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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산길… ‘젊은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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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따라 산길… ‘젊은달’이 뜬다

영월=김동욱 기자 입력 2019-10-05 03:00수정 2019-10-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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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영월|
선돌의 70m 기암 사이로 보이는 서강 줄기. 좁은 지역에 들과 산, 강의 조화가 오묘하다.
무릉도원, 한반도, 김삿갓. 세 단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강원 영월군의 행정구역(무릉도원면, 한반도면, 김삿갓면) 이름이다. 지도만 봐도 재미가 솟아난다. 영월군은 최근 젊은층을 위해 복합문화공간 등을 새로 조성했다. 예술 감상과 역사 공부는 물론이고 가을의 낭만까지 맛볼 수 있는 곳. 영월이다.

젊은달와이파크에는 강철 파이프가 붉은색 대나무 숲인 양 우뚝 서 있다.
먼저 ‘젊은’ 영월을 만나보자. 젊은달와이파크(주천면 송학주천로 1467-9)는 올해 6월 영월이 야심 차게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젊은달’은 영어 ‘young(젊은)’과 한자 ‘월(달·月)’을 합친 조어이다. 지난해까지 술샘박물관이었던 공간을 재단장했다.

입구에서부터 강렬한 조형물에 시선을 빼앗긴다. 빨간색 강철 파이프가 대나무 숲처럼 빽빽하게 세워져 있다. 붉은 대나무 숲이다. 입구에서부터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와이파크는 총 11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대부분의 시설물이 붉은색이다. 영월의 초록색 자연과 강렬한 대조를 이룬다. 걷다 보면 신기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들 덕분에 시각이 만족한다.

입장권(어른 1만5000원)을 끊고 내부로 들어가면 더욱 신비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소나무를 겹겹이 쌓아 거대한 새 둥지처럼 만든 ‘목성’이다. 소나무들 틈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광대한 우주에 홀로 나와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떠다니는 기분이 든다. 저마다 이곳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바닥에 주저앉아 시간을 들여 충분히 감상해도 좋고, 틈새로 나온 빛들을 쫓아다니며 느껴 봐도 좋다.


여러 개의 미술관과 커다란 붉은색 철제 상자 형태의 ‘붉은 파빌리온’ 같은 시설물을 관람하다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거대한 예술작품 속에서 탐험하는 기분이다. 어떤 곳에서도 인생샷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다. 아이들은 미술작품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을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다. 아직 덜 알려져 의외로 사람들이 많진 않다. 만약 대도시에 이런 장소가 생긴다면 줄을 서서 입장했을 것 같다. 젊은달와이파크 하나만으로도 영월에 갈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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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이 휘감아 도는 한반도지형.
예술작품에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면 이젠 자연과 함께 즐길 차례다. 영월은 복 받은 지역이다. 빼어난 자연 절경이 많다. 신선암으로 불리는 선돌(영월읍 방절리 산122)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높이 약 70m의 기암괴석 2개가 서강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다. 쪼개진 바위 사이로 보이는 푸른 서강의 수평과 선돌의 수직이 자아내는 풍경은 경이롭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 신선이 노닐었다는 전설이 그냥 전설만은 아닌 것 같다.

2006년 개봉한 영화 ‘가을로’에서 선돌이 등장한다. 백화점 붕괴로 목숨을 잃은 연인이 생전에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여행가고 싶은 12곳을 일기에 적었는데 그중 한 곳이 선돌이다. 주차장에서 3분만 걸으면 닿을 정도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선돌이 보여주는 풍광이 다르니 계절마다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영월에서 선돌 못지않은 풍경이 한반도지형(한반도면 선암길 66-9)이다. 한반도를 꼭 닮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서강이 굽이쳐 돌아나가며 침식과 퇴적으로 만들어진 지형으로 동쪽은 높고 서쪽이 낮은 한반도의 축소판이다. 날씨가 맑은 때는 바닥이 비칠 정도로 맑은 서강에 구름이 비쳐 꼭 한반도지형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닿을 수 있다. 길이 험하지 않고 정비가 잘되어 있어 아이들도 가능하다.

청룡포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단종어소. 단종이 유배돼 살던 곳이다.
여행 와서 역사 공부라면 머뭇거릴 수 있다. 다만 조선 제6대 왕인 단종의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다. 단종은 문종의 아들로 태어나 12세에 왕위에 올랐다. 작은아버지인 수양대군이 권력을 잡자 3년 만에 왕위를 내주고 2년 뒤에는 영월로 유배됐다. 유배지가 청령포, 사약을 마시고 묻힌 곳이 장릉이다.

청령포(남면 광천리 산67-1)는 섬이 아니지만 배를 타고 들어간다. 동남북 삼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은 험한 암벽이 솟아나 있다. 청령포의 대표 이미지는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이다.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소나무 사이를 거닐면 꽤 운치가 있다. 눈에 띄는 소나무는 천연기념물인 관음송이다. 수령 600여 년으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 중 하나로 꼽힌다. 단종이 걸터앉아 말벗으로 삼았다고 한다. 청령포 뒷산에는 노산대가 있다. 단종이 유배생활 중 한양에 두고 온 왕비를 생각하며 그곳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노산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놓치지 말자.

역사적 의미가 각별한 장릉(영월읍 단종로 190)은 관광지로도 매력적이다. 조선 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장릉은 조선 왕릉 40기 중 유일하게 비수도권에 있다. 단종의 능은 수십 개의 계단과 언덕길을 올라야 닿을 수 있다. 그 아래쪽에는 정자각, 수라간, 홍살문, 단종비각 등이 있다. 높은 녹색의 능과 낮은 적색의 시설물들이 묘하게 어울린다. 단종 역사관에는 단종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대기를 기록한 사료가 전시돼 있다. 단종의 시신을 거두지 말라는 세조의 어명에 누구도 죽은 단종의 장례를 치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엄흥도가 몰래 시신을 염습하고 장사지냈다. 이런 단종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매년 4월 말 단종문화제가 열린다. 국장 재현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행사가 열린다.

○ 여행정보

팁+ △젊은달와이파크를 찾을 때 붉은색 옷은 피하자.자칫 배경과 하나가 될 수 있다. 그 대신 숨바꼭질을 한다면 붉은색 옷을 추천한다. △한반도지형에서는 뗏목 떼꾼 체험이 가능하다. 서강변을 30분 정도 뗏목을 타고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구수한 해설에 강에 발을 담가볼 수 있다.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의 별마로천문대를놓치지 말자. 봉래산 정상(해발 800m)에 세워진 국내 최대 규모 천문대다. 영월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감성+ △영화: 라디오스타(2006년·감독 이준익) 영월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주인공들이 찾았던 다방, 세탁소, 중국집, 인쇄소, 모텔 등 추억 어린 장소들을 찾아다닐 수 있다. △노래: 별이 진다네(여행스케치)에 어울리는 장소는 찾기 쉽지 않다. 영월에서 가을 밤하늘을 바라보면 내 마음에 별이 떠오른다.

여행지 지수 (★ 5개 만점)

△여유롭게 미술관 둘러보기 ★★★★★
△영화 촬영지 찾아가기 ★★★★
△풍경 보며 멍하게 있기 ★★★★
△가을 낭만 만끽하기 ★★★★
△아이들에게 역사교육 ★★★★

영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영월#젊은달와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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