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약물질 ‘옥석’ 가리기 본격 시작

  • 뉴스1
  • 입력 2020년 4월 18일 08시 08분


코멘트
조셉 킴 이노비오 대표가 지난 2월 20일 오전 <뉴스1> 주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바이오 리더스클럽 2020’에서 ‘신종 감염병 치료제 개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0.2.20/뉴스1 © News1
조셉 킴 이노비오 대표가 지난 2월 20일 오전 <뉴스1> 주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바이오 리더스클럽 2020’에서 ‘신종 감염병 치료제 개발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020.2.20/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처음 발견된 지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신약개발에 뛰어든 국내외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과거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때처럼 많은 기업들이 개발에 나서다 보류했던 상황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시각이다. 사스는 이미 유행이 멈췄고, 메르스도 중동지역 위주로 발생하다 보니 수익 면에서 연구개발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전파력이 매우 큰 ‘코로나19’의 경우 계절성 유행 감염병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번엔 연구개발 완주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1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내세운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은 항체와 DNA(유전자), 화학합성 등 다양하다. 각 기술로 만든 신약물질을 통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어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길리어드 ‘렘데시비르’ 빠르면 연내 출시 전망

현재 임상속도가 가장 빠른 치료용 신약물질은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의 ‘렘데시비르’다. 신약으로 허가받을 만한 구체적인 연구 데이터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산발적으로 공개된 연구결과를 보면 고무적이란 평가다. 이미 임상 마지막 단계인 3상을 진행하고 있어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다면 연내 허가도 가능할 수 있다.

길리어드가 자체 합성으로 만든 뉴클레오타이드 유사체 항바이러스물질 ‘렘데시비르’는 다국가 임상3상을 포함해 여러 임상을 진행 중이다. 세계 각국의 연구진들도 자체적으로 ‘렘데시비르’ 연구임상을 이어가고 있다.

다국가 임상3상 진행 국가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있어 일부 확진자들에게 쓰이고 있다. 현재 중증과 중등도 확진자별로 경북대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등에서 2개의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 임상들은 지난 3월2일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또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의뢰로 별도 임상3상이 3월5일 승인받고 시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공개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의약 전문지인 스탯뉴스는 이 날 시카고대학교에서 진행한 임상3상 결과 ‘코로나19’ 입원환자 대부분이 ‘렘데시비르’ 투약 후 열과 호흡기 증상이 크게 완화돼 6일만에 퇴원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임상은 ‘코로나19’ 위중 환자 113명을 포함한 1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카고대 연구진은 고열 환자들이 약을 투여하자 대부분 열이 급속도로 내렸고,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던 일부 환자는 투약 하루 만에 자가호흡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대부분 6일째 퇴원했고, 3명만 치료기간이 더 필요했다. 사망자는 2명에 그쳤다.

하지만 이 임상은 ‘렘데시비르’와 ‘위약군’을 비교한 연구가 아니어서 치료효과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게 캐슬린 멀레인 시카고대병원 감염학 교수의 설명이다. 더욱이 여러 임상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임상 중 시카고대병원의 결과가 공개된 것이어서 데이터도 부족하다. 이 임상은 국내서도 진행되고 있는 중증 확진자 대상 임상3상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이 날 성명을 내고 “이번 임상결과는 고무적이지만 렘데시비르의 안전성과 효능을 밝히는데 필요한 통계적 검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임상결과를 최종 확인하기 위해선 모든 임상데이터 결과를 종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약군과 ‘렘데시비르’ 투약군을 비교하는 다국가 임상3상은 중등도 확진자를 대상으로 따로 진행 중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진행 중으로 ‘렘데시비르’와 ‘표준치료법’간 안전성과 항바이러스 활성도를 비교 평가하고 있다. 해당 임상들의 결과는 상반기 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치료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긴급한 상황인 만큼 빠른 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치료제 ‘셀트리온’·백신 ‘이노비오’…질병관리본부 연구 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곧 임상에 들어갈 수 있거나 약효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으로 셀트리온과 이노비오를 꼽고 개발연구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긴급 현안연구 공모과제에 선정된 셀트리온과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의 혈액으로부터 치료효과를 낼 만한 항체 후보물질 38종을 확보했다. 셀트리온이 선별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양호한 결합력을 보이는 106개 항체를 대상으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38종이 우수한 능력을 보인 항체들인 것이다.

정부는 이 항체에 대해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빠르면 2021년 치료에 쓸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가 추진하는 ‘코로나19’ DNA 백신 개발에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노비오의 신약물질 ‘INO-4800’은 전세계 백신개발 업체 중 개발속도가 가장 빠른 축이다. 특히 약 1종만 투약하면 예방과 치료를 모두 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INO-4800’은 현재까지 임상개발 본궤도에 오른 전세계 백신 후보물질 3개 중 1개다. 나머지 2곳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백신 개발에 나선 중국 캔시노바이오로지칼(CanSino Biological Inc.)과 mRNA를 활용하는 미국 기업 모더나(Moderna)다.

이와 관련해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6일 “국립보건연구원은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 등과 협력해 코로나19 예방 백신 후보물질의 국내 임상1·2상 시험 연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NO-4800’은 이미 지난 6일부터 미국 임상에 들어간 상태다. 다국가 임상격으로 국내에선 오는 6월부터 임상이 시작될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국내 임상1상은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접종해 안전성 등을 분석·평가하고 이후 고령자를 포함한 160명 규모로 임상2상을 곧바로 이어갈 예정이다. 국내 임상은 민간공동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이 690만달러(약 84억원)를 지원한다. 이노비오는 임상2상을 마친 뒤 시판허가를 신청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노비오는 ‘DNA 백신’ 플랫폼 기술을 통해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기술은 작은 원형 유전자인 ‘플라스미드’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일부 유전자 그리고 이를 단백질(항원)로 발현시킬 ‘전사인자’를 함께 삽입한 뒤 이를 몸 안에 주입해 면역 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방식이다.

면역 T세포는 체내 면역세포들 중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힌다. 따라서 미리 체내 주입해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예방’ 효과와 바이러스 감염 후에도 활성화된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