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장윤정]재테크 아노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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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경제부 기자
장윤정 경제부 기자
“도대체 어디에 투자해야 해요? 예금은 이자가 쥐꼬리만 하고….”

그야말로 ‘재테크 아노미’ 시기다. 은행에 돈을 넣어 두면 차곡차곡 이자가 쌓여 목돈을 만들 수 있던 좋은 시절은 끝났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7월 신규예금의 평균 금리는 1.57%였다. 1억 원을 은행에 넣어 봐야 세금 떼고 나면 1년에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132만9000원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회사를 취재한다는 이유로 재테크 방법을 물어오는 주변 사람이 적지 않다. 돈을 불려 내 집을 장만해야 하고, 자녀 교육비도 마련해 둬야 하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자 답답해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어두운 표정으로 투자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도 부쩍 늘어났다. 가까운 지인 한 명은 주가연계증권(ELS) 때문에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기초지수 중 하나인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하락을 거듭한 까닭이다. 다른 지인은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은행 직원의 권유에 성급하게 투자 결정을 내린 게 문제였다.

사실 이들은 안정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이었다. 왜 갑자기 위험을 무릅쓰고 그런 상품에 투자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예금 금리가 너무 낮아 이 상품, 저 상품 기웃거리다 금융회사 직원의 적극적 권유에 덜컥 가입해 버렸다”는 답이 나왔다. 재테크 아노미 상태에 빠진 투자자의 조급증과 금융회사의 마케팅이 빚어낸 결과인 셈이다.

투자를 하다 보면 손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투자 경험을 통해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투자 손실을 보는 것과 예금에만 돈을 넣던 사람이 저금리에 떠밀려 잘 알지 못하는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는 것은 다르다. 후자는 손실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요즘 이런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걱정스럽다.

일부 개인들의 문제라면 다행이지만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에 돈을 넣는 이들이 전체적으로 늘고 있다. 15일 국정감사에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개인에게 발행된 ELS 등 파생결합증권 중 약 30%가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판매된 사실이 논란이 됐다. 안정 성향이 강한 노년층들이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 등에 대거 돈을 부었다면 그중 상당 부분은 불완전판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저금리 상황이 가까운 시일 안에 바뀔 것 같지 않다. 뾰족한 재테크 수단도 나오기 어렵다. 그래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기대를 걸어본다. 내년에 도입되는 ISA는 일종의 ‘바구니 계좌’로 예·적금과 펀드 등 여러 금융상품을 굴리면서 얻은 수익에 대해 200만 원까지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ISA가 단순한 비과세 혜택에서 그치지 않고 저렴한 수수료 등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갖춰 소비자들의 재테크 갈증을 풀어주길 기대한다. 이러면 금리에 대한 불만 때문에 몸에 맞지 않는 투자 상품을 덜컥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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