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에 ‘타조’ 비판 현직 부장검사, 검수완박 반발 첫 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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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3일 0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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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추진하려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현직 부장검사가 처음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1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글을 올리면서 “2003년 검사생활을 시작해서 20년 가까이 검사로서 근무해왔다.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으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며 “이는 어느 누구도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는 “현재 검찰개혁 논란은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고, 국민의 불신은 지난 오랜 기간 검찰이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분쟁을 사법적 수단으로 재단해온 원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검수완박으로는 수사기관의 그런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없다. 경찰이 정치적 수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차단 장치가 마련돼 있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2006년 론스타 사건, 2010년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2017년 삼성그룹 노조 파괴 사건 등을 수사한 경험을 언급하며 검찰 수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부장검사는 “경찰이 해도 잘 했을 수도 있었다구요? 네 그랬을수도 있다”며 “하지만 국정원 사건의 경우 원래 경찰에서 수사가 시작돼 검찰이 여러 차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했음에도 실체 진실 발견이 부족해 검찰에 송치된 후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도 유능한 인재들로 구성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서로 특징이 다르다”면서 “경찰은 지상전에 능한 육군, 해병대라면 검찰은 F-16을 모는 공군 같은 기능”이라고 비교했다. 그러면서 “무슨 이유인지 공군 파일럿이 미덥지 못하다고 수십 년간 거액을 들여 양성한 파일럿을 다 내보내고 지상전 전문요원인 보병을 새로 교육시켜 나라를 지켜보자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앞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대기업군 금융권력 등을 상대로 한 수사에서 수사기관이 승리할 가능성은 극히 저조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께서 검수완박 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알려주셨으면 한다”면서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 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해 대통령제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새로 취임할 대통령 당선인께서는 상대방 입장에서 볼 때 진정성이 느껴질 만한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 8일에도 검수완박에 대응하는 검찰 수뇌부를 향해 “껍데기에 목을 넣는 거북이처럼, 모래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처럼 사라져버리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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