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야당 지자체장 후보 첩보’ 靑→경찰 하달, 선거중립 위배 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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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측근 비위첩보 靑서 수집 정황
檢, 울산시장 재선 막으려 개입 의심… 업무 벗어난 민간인 사찰 논란 여지
중대성 감안해 중앙지검에 재배당… 前-現 靑인사로 수사 확대될 수도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 첩보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수집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 착수 과정과 배경을 둘러싼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예고되고 있다. 검찰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비리 첩보가 청와대에서 경찰로 하달된 경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함에 따라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 석연찮은 ‘靑→경찰청→울산경찰청’ 첩보 하달


26일 검찰이 당시 수사를 지휘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현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한 고발 사건을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로 재배당한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조치다. 대검찰청 공공수사부 산하 공안연구관, 반부패강력부 산하 수사 지원 인력을 투입해 사실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울산지검 공안부는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경찰이 수사한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 등 측근 3명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 첩보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경찰청→울산경찰청 순으로 이첩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특히 검찰은 울산경찰청이 수사 착수 당시 첩보가 청와대에서 내려온 사실을 인지했던 정황과 진술까지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자유한국당 소속이던 김 전 시장의 재선을 막기 위해 경찰이 사실상 ‘하명(下命) 수사’를 벌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방선거 직전 야당 소속의 자치단체장 후보를 겨냥한 비리 첩보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일선 경찰로 내려간 것이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배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비리 첩보 수집은 청와대 직제상 특별감찰반 등의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민간인 사찰’ 논란의 여지도 있다. 특감반은 행정부 고위공무원 등에 대한 감찰 권한을 갖는다.

울산경찰청은 지방선거를 3개월가량 앞둔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 내 5곳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시장은 압수수색 당일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이 확정됐다.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53.66%)가 당시 현직이던 김 전 시장(38.82%)을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은 2014년 울산 남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온 송 시장의 후원회장을 지냈다.

○ 황운하 청장 총선 출마에도 변수


이후 울산경찰청은 지난해 검찰의 세 차례 보완 수사 지시와 ‘혐의 없음’ 의견 송치 지휘에도 측근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아파트 건설현장의 레미콘 업체를 선정하면서 경북 경주 지역 업체를 배제하고 울산의 한 레미콘 업체가 선정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3차례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올 3월 이들의 직권남용,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 처분을 한 95쪽 분량의 불기소 결정문에서 “수사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수사권 남용의 논란을 야기한 수사”라고 규정했다.

황 청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사실상 예고한 상태여서 검찰 수사 결과가 그의 출마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황 청장은 2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역할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첩보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일 뿐 그 첩보가 청와대 특감반에서 보낸 것인지 경찰청 자체 첩보인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김동혁 hack@donga.com·장관석 기자
#야당 지자체장#김기현 측근#비리 의혹#황운하 청장#내년 총선#선거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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