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언제 볼지 몰라…” 불안한 수험생들로 자습실, 커피숍 여전히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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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4월 8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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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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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디 가서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8일 서울 동작구에 있는 일명 ‘노량진 학원가’. A학원 건물을 나서던 김종석 씨(31)는 다소 허탈한 표정이었다. “7급 공무원 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방금 막 “학원 자습실에서 짐 챙겨 나오던 길”이라 했다. 수험서 20여 권을 양팔에 잔뜩 껴안고 있었다.

김 씨가 다니던 A학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6일 학원에 다녀간 한 수험생(27)이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씨 말고도 수험생 80여 명이 책 등을 챙겨 학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노량진 학원가는 곳곳에서 ‘짐 꾸러미’ 풍경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삼삼오오 수험서를 짊어진 채 어디론가 바삐 움직였다. 확진자가 나온 A학원은 공무원시험전문으로 노량진에만 10개 분관이 있을 정도로 대형학원이다. 당장 서울시는 확진된 수험생과 같은 건물에서 접촉한 65명을 자가 격리하고 코로나19 검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학원만 휴업했을 뿐 인근 커피숍이나 독서실은 상당히 북적거렸다. 학원을 빠져나온 수험생들이 몰려든 탓이다. 지하철9호선 노량진역 주변의 한 커피숍은 60개 좌석이 모두 책을 펼쳐든 수험생으로 가득했다. 또 다른 커피숍 역시 마스크를 쓴 수험생 50여 명이 온라인강의를 듣고 있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앞둔 윤미라 씨(28·여)는 “학원이 문을 닫는단 소식을 듣고 짐을 챙겨 근처 카페에 갔더니 빈 자리가 하나도 없다”며 “공부할만한 곳을 찾아 30분 째 헤매고 있다”고 했다.

학원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수험생들은 하루 종일 싱숭생숭했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김모 씨는 “2월에 열릴 예정이던 공무원 5급, 7급 공개채용 시험 일정도 모두 ‘4월 이후’로 미뤄졌다. 수험생들은 언제 시험을 칠 수 있을지 몰라 전전긍긍”이라며 “일정을 짤 수가 없어 일단 해오던 대로 노량진에서 ‘그룹 스터디’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김모 씨(30)도 “올해 서른인데 코로나19보다 시험 낙방이 더 두려운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일단 노량진에 와서 공부해야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몇몇 학원은 수험생들에게 건물 자습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B학원은 직원들이 건물 입구에서 수험생들의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출입시각 등을 일일이 기록했다. 수험생들은 명단을 작성한 뒤 체온을 확인하고 손 소독제를 뿌렸다. 한 수험생은 “줄이 길어 검사를 받고 자습실에 들어가는 데만 5분씩 걸리기도 했다”며 “그나마 공부할 장소가 있는 게 다행”이라고 했다.

이청아기자 clearlee@donga.com
김소민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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