌신한 안광훈(본명 로버트 존 브레넌) 신부가 21일 선종(善終)했다. 향년 84세.성 골롬반외방선교회에 따르면 1941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태어난 고인은 사제품을 받은 이듬해인 1966년부터 한국에서 사목했다. 안 신부는 초고속 성장을 하던 한국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1972년 원주교구 정선성당 주임신부 시절 고리대금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주민을 위해 정선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성프란치스코 의원을 열어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초대 원주 교구장을 지낸 지학순(1921∼1993) 주교가 군사정부에 의해 구속됐을 때는 석방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1980년대 서울대교구로 옮긴 고인은 서울 목동성당 주임신부 시절 정부가 목동 신시가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안양천 변에 살던 빈민들을 쫓아내자, 성당 본당 건물을 제공하고 새 터전을 마련할 때까지 보살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는 서울 북부실업자사업단 강북지부(현 삼양주민연대)를 맡아 실업문제 해결에 노력했다. 이런 헌신으로 2020년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다.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 미사는 24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엄수된다. 장지는 충북 제천 배론성지 천주교 묘원.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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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한국 판사님들, 정독을 권합니다

    “제 고등학교 친구들도 한국전에 참전했었어요. 참전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국전에 참전하고 온 분에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이 과속 딱지를 면제해 드리는 것입니다.” 지난해 8월 미국의 한 지방법원 판사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은 프랭크 카프리오(향년 88세). 미 연방대법관도,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도 아닌, 인구 20만 명도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의 판사였지만 세계의 많은 사람이 그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판결을 떠올리며 애도했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로 불린 그가 생전에 쓴 ‘나의 이야기’다. 읽다 보면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그의 판결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됐는지 알게 된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내 휴머니즘이 살아 돌아오는 건 덤.“면허를 취소해서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거나 출근할 수 없다면 어떻게 정의가 실현되겠는가? … 그래서 나는 범칙금이나 판결을 선고할 때 그 사람의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2부 ‘타인의 관대함’에서) 그는 법은 삶을 바로잡을 기회를 박탈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며, 법복 아래에는 판사 배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마음의 판결은 늘 이민자, 워킹 푸어, 노숙인, 서민 등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을 향했다. 없는 이에게는 법의 준엄함을 일갈하면서도, 권력자에게는 한없는 연민을 가진 ‘그분들’에게 다독과 정독을 권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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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원에서도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 과거 알려질까 무서워 마음 못 열어”

    “어느 날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선생님, 저…공부하고 싶어요’라고.”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토를 지시하면서 두 달간 사회적 숙의를 모으기 위한 공론화 장이 열린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 하지만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흉포화하면서 73년 전(1953년) 정한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의 정민하 율리오 신부(위원장)는 16일 동아일보와 만나 “공론화 논점이 잘못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3년 3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소년수 전담 교정 교육기관인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지난해까지 아이들을 돌봤다. ―공론화 논점이 잘못됐다고요. “연령 하향 얘기가 나온 배경은 이해합니다. 죄에 맞는 강한 처벌도 필요하지요. 그런데 더 중요하게 얘기해야 할 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강한 처벌도 교정·교화라는 더 큰 목적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까. “출소하면 사회로 나와야 하니까요. 성인도 복귀가 쉽지 않지만, 청소년은 더 어렵습니다. 돌아갈 가정이 없는 아이도 많고, 학교도 다니기 힘들지요. 그런데 만 13세짜리를 성인 범죄자처럼 전과 공개가 되게 만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만델라 소년학교 아이들은 어떻습니까. “서울 남부교도소 안에 있는 만델라 소년학교는 단순한 수형생활이 아닌, 검정고시와 대학 진학 준비 등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에요. 만 17세 미만이 대상인데, 변동이 있지만 40명 안팎 됩니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본 아이들 모두(104명) 합격했지요. 그중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공부하고 싶다고, 나가면 대학도 가고 싶다고….” ―진학했습니까. “출소했는데, 수능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워낙 다른 학생들과 차이가 크게 나서 쉽지 않은가 봐요. 그런데 성인도 그렇겠지만 소년수들은 두려움과 불안이 많아요.”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종교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민하 신부(오른쪽)와 이승민 신부. 정 신부는 “처벌 강화보다 더중요한 건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치유·치료, 경제적 지원과 교정·교화 시스템 개선”이라고 말했다. 정민하 신부 제공 “전과가 알려지는 것이죠.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과거가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식이 늘 잠재돼 있어요. 그러다 보니 나가서도 자신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피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에게는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재기하기는 쉽지 않으니 좌절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 ―범죄자보다 피해자를 위해 세금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참에 피해자를 위한 정책과 시스템 부족도 공론화했으면 합니다. 나는 범죄 피해로 평생 고통에 시달리는데, 사회가 가해자 복귀에만 신경을 쓰면 속이 어떻겠습니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범죄 감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 건 아이들은 어른보다 바뀔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처벌 강화는 소년수를 사회에서 더 고립시키고, 재범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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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촉법소년 연령 하향보다 ‘새 삶’ 만들 시스템에 초점 맞춰야”

    “어느 날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선생님, 저…공부하고 싶어요’라고.”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토를 지시하면서 두 달간 사회적 숙의를 모으기 위한 공론화 장이 열린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 하지만 청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흉포화하면서 73년 전(1953년) 정한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의 정민하 율리오 신부(위원장)는 16일 동아일보와 만나 “공론화 논점이 잘못된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2023년 3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소년수 전담 교정 교육기관인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지난해까지 아이들을 돌봤다.―공론화 논점이 잘못됐다고요.“연령 하향 얘기가 나온 배경은 이해합니다. 죄에 맞는 강한 처벌도 필요하지요. 그런데 더 중요하게 얘기해야 할 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시스템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강한 처벌도 교정·교화라는 더 큰 목적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뜻입니까.“출소하면 사회로 나와야 하니까요. 성인도 복귀가 쉽지 않지만, 청소년은 더 어렵습니다. 돌아갈 가정이 없는 아이도 많고, 학교도 다니기 힘들지요. 그런데 만 13살짜리를 성인 범죄자처럼 전과 공개가 되게 만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만델라 소년학교 아이들은 어떻습니까.“서울 남부교도소 안에 있는 만델라 소년학교는 단순한 수형생활이 아닌, 검정고시와 대학 진학 준비 등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에요. 만 17세 미만이 대상인데, 변동이 있지만 40명 안팎 됩니다.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본 아이들 모두(104명) 합격했지요. 그중 한 아이가 그러더군요. 공부하고 싶다고, 나가면 대학도 가고 싶다고….”―진학했습니까.“출소했는데, 수능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워낙 다른 학생들과 차이가 크게 나서 쉽지 않은가 봐요. 그런데 성인도 그렇겠지만 소년수들은 두려움과 불안이 많아요.”―뭘 가장 두려워하던가요.“전과가 알려지는 것이죠.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과거가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식이 늘 잠재돼 있어요. 그러다보니 나가서도 자신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피하게 되고, 새로운 사람에게는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재기하기는 쉽지 않으니 좌절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범죄자보다 피해자를 위해 세금을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이참에 피해자를 위한 정책과 시스템 부족도 공론화 했으면 합니다. 나는 범죄 피해로 평생 고통에 시달리는데, 사회가 가해자 복귀에만 신경을 쓰면 속이 어떻겠습니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범죄 감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 건 아이들은 어른보다 바뀔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입니다. 처벌 강화는 소년수를 사회에서 더 고립시키고, 재범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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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 입양, 하루가 급한데… 정부가 맡은 뒤 7개월째 스톱”

    “정부가 입양 실무를 전담한 뒤 오히려 입양 절차가 사실상 스톱됐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13일 서울 금천구 주사랑공동체에서 만난 이종락 담임목사(72)는 “지난해 7월 공적 입양 체계가 시작되고 7개월째 새로 결연돼 아기를 데려간 경우가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목사는 200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든 인물. 베이비박스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산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상자다.―결연된 아기가 하나도 없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지난해 7월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 시행으로 ‘공적 입양 체계’가 시작됐어요. 민간 입양 기관이 하던 일을 신청·교육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입양 자격 조사는 복지부 위탁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 최종 적격 심사는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 등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바꿨지요. 그런데 정부가 맡은 뒤로 지금까지 새로 결연돼 입양된 아이가 없습니다.”―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달까지 54명이 입양됐다고 합니다.“그 아이들은 공적 입양 체계 시작 전에 이미 민간 입양기관에서 결연이 확정된 경우예요. 민간에서 다 해놓은 걸 보내기만 한 거죠. 정확한 수는 파악이 어렵지만 현재 입양 신청을 한 예비 부모가 540가정, 대기 중인 아동은 270명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금(金)인데 7개월이나 손을 놓으니….”―지연되는 이유가 뭔가요.“아무리 묻고, 집회·시위를 해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만 할 뿐 제대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국회의원을 통해 질의를 해도 마찬가지예요.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일을 맡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분명한 건, 과거와 달리 입양 절차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전에는 결연이 되면 2, 3주 만에 데려갔다고요.“입양은 크게 심사를 거쳐 결연이 확정되면,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아야 아이를 데려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적 입양 체계 전에는 복지부에서 가정위탁 제도를 활용해 결연된 예비 부모에게 임시 위탁 자격을 줬어요. 그 시기가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관계는 물론이고 아기의 감정, 인성 발달 과정에 굉장히 중요한 골든타임이라 정식 입양 허가가 나오기 전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데려가라는 배려죠.”―지금은 다릅니까.“요즘 세상에 입양 신청을 등기우편으로만 받으니…. 아예 방문, 유선, 이메일 접수는 불가하다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심사에서 떨어져도 사유를 알려주지 않아요. 원천적으로 자격이 안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완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임시 양육 결정을 받기 위해 법원에 간 예비 엄마 중에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아이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신청서도 못 쓰고 돌아온 사람도 있어요.”―앞서 골든타임을 말씀하셨습니다.“입양 대기 중인 아기들은 대부분 1세 미만 신생아들이에요. 이때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그런데 행정 미비로 이 시간을 허비하다니요.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 갑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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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락 목사 “정부가 맡은 뒤로 입양절차 사실상 스톱됐습니다”

    “정부가 입양 실무를 전담한 뒤 오히려 입양 절차가 사실상 스톱됐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13일 서울 금천구 주사랑공동체에서 만난 이종락 담임목사(72)는 “지난해 7월 공적 입양 체계가 시작되고 7개월째 새로 결연돼 아기를 데려간 경우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목사는 200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든 인물. 베이비박스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산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상자다.―결연된 아기가 하나도 없다는 게 무슨 말입니까.“지난해 7월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 시행으로 ‘공적 입양 체계’가 시작됐어요. 민간 입양 기관이 하던 일을 신청·교육은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입양 자격 조사는 복지부 위탁기관인 대한사회복지회, 최종 적격 심사는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 등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바꿨지요. 그런데 정부가 맡은 뒤로 지금까지 새로 결연돼 입양된 아이가 없습니다.”―아동권리보장원은 지난달까지 54명이 입양됐다고 합니다.“그 아이들은 공적 입양 체계 시작 전에 이미 민간 입양기관에서 결연이 확정된 경우예요. 민간에서 다 해놓은 걸 보내기만 한 거죠. 정확한 수는 파악이 어렵지만 현재 입양 신청을 한 예비 부모가 540가정, 대기 중인 아동은 270명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금(金)인데 7개월이나 손을 놓으니….”―지연되는 이유가 뭔가요.“아무리 묻고, 집회·시위를 해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만 할 뿐 제대로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국회의원을 통해 질의를 해도 마찬가지예요.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일을 맡다 보니 그런 것 같은데…. 분명한 건, 과거와 달리 입양 절차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전에는 결연이 되면 2, 3주 만에 데려갔다고요.“입양은 크게 심사를 거쳐 결연이 확정되면,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아야 아이를 데려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적 입양 체계 전에는 복지부에서 가정위탁제도를 활용해 결연된 예비 부모에게 임시 위탁 자격을 줬어요. 그 시기가 부모와의 정서적 유대관계는 물론이고 아기의 감정, 인성 발달 과정에 굉장히 중요한 골든타임이라 정식 입양 허가가 나오기 전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데려가라는 배려죠.”―지금은 다릅니까.“요즘 세상에 입양 신청을 등기우편으로만 받으니…. 아예 방문, 유선, 이메일 접수는 불가하다고 명기하고 있습니다. 심사에서 떨어져도 사유를 알려주지 않아요. 원천적으로 자격이 안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보완이 가능한 부분도 있지 않겠습니까? 임시 양육 결정을 받기 위해 법원에 간 예비 엄마 중에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아이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신청서도 못 쓰고 돌아온 사람도 있어요.”―앞서 골든타임을 말씀하셨습니다.“입양 대기 중인 아기들은 대부분 1세 미만 신생아들이에요. 이때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요. 그런데 행정 미비로 이 시간을 허비하다니요.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 갑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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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산골 우체부에게 ‘새 삶’이 배송되었습니다

    20년 넘게 미국 뉴욕의 마케팅 컨설턴트로 성공적인 삶을 살던 남자가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뒤 시골 우편배달부로 일하게 됐다. 이 책은 그가 보고 느낀 ‘또 다른 삶’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수다 떨듯 풀어놓는다. 읽다 보면 독서하는 느낌보다 덜컹거리며 시골길을 달리는 우편 트럭에 함께 타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게 광활한 애팔래치아산맥의 대자연을 누비며 새로운 삶의 경험을 전하는 방식으로는 더 자연스러운 것 같으니 웬일일까. 쉰 살의 나이에 팬데믹으로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암 투병 중이던 저자는 건강보험 자격을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인 버지니아주의 시골 연방 우정국 우편배달부로 취직한다. “…급여는 눈물이 날 정도로 짰다. 그런 수준의 임금을 받은 건 20대 초반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다른 면들은 그럴 수 없이 완벽해 보였다. 건강보험이 제공됐고, 우정국의 예비군 같은 존재로서 일주일에 하루만 근무가 보장되었으므로 나머지 시간엔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었다.”(제3장 ‘종말의 우편배달부’에서) 우편 배달은 전직인 컨설팅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단순한 일이지만,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는 필수적인 서비스. 하지만 그 중요성과 달리 배달 노동과 배달부는 사회적 관심이나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우편물을 트럭에 싣고 시골길을 달리며 비로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다시 발견해 간다. “한쪽 팔 아래 꼭 끼고 있던 소포 상자를 마치 아무도 보지 않는 터치다운을 한 사람처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주여, 만일 제게 계속할 힘을 주신다면 하겠나이다. 죽도록 힘들지만 하겠나이다.’ …때로는 이긴다는 것이 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 이상이 있었다. 내가 새로이 알게 된 사실은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었다.”(제11장 ‘때론 이긴다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에서) 질병, 해고, 이직, 사랑하는 이의 죽음 등 원치 않지만 살면서 누구나 겪는 일들이 있다. 마치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식사 대용으로 나온 레몬처럼. 버리든, 신맛을 참고 먹든 각자의 선택이 있겠지만, 저자는 레몬을 레모네이드로 만들기 위한 길을 걷는다. 왜 하필 시큼한 레몬이냐며 불평하는 게 아니라, 그 불운을 더 나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재료’로 썼다. 사실 이런 유형의 회고록이 이 책뿐인 건 아니다. 당장 서점에만 가도 비슷한 책을 여럿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눈길이 가는 이유는 마음 한구석에 ‘언젠가 내게도 닥칠 일’이라는 잠재의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수십 년간 회사를 다니며 놓쳤던 것, 내내 시달려온 근본적인 혼동은 ‘일이 곧 현실’이라는 착각이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일을 하며 먹고살지만, 일이 인간을 정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아침 햇살, 자녀들의 사랑, 사랑하는 가족 안에서 아버지로 존재한다는 엄청난 선물 등 그동안 삶이 준 풍요를 낭비하고 살았다고 토로한다. 언젠가 본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왔다. “비행의 끝은 착륙이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내려와야 한다.” 반드시 닥치는, ‘내려옴’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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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원로의원 자광당 원행대종사 원적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인 자광당(慈光堂) 원행 대종사가 12일 입적했다. 법랍 57년, 세수 85세. 원행스님은 오대산 월정사로 출가해 만화스님을 은사로, 탄허스님을 법사로 수계했고 이후 대전 자광사·동해 삼화사·원주 구룡사 주지와 월정사 부주지를 지냈다. 조계종 제10대 중앙종회 의원, 호계원 호계위원 등을 역임했다. 분향소는 강원 오대산 월정사 화엄루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16일 오전 10시 월정사에서 원로회의장으로 엄수된다. 033-339-6615, 6613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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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심장도 함께 뛴다”던 의료선교 역사 한눈에

    “캐나다 출신의 의료 선교사 셔우드 홀(1893∼1991)은 평소 ‘나의 청진기로 조선 사람들의 심장을 진찰할 때면 내 심장도 조선과 함께 뛴다’고 했습니다. 결핵 퇴치를 위해 국내에 크리스마스실(seal)을 처음 도입한 분이기도 하지요.”(김정석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부활절(올해는 4월 5일)을 앞두고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지도부가 9, 10일에 고성과 원주 등 강원 지역 근대 기독교 문화유산 탐방에 나섰다. 강원은 험준한 지형 탓에 복음 전파는 늦었지만, 지역 교회들을 중심으로 의료, 교육, 농촌 계몽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번 탐방에는 김 대표회장을 비롯해 김철훈 한교총 사무총장, 홍승표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연구이사(목사) 등이 함께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고성 ‘화진포 셔우드 홀 문화센터’는 2대에 걸쳐 한국에서 의료 선교에 헌신한 홀과 그의 일가를 기리기 위한 곳이다. 홀 선교사는 평양에서 환자를 치료하다 병에 걸려 숨진 윌리엄 제임스 홀(1860∼1894)과 한국 최초 맹아학교와 한글 점자 등을 만든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 의료 선교사 부부의 아들로 한국에서 태어났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1928년 국내 최초의 근대식 결핵 요양원인 ‘해주 구세 요양원’을 설립하는 등 헌신했다. 지금은 ‘김일성 별장’으로 알려진 인근 ‘화진포 성(城)’은 홀이 선교사들의 휴양을 위해 지은 것이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에 있는 모리스 선교사(1869∼1927) 사택은 강원 지역의 의료선교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1918년 건립된 서양식 2층 건물로, 지금은 서미감병원 등 원주 지역 의료·복음 선교의 발자취를 담은 의료사료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1913년 미국북감리회 선교부가 설립한 서미감병원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모체. 기금 일부를 스웨덴감리교회에서 기부해 당시 스웨덴의 한자 이름인 ‘서전(瑞典)’과 미국 감리교회의 이름을 따 서미감병원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강릉 아이스 아레나 바로 옆에 있는 강릉중앙감리교회에서는 강릉 지역 3·1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안경록 목사(1882∼1945)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안 목사는 1911년 ‘105인 사건’으로 체포돼 고초를 겪은 인물. ‘105인 사건’은 일제가 데라우치 총독 암살 미수라는 허위 사건을 날조해 국내 최대 비밀결사 조직인 신민회를 탄압한 사건이다. 1913년 출소 뒤 강릉에서 목회 활동에 전념하던 안 목사는 1919년 3·1운동이 터지자, 사람들을 규합해 시위를 주도하다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옥고를 치렀다. 김 대표회장은 “1885년 부활절 새벽,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의 입국으로 시작된 한국 기독교는 우리 사회의 교육, 의료, 독립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다”며 “과거를 통해 오늘을 비추는 것은 더 나은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만드는 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성·원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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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실 도입한 홀 선교사의 자취, 강원 고성에 생생”

    “캐나다 출신의 의료 선교사 셔우드 홀(1893∼1991)은 평소 ‘나의 청진기로 조선 사람들의 심장을 진찰할 때면 내 심장도 조선과 함께 뛴다’고 했습니다. 결핵 퇴치를 위해 국내에 크리스마스실(seal)을 처음 도입한 분이기도 하지요.”(김정석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부활절(올해는 4월 5일)을 앞두고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지도부가 9, 10일에 고성과 원주 등 강원 지역 근대 기독교 문화유산 탐방에 나섰다. 강원은 험준한 지형 탓에 복음 전파는 늦었지만, 지역 교회들을 중심으로 의료, 교육, 농촌계몽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번 탐방에는 김 대표회장을 비롯해 김철훈 한교총 사무총장, 홍승표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연구이사(목사) 등이 함께 했다.지난해 6월 문을 연 고성 ‘화진포 셔우드 홀 문화센터’는 2대에 걸쳐 한국에서 의료 선교에 헌신한 홀과 그의 일가를 기리기 위한 곳이다. 홀 선교사는 평양에서 환자를 치료하다 병에 걸려 숨진 윌리엄 제임스 홀(1860∼1894)과 한국 최초 맹아학교와 한글 점자 등을 만든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 의료 선교사 부부의 아들로 한국에서 태어났다.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부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1928년 국내 최초의 근대식 결핵 요양원인 ‘해주 구세 요양원’을 설립하는 등 헌신했다. 지금은 ‘김일성 별장’으로 알려진 인근 ‘화진포 성(城)’은 홀이 선교사들의 휴양을 위해 지은 것이다.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내에 있는 모리스 선교사(1869~1927) 사택은 강원 지역의 의료선교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1918년 건립된 서양식 2층 건물로, 지금은 서미감병원 등 원주 지역 의료·복음 선교의 발자취를 담은 의료사료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1913년 미국북감리회 선교부가 설립한 서미감병원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모체. 기금 일부를 스웨덴감리교회에서 기부해 당시 스웨덴의 한자 이름인 ‘서전(瑞典)’과 미국 감리교회의 이름을 따 서미감병원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강릉 아이스 아레나 바로 옆에 있는 강릉중앙감리교회에서는 강릉 지역 3·1 만세운동의 구심점이었던 안경록 목사(1882∼1945)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안 목사는 1911년 ‘105인 사건’으로 체포돼 고초를 겪은 인물. ‘105인 사건’은 일제가 데라우치 총독 암살 미수라는 허위 사건을 날조해 국내 최대 비밀결사 조직인 신민회를 탄압한 사건이다. 1913년 출소 뒤 강릉에서 목회 활동에 전념하던 안 목사는 1919년 3·1 만세운동이 터지자, 사람들을 규합해 시위를 주도하다 일본 경찰에 붙잡혀 옥고를 치렀다.김 대표회장은 “1885년 부활절 새벽,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의 입국으로 시작된 한국 기독교는 우리 사회의 교육, 의료, 독립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깊은 영향을 미쳤다”라며 “과거를 통해 오늘을 비추는 것은 더 나은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만드는 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성·원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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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 부활절 퍼레이드, 내달 4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린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정석 감독회장)이 주최하고 CTS 기독교 TV가 주관하는 ‘2026 부활절 퍼레이드(대회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가 다음 달 4일 오후 4시~6시 반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다.40개 팀 8000여 명이 참가하는 이번 퍼레이드는 1막 ‘약속의 시작’, 2막 ‘고난과 부활’, 3막 ‘한반도와 복음’, 4막 ‘미래의 약속’으로 구성됐으며, 성경과 한국교회 역사를 담았다. 오후 7시 반부터는 시민들과 함께하는 열린음악회 ‘조이플 콘서트’가 펼쳐진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부활절인 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다. 이영훈 대회장은 “이번 부활절은 퍼레이드로 부활의 기쁨을 온 땅에 선포하고, 연합예배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묵상하는 자리로 마련됐다”라며 “한국교회가 한마음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참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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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하는 걸 얻지 못해도 긍정적 마음 가지면 축복”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도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네팔 출신 티베트 불교 겔룩파 제8대 지도자인 캉세르 린포체가 방한해 10∼30일 서울과 대구, 울산 등에서 방한 법회를 갖는다. 캉세르 린포체는 미국, 대만, 몽골,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서 전법 활동을 펼치는 세계적인 명상 스승. 린포체는 티베트 불교에서 환생한 고승을 이르는 호칭이다. 티베트 불교는 환생을 믿기 때문에 여러 명의 린포체가 있다. 그중 정치·종교의 최고 수장을 달라이 라마라 부른다. 그는 방한에 앞서 동아일보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행복이란 마음에 달린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강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도 출간한 책 제목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축복’입니다. 왜 축복인지요. “누구나 건강하길 바라지만 아프지요. 이럴 때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아픈 것에 대해 스트레스 받고 괴로워하거나, 아니면 비록 몸은 아프더라도 정신적으로는 긍정적인 감정을 지니는 겁니다. 마음을 잘 이해하고 수행한다면,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상태에 머무는 게 가능합니다. 원하는 걸 얻지 못해도 축복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알 듯 모를 듯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불행한 건 아니지요. 제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축복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삶의 기쁨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일반인에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하, 삶의 기쁨을 찾는 데 중요한 건 먼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내가 한 행동의 결과라는 걸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받아들여야지요. 그다음엔 마음에 괴로움이 일 때, 그 괴로움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근원을 찾는 겁니다. 이러다 보면 어느 순간 불안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다음 삶의 기쁨을 찾는 방법은 수희찬탄(隨喜讚嘆)입니다.” ―‘다른 사람이 착한 일 하는 걸 보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란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감사하고, 가족·친구와 함께 있음을 기뻐하고, 남의 선행을 보고 기뻐하고 그 행동을 찬탄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지요. 반복해서 이런 마음을 일으키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기뻐하는 감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타인의 선행을 진심으로 기뻐하면 그 선행의 공덕이 내게도 옵니다.” ―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정, 직장, 사회 등에서 많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지만, 대부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저 혼자 맞닥뜨리다가 한계를 넘으면 병원에 가지요.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전에 불안을 극복할 방법은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이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이나 괴로움을 1%만 줄일 수 있어도 성공이 아닌가 합니다. 1%만 더 행복해져도 삶이 크게 바뀔 테니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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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의 선행 기뻐하면 공덕이 내게도 와”…티베트 명상가 캉세르 린포체 방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도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네팔 출신 티베트 불교 겔룩파 제8대 지도자인 캉세르 린포체가 방한해 10~30일 서울과 대구, 울산 등에서 방한 법회를 갖는다. 캉세르 린포체는 미국, 대만, 몽골, 베트남 등 세계 각국에서 전법 활동을 펼치는 세계적인 명상 스승. 린포체는 티베트 불교에서 환생한 고승을 이르는 호칭이다. 티베트 불교는 환생을 믿기 때문에 여러 명의 린포체가 있다. 그중 정치·종교의 최고 수장을 달라이 라마라 부른다. 그는 방한에 앞서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행복이란 마음에 달린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강인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고 했다.―국내에도 출간한 책 제목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축복’입니다. 왜 축복인지요.“누구나 건강하길 바라지만 아프지요. 이럴 때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아픈 것에 대해 스트레스 받고 괴로워하거나, 아니면 비록 몸은 아프더라도 정신적으로는 긍정적인 감정을 지니는 겁니다. 마음을 잘 이해하고 수행한다면, 정신적으로 긍정적인 상태에 머무는 게 가능합니다. 원하는 걸 얻지 못해도 축복이 될 수 있는 것이죠.”―알 듯 모를 듯합니다.“거의 모든 사람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불행한 건 아니지요. 제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축복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삶의 기쁨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요.”―일반인에겐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하하하, 삶의 기쁨을 찾는 데 중요한 건 먼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내가 한 행동의 결과라는 걸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받아들여야지요. 그 다음엔 마음에 괴로움이 일 때, 그 괴로움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근원을 찾는 겁니다. 이러다 보면 어느 순간 불안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다음 삶의 기쁨을 찾는 방법은 수희찬탄(隨喜讚嘆)입니다.”―‘다른 사람이 착한 일 하는 걸 보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란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인간으로 태어나 감사하고, 가족·친구와 함께 있음을 기뻐하고, 남의 선행을 보고 기뻐하고 그 행동을 찬탄하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지요. 반복해서 이런 마음을 일으키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기뻐하는 감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타인의 선행을 진심으로 기뻐하면 그 선행의 공덕이 내게도 옵니다.”―불안,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가정, 직장, 사회 등에서 많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지만, 대부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저 혼자 맞닥뜨리다가 한계를 넘으면 병원에 가지요.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 전에 불안을 극복할 방법은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이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이나 괴로움을 1%만 줄일 수 있어도 성공이 아닌가 합니다. 1%만 더 행복해져도 삶이 크게 바뀔 테니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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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이 남아 붓장난했네”… 글씨에 담긴 ‘인간 법정’의 情

    ‘참 무심한 인이군 아무리 침묵이 금이라기로 그동안 건강이 어떤지 더러는 궁금했었는데 … 나는 일에 밀려 계절을 모르고 살았소 교생 실습에 신경이 많이 쓰일 줄 믿소 … 어제 밤 숲에서는 귀촉도가 웁디다 심신이 더불어 건강하시오 사월 스무여드레 래헌’(법정 스님이 지인에게 보낸 서간 중) 그리운 이름 법정(法頂·1932∼2010). 그의 입적 16주기(11일)를 며칠 앞둔 4일 오후, 서울 성북구 스페이스 수퍼노말 갤러리를 찾았다. 법정 스님이 세운 길상사 바로 앞에 있는 이곳에선 21일까지 그의 글씨와 편지, 사진 등 100여 점을 볼 수 있는 ‘우리 곁에 법정 스님, 붓장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은 그가 지인들에게 보낸 소박한 편지와 일상의 모습을 담은 사진. 사진 속 법정이 고독한 수행자의 모습이라면, 편지에서는 정(情)과 외로움 등 인간적인 면을 엿볼 수 있다. 법정 스님의 맏상좌인 덕조 스님(길상사 주지)은 “스승님은 지인에게 편지를 쓸 때 늘 한지에 붓으로 써 보냈다”라며 “편지를 다 쓰고 먹이 남으면 그걸로 글씨(작품)를 쓰며 ‘먹이 남아 붓장난했네’라고 하셨다. 당신의 글씨 작품을 ‘붓장난’이라고 한 것은 그런 까닭”이라고 말했다. 1975년 전남 여수 불일암을 세울 때 암자를 지은 이유와 도와준 사람들을 기록한 상량문(上樑文)에선 그가 어떤 마음으로 수행자의 삶을 살고자 했는지를 볼 수 있다.‘…이곳에 머무는 本分 衲子(본분 납자·참된 수행자)는 오늘같이 흐리고 막막한 세상에 佛日(불일·부처의 지혜)을 더욱 빛나게 라는 뜻에서다 그 소임이 어찌 가벼울 수 있겠는가…’ 이어 도와준 사람들 명단이 나오는데, 익숙한 이름도 눈에 띈다. ‘앙드레 김.’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앙드레 김은 법정 스님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한다. 유품으로 유명한 ‘빠삐용 의자’도 편지와 사진 외의 물건으로 유일하게 전시됐다. 법정 스님은 영화 ‘빠삐용’의 주인공이 절해고도에 갇혀 인생을 낭비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손수 만든 의자를 ‘빠삐용’이라 이름 짓고, 늘 여기에 앉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했다고 한다. 이 의자는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 등과 함께 국가유산청 예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는데, 파손을 우려해 무진동차로 불일암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전시회를 기획한 덕조 스님은 “스승님은 당신 이름으로 무엇을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전시회를 통해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위안과 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리 책망하시지는 않을 것”이라며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법정 스님을 그리워하는 여러분과 성북구청(구청장 이승로) 등 지자체의 도움이 컸다”라고 말했다. 서로 나만 옳다며 악다구니하고,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양심도 파는 세상.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데, 글귀 하나가 발을 잡는다. ‘옳거니 그르거니 내 몰라라 산이건 물이건 그대로 두라 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세계랴 흰구름 걷히면 靑山(청산)인 것을 九一년 단오절 佛日庵에서’ 오늘 내가 좇고 있는 건 건 구름인가, 청산인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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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성별 다양성, 자연에선 자연스럽다

    2024년 3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주최한 수영 대회 여자 자유형 500야드(457.2m)에서 리아 토머스(22)가 금메달을 땄다. 토머스는 수술이 아닌 호르몬 치료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춰 여성부 출전을 인정받은 트랜스젠더. 남성이었다가 성전환 수술을 받은 여성 선수들에 대한 논란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을 받지 않은 채 여성임을 선언한 선수의 금메달 획득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성별(性別)이란 과연 무엇일까. 30년이 넘게 생물의 성에 관해 연구를 해온 저자가 생물의 성은 암컷과 수컷이라는 우리의 통념을 시원하게 깼다. 자연 상태에서 생물의 성은 다양성이 기본이라는 것. 암컷과 수컷만 있는 게 아니라, 암컷과 수컷이라는 양 끝부터 그 사이 어느 지점에도 위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즈니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흰동가리 역시 성전환을 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 (흰동가리는) 집단 내에서 가장 몸집이 큰 물고기가 암컷이 되며 두 번째로 큰 개체가 수컷이 됩니다. 다른 개체는 암컷도 수컷도 아닌 상태입니다.”(2장 ‘성은 평생 동안 끊임없이 변한다’에서) 저자는 어떤 이유로 흰동가리 암컷이 죽으면 번식을 위해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한다고 말한다. 빈 수컷 자리는 암컷도 수컷도 아닌 상태에 있던 흰동가리 중 가장 큰 개체가 수컷으로 성을 전환해 채운다. 또 성전환은 아니지만 목도리도요새의 경우처럼, 전형적인 수컷과 암컷의 신체적 특징을 보이는 개체 외에 그 중간에 ‘암컷처럼 보이는 수컷’이 존재하는 생물도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암컷처럼 보이는 수컷 목도리도요새’는 강해 보이는 수컷을 피하고 눈을 속여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고 한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인데,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성전환은 물론이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생물의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책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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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교회 큰 위기…설교 강단서 복음의 본질 회복해야”

    “지나치게 정파적인 우편향 사상을 신앙으로 연결해서도, 신자들을 가스라이팅해서도 안 됩니다.”지난달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소강석 담임목사는 “지금 한국 교회가 큰 위기”라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국내 최대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국내외 6·25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를 열어 온 대표적 중도·보수 종교인이다.―한국 교회가 큰 위기라고요.“너무 과잉 정치화, 이념화하고 있어서…. 교회는 성경 위에 서 있어야지, 결코 개인의 신념에 따라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이런 신앙인들은 반드시 정치권력과 연결되지요. 한국 교회의 이런 과잉 정치화, 이념화로 인해 바른 상식을 가진 지식인들과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교회가 사회적 소통과 공신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지요.”―보수적인 종교인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성경의 진리를 지키는 데는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를 지킨다고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하거나 우편향적인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정파적 우편향 사상을 신앙으로 연결하면 교회가 성경의 본질을 벗어나 극단적인 정치세력과 이념의 노예, 그 앞잡이가 되지요. 물론 지나친 좌편향도 안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좌편향보다는 우편향이 더 심한 것 같아요.”―목회자도 정치적 소신이 있지 않습니까.“목사도 국민이고 유권자이니 당연히 개인적인 정치적 소신이나 입장이 있지요.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니, 개인적으로 말하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강단에서 이념에 물든 설교나 정치 평론적인 선동의 설교를 하는 것은 다르지요. 민주주의와 종교의 자유를 핑계로 극단적 정치 발언을 하고, 또 실정법도 지키지 않는 건 잘못된 행동입니다. 몇몇 분의 기형적인 정치 발언과 행동으로 한국 교회 전체 이미지가 먹칠을 당한 부분이 많아 부끄럽지요.”―사회적으로 정교유착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종교를 이용해 혹세무민하고 돈벌이했던 일부 기형적 탈기독교 리더들의 모습을 볼 때 참혹하기 그지없지요. 당연히 법으로 다스려야 할 일이고요. 이걸 종교탄압이라고 우겨도 안 됩니다.”―개신교 내부의 자정 운동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한국 교회 내부에서 일부 목회자의 극단적인 정치적, 이념적 일탈 행위를 자정하는 게 가장 좋지요. 그런데 한국 교회 연합단체가 3곳으로 분열해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교총을 중심으로 대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아쉽지요. 특히 12·3 비상계엄 때 모든 종교 단체가 이를 지적하는 성명을 냈는데, 한교총만 내지 못한 것은 정말 아픈 부분입니다.”―6·25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보은행사가 올해로 20년째입니다. “2007년 시작했는데 벌써…. 해외 참전용사들을 위한 행사는 올 6월 미국 워싱턴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워낙 고령이라 이제는 미국 내에서 이동하기도 어려워서요. 물론 국군 용사들을 위한 행사는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감사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비판도 받지만, 대형 교회에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사명이 있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해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젊은 세대에게 애국심과 확고한 국가관을 확립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용인=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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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파적 우편향 사상, 신앙과 연결도 신자 가스라이팅도 안돼”

    “지나치게 정파적인 우편향 사상을 신앙으로 연결해서도, 신자들을 가스라이팅해서도 안 됩니다.”지난달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만난 소강석 담임목사는 “지금 한국교회가 큰 위기”라며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국내 최대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까지 19년 동안 국내외 6·25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를 열어온 대표적인 중도·보수 종교인이다.―한국교회가 큰 위기라고요.“너무 과잉 정치화, 이념화하고 있어서…. 교회는 성경 위에 서 있어야지, 결코 개인의 신념에 따라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이런 신앙인들은 반드시 정치권력과 연결되지요. 한국교회의 이런 과잉 정치화 이념화로 인해 바른 상식을 가진 지식인들과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교회가 사회적 소통과 공신력을 읽어가고 있는 것이지요.”―보수적인 종교인으로 알고 있습니다만.“성경의 진리를 지키는 데는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를 지킨다고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하거나 우편향적인 프레임에 갇혀서는 안 됩니다. 정파적 우편향 사상을 신앙으로 연결하면 교회가 성경의 본질을 벗어나 극단적인 정치세력과 이념의 노예, 그 앞잡이가 되지요. 물론 지나친 좌편향도 안 됩니다. 그런데 요즘은 좌편향보다는 우편향이 더 심한 것 같아요.”―목회자도 정치적 소신이 있지 않습니까?“목사도 국민이고 유권자니 당연히 개인적인 정치적 소신이나 입장이 있지요.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니, 개인적으로 말하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강단에서 이념에 물든 설교나 정치 평론적인 선동의 설교를 하는 것은 다르지요. 민주주의와 종교의 자유를 핑계로 극단적 정치 발언을 하고, 또 실정법도 지키지 않는 건 잘못된 행동입니다. 몇몇 분들의 기형적인 정치 발언과 행동으로 한국교회 전체 이미지가 먹칠을 당한 부분이 많아 부끄럽지요.”―사회적으로 정교유착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종교를 이용해 혹세무민하고 돈벌이했던 일부 기형적 탈 기독교 리더들의 모습을 볼 때 참혹하기 그지없지요. 당연히 법으로 다스려야 할 일이고요. 이걸 종교탄압이라고 우겨도 안 됩니다.”―개신교 내부의 자정 운동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한국교회 내부에서 일부 목회자의 극단적인 정치적, 이념적 일탈 행위를 자정하는 게 가장 좋지요. 그런데 한국교회 연합단체가 3곳으로 분열해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교총을 중심으로 대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아쉽지요. 특히 12·3 비상계엄 때 모든 종교 단체가 이를 지적하는 성명을 냈는데, 한교총만 내지 못한 것은 정말 아픈 부분입니다.”―6·25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보은행사가 올해로 20년째입니다. “2007년 시작했는데 벌써…. 해외 참전용사들을 위한 행사는 올 6월 미국 워싱턴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워낙 고령이라 이제는 미국 내에서 이동하기도 어려워서요. 물론 국군 용사들을 위한 행사는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감사를 멈추지 않을 겁니다. 비판도 받지만, 대형 교회에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사명과 역할이 있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해준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젊은 세대에게 애국심과 확고한 국가관을 확립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용인=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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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국민 대부분은 韓에 ‘과거사’ 사과 당연하다고 생각”

    “일본 국민 대부분은 (정부와 달리) 과거사 잘못을 인정하고, 한국에 사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 서울 일본인교회에서 만난 히라시마 노조미(平島望·60) 목사는 “일본 정부 입장을 일본 국민의 생각으로 여기지 말아 달라”라고 했다. 히라시마 목사는 40여 년 동안 한국에서 일본의 과거 잘못을 사죄하고 양국의 화해를 위한 사역을 해온 요시다 고조(吉田耕三·85) 목사의 사위. 요시다 목사는 고령과 지병으로 지난해 11월 일본으로 건너가 요양 중이다. 히라시마 목사가 대를 이어 ‘사죄와 화해를 위한 사역’을 하고 있다. ―일본인이 한국에서 40년 넘게 과거사 사죄 사역을 했다는 게 뜻밖입니다. “장인어른은 1974년 한국에서 열린 한 기독교 대회에 참석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어요. 당시 한국은 기독교가 엄청나게 확산할 때였거든요. 처음엔 한국에서 기독교가 부흥한 이유를 알고 싶어 3·1운동 때 학살이 벌어진 경기 화성 제암리 교회 등 기독교 유적지를 찾았는데, 그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만행을 알게 됐다고 해요. 일본에서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굉장한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양국 화해를 위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한국으로 오셨다고요. “1981년 아내, 두 딸과 함께 한국에 정착하고 ‘사죄와 화해의 선교’를 평생의 사명으로 삼으셨으니까요. 양국이 화해로 가는 길은 먼저 일본이 과거사를 직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이젠 됐다’라고 할 때까지 진정 어린 사과를 하는 것뿐이라고 늘 말하셨습니다. 일본이 먼저 한국을 침략하고, 많은 이의 목숨을 빼앗았으니 당연하지요. 또 한편으로 40여 년 동안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편지를 일본 교회는 물론이고 총리나 외상, 문부상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보냈습니다. 일본 언론에도 과거사의 진실을 알리는 기고를 수시로 보냈고요.” ―방한 일본인들을 위한 ‘스터디 투어’도 직접 인솔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한 역사를 모르고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지요. 늘 함께 제암리 교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안중근의사기념관, 독립기념관 등을 찾아 진실을 알리셨습니다. 제암리 학살 사건 100주년인 2019년 4월에는 일한친선선교협력회와 함께 제암리 순국 기념비 앞에서 직접 사건을 설명하고 깊이 사죄하셨지요.” ―안중근의사기념관까지요? 함께 간 사람들이 좀 놀랐겠습니다. “하하하, (안 의사가 사살한) 이토 히로부미는 (태평양전쟁) 이전 세대에겐 위인이겠지만, 사실 전후 세대는 잘 몰라요. 한때 돈(1000엔)에 나온 분이라는 거 정도? 장인은 일본인들에게 안 의사의 행동을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가족을 안 지키는 아버지가 어디 있냐’고 늘 설명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일 뿐이라고요.” ―일본 정부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학교마다 차이는 좀 있지만 일본에선 일제강점기 역사를 많이 가르치는 곳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장인도, 저도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그런 일본의 만행이 있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일본 정치인 상당수가 일제강점기 정치인들의 후손이란 점도 원인이라고 봅니다. 자신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했던 일을 사과해야 하니까요. 독일은 나치와 완전히 손을 끊어 상대적으로 사과가 수월하지 않았나 싶어요.” ―요시다 목사님 건강은 어떠십니까. “요양원에 계신데, 지난해 뇌출혈이 있고 난 뒤에는 팔다리에 약간 마비 증세가 있으세요. 그래서 휠체어를 이용하시지요. 연세가 있으셔서….” ―한일 양국이 진정으로 화해하는 날이 올 수 있겠습니까. “장인도 말했지만, 먼저 일본이 과거 잘못을 진심으로 회개하고 사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과거사를 정확히 알고 배워야지요. 물론 아프겠지만 이런 과정 없이 한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 양국 기독교계가 다리가 돼 앞장섰으면 합니다. 정치로 풀긴 쉽지 않지만, 양국 교회가 하나 돼 각자 이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스터디 투어에 참여했던 일본 기독교 미션스쿨 학생들이 떠나면서 요시다 목사님께 준 선물이 있어요. 태극기에 소감을 적은 것인데, ‘역사를 알려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내용입니다. 갈라진 것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이 예수가 걸은 십자가의 길이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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