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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등 김광석(1964∼1996)의 대표곡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이 3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1992년과 2022년의 대통령 경호실을 배경으로 하는 이 뮤지컬은 두 명의 경호원 정학과 무영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한중 수교를 앞두고 신분 미상의 여인을 보호하라는 비밀 임무를 맡는데, 수교 당일 여인과 무영이 동시에 사라진다. 30년 뒤 경호부장이 된 정학은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과 마주한다.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배우 엄기준이 정학 역을 맡았다. 또 류수영, 최진혁, 김정현이 정학을 연기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유정 연출은 “작품에서 가장 명징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배우 캐스팅”이라며 “고심 끝에 새로운 배우들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무영 역은 박규원, 윤시윤, 산들, 유선호가 맡는다. 12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류수영은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이 김광석의 노래이고, 김광석이 명지대 경영학과 선배였던 인연도 있기에 작품 참여를 결심했다”고 했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윤시윤은 “내가 먼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 잘 짜인 작품 안에서 어떻게 충실히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누군가를 지킨다’는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장 연출은 설명했다. 그는 “극본 작업 당시 고 김광석의 가족과 지인, 팬들을 만나며 공통된 정서를 확인했는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감정이었다”며 “이 감정을 바탕으로 ‘누가 누구를 지켜주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품의 생명력을 지탱하는 가장 근원적인 힘은 김광석의 노래라고 장 연출은 덧붙였다.“상실과 그리움, 외로움, 사랑 같은 감정을 노래가 건드리며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으로,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복고적인 감정으로 서로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그날들’은 6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구로구 링크아트센터에서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서른 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등 김광석(1964~1996)의 대표곡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이 3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1992년과 2022년의 대통령 경호실을 배경으로 하는 이 뮤지컬은 두 명의 경호원 정학과 무영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한중 수교를 앞두고 신분 미상의 여인을 보호하라는 비밀 임무를 맡는데, 수교 당일 여인과 무영이 동시에 사라진다. 30년 뒤 경호부장이 된 정학은 그날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과 마주한다.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배우 엄기준이 정학 역을 맡았다. 또 류수영, 최진혁, 김정현이 정학을 연기한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유정 연출은 “작품에서 가장 명징하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배우 캐스팅”이라며 “고심 끝에 새로운 배우들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무영 역은 박규원, 윤시윤, 산들, 유선호가 맡는다.12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류수영은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즐겨 듣는 음악이 김광석의 노래이고, 김광석이 명지대 경영학과 선배였던 인연도 있기에 작품 참여를 결심했다”고 했다.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윤시윤은 “내가 먼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기보다 잘 짜인 작품 안에서 어떻게 충실히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이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누군가를 지킨다’는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장 연출은 설명했다. 그는 “극본 작업 당시 고 김광석의 가족과 지인, 팬들을 만나며 공통된 정서를 확인했는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감정이었다”며 “이 감정을 바탕으로 ‘누가 누구를 지켜주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작품의 생명력을 지탱하는 가장 근원적인 힘은 김광석의 노래라고 장 연출은 덧붙였다.“상실과 그리움, 외로움, 사랑 같은 감정을 노래가 건드리며 1990년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억으로,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복고적인 감정으로 서로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그날들’은 6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구로구 링크아트센터에서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사기, 절도, 혐오 발언, 학대, 따돌림, 살인….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할까? 그 원인이 단순한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성격적인 특성인 ‘다크 팩터(D-인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심리학 연구자인 저자들은 ‘악한 성향’을 “인성이 좋지 못하다”고 막연하게 평가하는 대신 심리학적으로 측정해 분석했다. 10년간 세계 250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근거로 이기주의, 악의, 탐욕, 자기중심성, 가학성, 사이코패스, 심리적 특권의식, 자기애 같은 악한 성격 특징의 밑바닥에 공통된 성향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 성향, D-인자는 한마디로 설명하면 ‘타인의 희생을 통해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일반적인 성향’이며 이를 정당화하려는 ‘신념’이 동반된다. 연구진은 수십 개의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지를 응답자에게 답하도록 하고, 이를 종합해서 D-인자 점수를 산출했다. 이렇게 산출한 결과를 통해 D-인자를 형성하는 결정적 요소는 무엇인지, 또 그것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악한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지적 능력이나 교육 수준이 부족한 게 아니라 사고가 성급하고 유연성이 부족했다. 높은 D-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단기적인 이익에 치우치고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며 흑백논리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보였다. 이런 D-인자가 강한 충동성과 결합하면 악한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높은 D-인자와 높은 지능이 결합하면 사회 전체에 더 큰 위험을 끼칠 수도 있다. 또 D-인자가 높은 개인일수록 삶 전반의 만족도가 낮았는데, 이는 타인을 희생시켜 얻는 이익이 장기적으로 개인의 행복을 높여주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인간 안의 어두운 D-인자를 분석하지만 ‘악한 성향’으로 공포감을 조장하거나 도덕적 설교를 하는 게 아니라 측정과 분석의 언어로 바꿔서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면 자기 내면의 어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더 나아가 사회의 어떤 환경이 악인을 만들어 내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위아래가 뒤집힌 회화 등으로 유명한 ‘독일 미술계의 거장’ 게오르크 바젤리츠(사진)가 4월 30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8세.1938년 독일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난 고인은 나치 통치 아래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청소년기엔 소련 점령기를 겪었다. 동독에서 탈출해 서독에서 본격 활동한 그는 초기 뒤틀린 신체와 성적 묘사로 논란을 겪고 작품이 압수되기도 했다.바젤리츠가 명성을 얻은 건 1960년대부터다. 대표작 ‘영웅’ 시리즈나 ‘침실’ 등은 거친 붓터치와 탁월한 색감으로 미술계를 매료시켰다. 그의 예술은 사회와 체제 속에서 겪는 혼란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력을 표현했단 평가를 받는다.2021년 프랑스 파리 퐁피두미술관 등이 그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9년 프랑스 학술원 ‘아카데미 데 보자르’ 회원으로 선출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나치와 소련 점령기 동독에서 태어나 전후 유럽의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표현해 세계 미술계에 큰 영감을 준 예술가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별세했다. 향년 88세.바젤리츠와 20년 넘게 함께 일한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30일(현지 시간) 그가 자택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바젤리츠는 위 아래를 거꾸로 뒤집은 회화로 유명하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구도를 뒤집는 것을 넘어 거칠고 활력있는 붓터치, 탁월한 색감을 무기로 갖고 있다. 덕분에 그 앞에 서면 관객은 낯설고 어지러우면서도 그림에 매료되는 이중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바젤리츠는 1938년 독일 작센 지방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나 나치 독일의 엄격한 규율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청소년기에는 전쟁 후 폐허와 이데올로기 강요가 뒤섞인 소련 점령기를 겪었다. 소련의 압박이 심해지던 1975년, 미술대학에서 제적을 당하고 석탄 광산으로 강제 노역을 갈 위기에 처하자 서독으로 탈출했다.그러나 서독에서는 1963년 연 첫 개인전이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강제 폐쇄를 당하고 그림이 압수되는가 하면 경찰로부터 벌금형을 받았다. 2년 뒤 장학금을 받고 이탈리아 피렌체로 유학을 가고 이곳에서 대표작인 ‘영웅’ 시리즈를 그린다. 거꾸로 그린 그림들이 탄생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며 이 때부터 세계 미술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쳤다.바젤리츠는 생전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파괴된 질서, 파괴된 풍경, 파괴된 사람들, 파괴된 사회 속에서 태어났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질서를 다시 세우고 싶지 않다. ‘질서’를 충분히 보았기 때문이다. 내 삶은 모든 것을 의심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오래된 체제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20세기 후반에 개인이 겪는 혼란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생명력을 표현한 그의 예술 세계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미술관(2021), 미국 워싱턴 허쉬혼미술관(2018),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미술관 등 순회전(2016) 등 여러 주요 미술관 개인전을 통해 조명됐다. 2019년에는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다.유족 측은 시인 로버트 이사프가 쓴 부고를 통해 “바젤리츠는 전후 유럽이 겪은 시대적 풍파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표현한 인물이었으며 이는 그가 남긴 수많은 예술 작품뿐 아니라, 그가 살았던 정직하고 끈질기며 훌륭했던 삶으로도 증명된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발레 수업을 듣는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들키고 무용을 금지당한 빌리. 로열 발레 학교 오디션 기회마저 놓치게 되자 불현듯 자신을 둘러싼 가난한 탄광촌의 현실, 파업을 진압하는 공권력의 압박, 꿈을 가로막는 가족 등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가 밀려온다. 빌리는 이 감정을 말 대신 격정적인 탭댄스를 비롯해 4∼5분간 이어지는 고강도의 안무로 보여준다. 단순한 춤이 아닌 침묵의 절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강렬한 순간이다.2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이지영 국내 협력 연출은 “빌리 엘리어트는 한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통과해야 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마음속에 누구나 품고 있는 나 자신을 찾으려는 의지를 이 작품이 꺼내 주는 힘이 있기에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빌리 역에 캐스팅된 김승주(13), 박지후(12), 김우진(11), 조윤우(10)는 작품을 준비하는 긴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이들은 세 차례 오디션을 걸친 끝에 선발돼 ‘빌리 스쿨’로 불리는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치며 탭댄스, 재즈댄스, 애크러배틱을 익혔다. 김승주는 “처음에는 빌리가 춤을 좋아하는 용감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연할수록 단순히 춤을 좋아하기보다 춤으로 온전히 집중해 몰입하는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16년 전 어린 빌리를 연기했던 임선우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돼 성인 빌리로 출연한다. 임선우는 “‘드림 발레’ 장면을 연기할 때, 어린 빌리에게 와이어 고리를 거는 ‘딸깍’ 소리를 듣자 16년 전 안무 선생님이 저에게 고리를 걸어주던 기억이 떠올라 울컥했다”며 “마지막 공연까지도 행복할 것 같다”고 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7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공연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발레 수업을 듣는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들킨 빌리는 무용을 금지당한다. 로열 발레 학교 오디션 기회마저 놓치게 된 빌리에게 자신을 둘러싼 가난한 탄광촌의 현실, 파업을 진압하는 공권력의 압박, 꿈을 가로막는 가족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를 빌리는 격정적인 탭댄스로 표현한다. 단순한 춤이 아닌 ‘침묵의 절규’와 같은 이 장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가장 강렬하고 상징적인 순간이다.2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이지영 국내 협력 연출은 “빌리 엘리어트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단순한 메시지보다, 한 사람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꼭 통과해야 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연출은 “마음속에 누구나 품고 있는 나 자신을 찾으려는 의지를 이 작품이 꺼내 주는 힘이 있기에 오랜 시간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 같다”고도 했다.빌리 역에 캐스팅된 김승주(13), 박지후(12), 김우진(11), 조윤우(10)는 작품을 준비하는 긴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이들은 세 차례 오디션을 걸친 끝에 선발돼 ‘빌리 스쿨’로 불리는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치며 탭댄스, 재즈댄스, 아크로바틱을 익혔다. 자신을 ‘세계 최연소 빌리’로 소개한 조윤우는 “처음에는 ‘안 되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하다 보니 되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16년 전 어린 빌리를 연기했던 임선우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가 되어 성인 빌리로 출연한다. 임선우는 “어린 빌리와 함께 ‘드림 발레’ 장면을 연기할 때, 어린 빌리를 공중으로 띄우기 위해 고리를 거는 순간이 있는데 ‘딸깍’ 소리를 듣자 오래 전 기억이 떠올라 울컥했다”며 “이런 기회를 얻게 되어 감사하고 마지막 공연까지도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빌리 엘리어트’는 7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우리은행홀에서 공연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워킹맘 브렌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17세 큰아들 매튜가 성폭행 혐의로 가택 연금 처분을 받으며 산산조각 난다. 집 밖엔 매튜를 찾아온 취재진과 범죄에 항의하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아들과 집에 갇혀 버린 브렌다는 엄마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여자로서 성범죄를 저지른 괴물 같은 아들을 향한 혐오 사이에서 갈등한다. 201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초연된 뒤 12개 이상 언어로 번역된 연극 ‘그의 어머니’ 줄거리다. 지난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올해 다시 한번 무대에 올랐다. 16일부터 공연 중인 작품을 위해 방한한 캐나다 출신 극작가 에번 플레이시는 27일 서울 종로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실제로 내 주변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 뒤 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픽션이지만, 매튜와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와 그의 어머니가 지인이었어요. 두 사람을 보며 모자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죠.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그 한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범죄 사건을 뉴스로 접하면 주로 피해자에게 감정 이입을 한다. 가해자나 그들의 가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플레이시 극작가는 “보통 가해자나 그 가족이 겪는 일에 대해선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꾼의 관점에선 흥미로운 소재였다”고 했다. 플레이시 극작가는 ‘그의 어머니’는 물론이고 감옥에서 태어난 소녀의 편견을 벗어나려는 사투를 그린 ‘할로웨이 존스’, 교도소에서 치매를 앓으며 늙어가는 종신형 수감자를 다룬 ‘라이퍼스’ 같은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그는 내셔널 시어터(영국국립극장)와 협력해 교도소에서 희곡 작법을 가르치는 워크숍도 운영한다고 한다. “사회가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고 잊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요. 물론 저 역시 개인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이를 보면 감정이 생깁니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분리하려고 애쓰죠. 그런데 그런 이중적인 감정의 상태가 특별하다고 느꼈고, 그것을 극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의 어머니’에서 브렌다는 때로는 피해자가, 때로는 괴물이 되어 간다. 관객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정서적 충격과 윤리적 고뇌를 겪기도 한다. 플레이시 극작가는 “많은 관객들이 ‘브렌다를 동정해야 하느냐, 비난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며 “둘 다일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작가로서 저는 그냥 인물 자체에 집중해 이야기를 씁니다. 답이 정해져 있다면 작품도 지루하지 않을까요. 그런 질문에 대해 저는 스스로 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점이겠지요.” 다음 달 1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워킹맘 브렌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17세 큰아들 매튜가 성폭행 혐의로 가택 연금 처분을 받으며 산산조각 난다. 집 밖엔 매튜를 찾아 온 취재진과 범죄에 항의하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아들과 집에 갇혀버린 브렌다는 엄마로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여자로서 성범죄를 저지른 괴물 같은 아들을 향한 혐오 사이에서 갈등한다.2010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초연된 뒤 12개 이상 언어로 번역된 연극 ‘그의 어머니’ 줄거리다. 지난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올해 다시 한번 무대에 올랐다. 16일부터 공연 중인 작품을 위해 방한한 캐나다 출신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는 27일 서울 종로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실제로 내 주변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난 뒤 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픽션이지만, 매튜와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와 그의 어머니가 지인이었어요. 두 사람을 보며 모자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죠.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그 한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일반적으로 범죄 사건을 뉴스로 접하면 주로 피해자에 감정 이입을 한다. 가해자나 그들의 가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 플레이시 극작가는 “보통 가해자나 그 가족이 겪는 일에 대해선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꾼의 관점에선 흥미로운 소재였다”고 했다.플레이시 극작가는 ‘그의 어머니’는 물론, 감옥에서 태어난 소녀의 편견을 벗어나려는 사투를 그린 ‘할로웨이 존스’, 교도소에서 치매를 앓으며 늙어가는 종신형 수감자를 다룬 ‘라이퍼스’와 같은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그는 내셔널 시어터(영국국립극장)와 협력해 교도소에서 희곡 작법을 가르치는 워크숍도 운영한다고 한다.“사회가 테두리 밖으로 밀어내고 잊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요. 물론 저 역시 개인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이를 보면 감정이 생깁니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분리하려고 애쓰죠. 그런데 그런 이중적인 감정의 상태가 특별하다고 느꼈고, 그것을 극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그의 어머니’에서 브렌다는 때로는 피해자가, 때로는 괴물이 되어간다. 관객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정서적 충격과 윤리적 고뇌를 겪기도 한다. 플레이시 극작가는 “많은 관객들이 ‘브렌다를 동정해야 하느냐, 비난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다”며 “둘 다일 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작가로서 저는 그냥 인물 자체에 집중해 이야기를 씁니다. 답이 정해져 있다면 작품도 지루하지 않을까요. 그런 질문에 대해 저는 스스로 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점이겠지요.” 다음달 1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극단 연우무대와 차이무를 이끌었던 이상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사진)가 26일 별세했다. 향년 75세.1951년에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서울대 연극회 동문인 정한룡, 김광림 등과 함께 연우무대를 창단했다. 이 극단에서 선보인 작품 ‘칠수와 만수’는 1987년 제23회 동아연극상을 받았다. 연우무대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민기 전 학전 대표(2024년 별세)는 오랫동안 절친했던 동갑내기 벗이었다. 1995년에 창단한 극단 차이무(차원이동무대선)는 ‘늘근 도둑 이야기’, ‘비언소’ 등 한국의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송강호, 문성근, 유오성, 문소리, 이성민 등 많은 배우들이 차이무를 거쳐 갔다.유족으로 부인 류종숙 씨, 아들 일하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 28일 오전 9시. 02-2072-2020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2년 만에 돌아온 연극 ‘홍도’가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전국 순회공연을 이어간다. 지난달 4월 10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선보인 ‘홍도’는 이달 26일로 서울 공연을 끝마쳤다. 다음 달 7일부터는 광주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등 전국 7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펼친다. ‘홍도’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선보인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재해석한 작품. 2014년 초연한 ‘홍도’는 같은 해 동아연극상 연기상, 2016년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연극 부문 최우수상 및 연출상 등을 받았다. 고선웅 연출은 “다시 공연을 올리면서 더 예민하고 자기 검열도 심했다”며 “쳐내야 할 대사도 많고 선명하게 정리하면서 보석을 캐내듯 다듬었다”고 했다. 12년 만에 돌아온 작품의 주인공 홍도는 배우 박하선과 예지원, 최하윤이 맡았다. 2014년 초연 당시에도 홍도를 연기했던 예지원은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홍도가 18세”라며 “고 연출에게 ‘제가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이어 “연기력으로 커버하려 애쓰고 있다”면서 “같은 한국말이라도 예스러운 대사가 곱고 품격 있어 듣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박하선은 “새로 태어난 것처럼 발성과 걸음걸이, 호흡, 시선 하나하나를 나노 단위로 지적 받으며 배우고 있다”며 “어렸을 때 ‘마흔 살까지 배우가 안 되면 죽자’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더 일찍 배우가 된 데다 마흔을 앞두고 또 다른 시작을 맞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2026년 버전 ‘홍도’의 무대는 12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간결함을 통해 신파의 비극성을 담백하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한다. 백색 무대 위에 ‘사람 인(人)’을 형상화한 구조물만으로 건물 지붕을 표현하고, 유명 디자이너 차이킴(김영진)이 한복 의상을 만들었다. 한국의 정서인 ‘한(恨)’을 홍색을 바탕으로 화려하지만 슬픔을 자아내는 디자인으로 나타냈다. 여기에 기생인 홍도를 쫓아내고 신여성인 혜숙을 집안에 들이기 위해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음모를 꾸미는 과정은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는 이야기’라고 고 연출은 정의했다. 그는 “요즘은 댓글 하나, 소문 하나로 사람이 몰락하기도 한다”며 “과거가 현재를 끝까지 지배해 한 사람이 갱생할 가능성조차 없애 버리는 사회가 타당한지를 묻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을 비판했다가 방송 중단 사태를 겪었던 미 유명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미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조지 포스터 피보디 상(George Foster Peabody Awards·피보디상)을 수상했다. 피보디상 심사위원회는 23일(현지 시간) “제86회 피보디상 엔터테인먼트 부문 수상작으로 코미디언 지미 키멀이 진행하는 ABC방송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지미 키멀 라이브!’는 23년 동안 꾸준히 방영됐으며, 이번 시즌엔 미 TV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며 “중단 처분을 받았던 방송은 표현의 자유 권리를 옹호하는 미 사회의 분노 덕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미디와 풍자가 때로는 위협을 받지만, 필수적인 민주주의 발언이란 걸 보여준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진행자인 키멀은 지난해 방송에서 우파 활동가인 찰리 커크 암살 사건에 대해 “‘마가 갱단’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고 살해범을 자신과는 다른 사람으로 규정하려 애쓰고 있다”고 꼬집어 거센 압박을 받았다. 이후 미 방송·통신 규제 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장이 “키멀의 발언은 방송 면허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비난했으며, ABC방송은 ‘지미 키멀 라이브!’의 무기한 방송 중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키멀은 재능이 없고 시청률이 낮아서 해고됐다”고 조롱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커졌고, 결국 방송도 일주일 만에 재개하기로 결정됐다. 키멀은 복귀 방송에서 방청객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등장해 “대통령이 싫어하는 코미디언을 침묵시키겠다는 위협은 미국의 가치가 아니다”라며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해 생계를 빼앗는 게 우리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1939년 제정된 피보디상은 미국방송협회(NAB)와 조지아대 이사회가 주최하는 미 방송계 최고의 상이다. 한편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였던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는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나는 배신당했다고 느낀다(I Feel Betrayed)”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전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등 현재 미국의 해외 개입 노선이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주장한 ‘미국 우선주의’ 공약과 상충된다고 비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을 비판했다가 방송 중단 사태를 겪었던 미 유명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가 미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조지 포스터 피버디 상(George Foster Peabody Awards·피버디상)을 수상했다.피버디 상 심사위원회는 23일(현지 시간) “제86회 피버디상 엔터테인먼트 부문 수상작으로 코미디언 키멀이 진행하는 ABC방송 토크쇼 ‘지미 키멀 라이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회는 “‘지미 키멀 라이브!’는 23년 동안 꾸준히 방영됐으며, 이번 시즌엔 미 TV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며 “중단 처분을 받았던 방송은 표현의 자유 권리를 옹호하는 미 사회의 분노 덕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미디와 풍자가 때로는 위협을 받지만, 필수적인 민주주의 발언이란 걸 보여준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선정 사유를 전했다.진행자인 키멀은 지난해 방송에서 우파 활동가인 찰리 커크 암살 사건에 대해 “‘마가 갱단’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고 살해범을 자신과는 다른 사람으로 규정하려 애쓰고 있다”고 꼬집어 거센 압박을 받았다. 이후 미 방송·통신 규제 당국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장이 “키멀의 발언은 방송 면허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공개 비난했으며, ABC방송은 ‘지미 키멀 라이브!’의 무기한 방송 중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대해 “키멀은 재능이 없고 시청률이 없어서 해고됐다”고 조롱했다.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커졌고, 결국 방송도 일주일 만에 재개하기로 결정됐다. 키멀은 복귀 방송에서 방청객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등장해 “대통령이 싫어하는 코미디언을 침묵시키겠다는 위협은 미국의 가치가 아니다”라며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해 생계를 빼앗는 게 우리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피버디 상은 미국방송협회(NAB)와 조지아대 이사회가 주최하는 미 방송계 최고의 상이다. 은행가인 조지 포스터 피버디의 지원을 받아 1939년 제정됐다. 올해 엔터테이먼트를 비롯해 뉴스, 예술, 다큐멘터리 등 7개 부문에 걸쳐 34개 수상작을 발표했다. 피버디 상의 제프리 존스 상임이사는 “미 이민세관집행국(ICE)의 파괴적인 행태를 보도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저항한 작품 등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한 번의 치명적인 실수로 삶이 무너진 아버지가 있다. 실직 이후 불안에 시달렸던 이 남성은 알코올의존증을 겪고 있음을 아내에게까지 숨기다가 어린 아들을 차로 치고 만다. 부모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비극이었을 사고 뒤, 그는 교도소에 수감된다. 매일 밤 죄책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던 중, ‘사라지는 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생을 마감할 계획을 세우는데…. 가족의 붕괴와 상처, 회복 문제를 지속해서 탐구해 온 미국 소설가의 작품이다. 주인공 코비 레드베터가 상실 이후 삶을 어떻게 지속해 가는지, 한 인간이 죄책감 속에서도 변화할 수 있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에서 베스트셀러에 무려 여섯 편이나 이름을 올렸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그간의 문제의식을 한층 더 어둡고 응축된 방식으로 표현하며 묻는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인간은 다시 살아갈 수 있는가”, “죄책감과 수치심의 한가운데에서도 구원은 가능한가?”…. 이 소설의 강점은 초반부터 가족의 비극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압도적인 긴장감과 밀도 있는 감정을 들이민다는 점이다. 구원이 아니라 응징을 받는 레드베터의 서사를 통해 독자가 ‘자식을 죽인 아버지도 살아갈 자격이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게 만든다. 심지어 교도소에서 잔혹 행위를 목격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표적이 되면서 레드베터의 삶은 더욱 무너진다. 저자는 오랫동안 교정시설에서 글쓰기 강의를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교도소 안의 사회를 실감 나게 묘사했다. 교정 시스템의 폭력성을 함께 건드리며 소설은 개인의 비극을 사회적인 질문으로까지 확장한다. ‘강물이 멈춘 날’처럼, 당연히 흘러가야 했으나 어디로도 흘러가지 못했던 삶은 다시 강물이 돼 흐를 수 있을까? 가장 무거운 죄를 지은 사람도 빛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 선택은 멈춘 물속에 있는 혼자가 아닌 도도히 흐르는 다른 강들, 타인과의 연결 속에서 비롯된다는 성찰을 소설은 펼쳐 보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뮤지컬 ‘렘피카’의 주인공 타마라 드 렘피카는 복잡한 인물이다. 화려하고 대담하며 강한 생존 본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랑과 욕망에는 때로 무척 솔직하다.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려 참고 견디는 ‘이상화된’ 영웅이라기보단, 자기의 이미지를 직접 설계하고 전략적으로 구축하는 예술가에 가깝다. 이 독특한 인물을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 김선영(53)은 “평범한 인물인 렘피카가 비범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끌렸다”고 했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타마라는 예술로 어떻게 먹고살지 생존을 걱정한 인물이었다”며 “그림을 그리고 판매하며 자신을 브랜드화한 사람”이라고 했다. 뮤지컬 ‘렘피카’가 그리는 타마라 드 렘피카(1894∼1980)는 실존 인물로 폴란드에서 태어나 러시아 혁명을 피해 프랑스 파리와 미국에서 활동하며 ‘아르데코의 디바’로 인기를 얻었던 화가다. 1920년대가 그의 전성기로, 매끈하고 정돈된 그림체로 부유한 도시의 일상이나 초상화, 정물화 등을 그렸다. 뮤지컬은 이런 렘피카 작품의 미학을 무대 전반에 녹였다. 클래식한 선율에 팝, 록, R&B 요소를 결합한 음악으로 제1·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격변기 인물들의 욕망을 표현했다. ‘하데스타운’을 연출했던 레이철 채브킨이 연출을 맡아 2024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뒤 제77회 토니 어워즈 3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렘피카는 관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캐릭터지만, 빈틈없는 연출과 역동적인 음악이 극을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어요. 그만큼 ‘극악의 넘버’를 소화해야 하고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곡선’, ‘형태’ 같은 표현이 어색해 쉽지 않은 배역이죠. 한순간이라도 정신 줄을 놓으면 딴 세상에 가 있는 느낌이어서 엄청난 집중과 몰입이 필요합니다.” 김 배우는 렘피카 역에 몰입하기 위해 실존 인물의 삶에 관한 자료와 작품들도 찾아봤다고 한다. 이때 렘피카의 ‘평범함’이 공감과 몰입을 하게 해주는 관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첫눈에는 강렬하고 화려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평범한 모습이 보인다”며 “평범한 사람이 생존을 위해 비범한 선택을 하는 과정을 보며 저와 닮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말년을 멕시코에서 보낸 렘피카가 숨진 뒤, 유족들은 그 유해를 유명한 활화산인 ‘포포카테페틀’에 뿌린 것으로 전해진다. 작품에서도 이 일화를 토대로 렘피카가 “(내가 죽으면) 화산에 뿌려 달라, 나는 다이아몬드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죽어도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화산의 뜨거운 압력과 열을 견디며 더 단단하고 빛나는 존재가 되겠다는 뜻이 아닐까. 김 배우도 이 대목을 “타마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짚었다. 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한 김 배우는 “나 역시도 평범하지만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지금까지 무대에서 살아온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이 작품을 잘 마치고 후배들도 ‘렘피카’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배우 김선영의 ‘개인적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6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뮤지컬 ‘렘피카’의 주인공 타마라 드 렘피카는 복잡한 인물이다. 화려하고 대담하며 강한 생존 본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랑과 욕망에는 때로 무척 솔직하다. 타고난 재능을 발휘하려 참고 견디는 ‘이상화된’ 영웅이라기보단, 자기의 이미지를 직접 설계하고 전략적으로 구축하는 예술가에 가깝다.이 독특한 인물을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 김선영(53)은 “평범한 인물인 렘피카가 비범함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끌렸다”고 했다.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타마라는 예술로 어떻게 먹고살지 생존을 걱정한 인물이었다”며 “그림을 그리고 판매하며 자신을 브랜드화한 사람”이라고 했다.뮤지컬 ‘렘피카’가 그리는 타마라 드 렘피카(1894~1980)는 실존 인물로 폴란드에서 태어나 러시아 혁명을 피해 프랑스 파리와 미국에서 활동하며 ‘아르데코의 디바’로 인기를 얻었던 화가다. 1920년대가 그의 전성기로, 매끈하고 정돈된 그림체로 부유한 도시의 일상이나 초상화, 정물화 등을 그렸다.뮤지컬은 이런 렘피카 작품의 미학을 무대 전반에 녹였다. 클래식한 선율에 팝, 록, R&B 요소를 결합한 음악으로 제1∙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격변기 인물들의 욕망을 표현했다. ‘하데스타운’을 연출했던 레이첼 채브킨이 연출을 맡아 2024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뒤 제77회 토니 어워즈 3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렘피카는 관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캐릭터지만, 빈틈없는 연출과 역동적인 음악이 극을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어요. 그만큼 ‘극악의 넘버’를 소화해야 하고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곡선’, ‘형태’ 같은 표현이 어색해 쉽지 않은 배역이죠. 한순간이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딴 세상에 가 있는 느낌이어서 엄청난 집중과 몰입이 필요합니다.”김 배우는 렘피카 역에 몰입하기 위해 실존 인물의 삶에 관한 자료와 작품들도 찾아봤다고 한다. 이때 렘피카의 ‘평범함’이 공감과 몰입을 하게 해주는 관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첫눈에는 강렬하고 화려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평범한 모습이 보인다”며 “평범한 사람이 생존을 위해 비범한 선택을 하는 과정을 보며 저와 닮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말년을 멕시코에서 보낸 렘피카가 숨진 뒤, 유족들은 그 유해를 유명한 활화산인 ‘포포카테페틀’에 뿌린 것으로 전해진다. 작품에서도 이 일화를 토대로 렘피카가 “(내가 죽으면) 화산에 뿌려 달라, 나는 다이아몬드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죽어도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화산의 뜨거운 압력과 열을 견디며 더 단단하고 빛나는 존재가 되겠다는 뜻이 아닐까. 김 배우도 이 대목을 “타마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짚었다.1999년 뮤지컬 ‘페임’으로 데뷔한 김 배우는 “나 역시도 평범하지만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지금까지 무대에서 살아온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이 작품을 잘 마치고 후배들도 ‘렘피카’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배우 김선영의 ‘개인적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6월 2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우리은행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충남 공주 교촌리 벽돌무덤(사진)이 무령왕릉보다 100년 이상 앞서 만들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제왕릉으로 추정되는 이 무덤이 현재까지 발견된 우리나라의 벽돌무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교촌리 벽돌무덤을 ‘광여기 루미네선스(OSL)’ 방식으로 연대 측정한 결과 이 무덤이 4세기 말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무령왕릉은 512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1530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교촌리 일대 무덤이 ‘백제왕릉’이라고 적혀 있어, 벽돌무덤을 왕릉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무덤 주인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충남 공주 교촌리 벽돌무덤이 무령왕릉보다 100년 이상 앞서 만들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제왕릉으로 추정되는 이 무덤이 현재까지 발견된 우리나라의 벽돌무덤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교촌리 벽돌무덤을 ‘광여기 루미네선스(OSL)’ 방식으로 연대 측정한 결과 이 무덤이 4세기 말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무령왕릉은 512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1930년대 처음 발굴조사가 이뤄졌고, 2018년 재발굴된 이 고분은 벽돌을 쌓아 올린 터널형 구조다. 국내에서 이런 구조의 고분 형태는 드물고, 무령왕릉과는 구조가 같아 화제가 됐다. 그러나 제작 시기를 추정할 수 있는 유물이나 명문이 없었다. 연구원은 2023년 도입한 OSL 장비로 이번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 OSL은 석영이나 장석이 빛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신호를 이용해 물체가 마지막으로 빛에 노출된 시기를 재는 방식이다.1530년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교촌리 일대 무덤이 ‘백제왕릉’이라고 적혀 있어, 벽돌무덤을 왕릉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무덤 주인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21~24일 강원 강릉시에서 열리는 ‘2026년 춘계 지질과학기술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자원 고갈로 황폐해져 행성 이주 프로젝트가 시작된 2050년대 지구. 로비스는 숨진 사람들을 염하는 로봇이다.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로비스. 그런데 그가 시신에 대해 하는 건조한 말들이 오히려 유족을 위로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이 모습, 지금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 인공지능(AI)과의 대화에서 위로를 찾는 요즘 세태와 무척 닮지 않았나.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연극 ‘뼈의 기록’이다. 연극 ‘뼈의 기록’은 천선란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 그의 인기 작품인 ‘천 개의 파랑’을 무대에 올렸던 장한새가 연출을 맡았다. 천 작가 소설을 벌써 세 번째 무대로 가져온 장 연출은 “천 작가의 소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SF) 장르이지만, 난해하지 않고 지금 우리의 삶에 맞닿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끌린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연극은 SF 소설이 원작이지만, 화려한 무대나 시각 효과는 거의 없다. 오히려 더 담백하고 미니멀하다. 천 작가는 “SF 작품을 뮤지컬이나 영화로 만들 땐 주로 멋있고 화려하게 보일 기술적인 부분을 먼저 의논한다”며 “하지만 연극은 이와 달리 무대 위 언어로 관객과 소통하는 지점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이를테면 로봇이 주인공인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 연출진은 실제 로봇의 형태를 어떻게든 화면에 구현해야 한다. 하지만 연극 ‘뼈의 기록’에선 배우들이 오류가 발생한 로봇의 버벅거림 같은 미묘한 몸짓 등을 디테일을 살린 연기로 대신한다. 이를 ‘로봇’이라 여기는, 관객과 배우의 약속 아래. 천 작가는 “장 연출은 로봇이란 소재에 대한 호기심보다, 이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칭찬했다.실제 무대는 천장이 높고 깊이감이 있는 자유소극장의 특징을 살리려 애썼다고 한다. 장 연출은 “무대가 마치 하나의 관처럼 보이길 바라며 디자인했다”며 “로비스가 인간의 감정을 배운 뒤 영안실 밖으로 나가는 순간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심플한 무대가 후반부에 변하는 구성도 마련했다”고 했다.천 작가의 소설은 왜 무대 예술로도 많은 사랑을 받을까. 이에 대해 천 작가는 “아무래도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이 선택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천 개의 파랑’에서 다친 경주마를 위해 느림을 택하는 로봇 기수 ‘콜리’,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의 흡혈귀 등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그럼 ‘뼈의 기록’에서 로비스가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장 연출은 “로비스를 통해 ‘모두와 연결돼 있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고립된 세상’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고 했다.“요즘은 직접 목소리를 듣고 안부를 묻지 않아도, 소셜미디어만 접속하면 소식을 알 수 있죠. 이렇게 쉽게 사람들은 연결돼 있지만, 갈수록 인간보다는 AI와 대화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고립’이 커지고 있어요. 이런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 질문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다음 달 10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78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에서 우편 폭탄을 보내 3명이 숨지고 23명이 중상을 입게 한 연쇄 테러 사건인 ‘유나바머 사건’. 이런 명칭이 붙은 이유는 이 사건의 범인이 대학과 항공사를 노린 폭발범(University and Airline Bomber)이란 뜻이 담긴 별명, 이른바 ‘유나바머’로 불렸기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유나바머를 잡기 위해 17년 가까이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며 수사에 매달렸다.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유나바머는 주요 언론사에 ‘산업사회와 그 미래’라는 선언문을 보냈는데, 필체를 알아본 동생이 FBI에 제보하며 1996년 몬태나의 한 오두막에서 체포된다. 그의 실제 이름은 테드 카진스키. 오두막은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문학부터 역사, 심리, 과학 등 온갖 종류의 책이 가득했다. 세상은 그를 ‘하버드 출신의 광인’으로 치부했지만, 책은 그의 사상이 주류 미국인의 사고방식과도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카진스키의 사상과 폭력이 1950년대 냉전기 미국의 지적 분위기와 맞물린다는 설명이다. 책은 카진스키가 비뚤어지게 된 하나의 단서로, 하버드 심리학 수업에서 실시된 헨리 머리 교수의 고강도 스트레스 심문 실험을 제시한다. 이 실험은 참가자가 신념이나 정체성을 강하게 공격받는 상황을 만들고 그 반응을 관찰했다. 문제는 이 실험 방식이 미 정보기관이 냉전 시대 심리전에 대비해 적군을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행했던 연구와 비슷했다는 점이다. 카진스키를 비롯한 학생들은 충분한 설명 없이, ‘조작 가능하고 시험 가능한 대상’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아야만 했다. 이를 계기로 배움을 좋아했던 한 청년은 비인간적이고 절망적인 사회를 겪으며 아웃사이더 살인자로 변했다. 고도로 훈련된 그의 수학적 두뇌에는 참과 거짓의 논리만 있고, 회색 영역이 없었다. 흥미로운 건 저자 역시 공립학교를 나와 하버드에 입학했으며, 카진스키와 비슷한 시기 절망을 느껴 몬태나의 야생 속에서 은둔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극단적인 폭력이 특별한 악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적인 생각과 환경에서 자라났음을 추적하며, 미국 사회가 어떻게 극단적 폭력을 낳는 사유의 토양이 됐는지를 되묻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