首席 발표 사라진 수능… 現 제도서 찾는다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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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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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報 2005~2009년 원자료 분석 추적해보니

대학입시철이 되면 해마다 볼 수 있던 전국 수석 소개 기사. 하지만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르면서 사라진 풍경이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학입시철이 되면 해마다 볼 수 있던 전국 수석 소개 기사. 하지만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르면서 사라진 풍경이 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12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되자 서울 환일고 박창희 군은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박 군은 자기 성적표를 여러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박 군은 만점자가 많이 나온 물리(98)를 제외하면 백분위 성적이 모두 100이었다. 자연계 출신인 박 군은 서울대 의대에 수석으로 합격했다.그렇다면 지난해 인문계 수석은 누구일까? 동아일보가 2005∼2009년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단국대부속고 출신 이동욱 씨(19)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 씨는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세 영역 모두 표준점수 만점을 받았다. 이 씨의 점수는 사회탐구 과목에서 선택한 국사, 한국 근·현대사, 법과 사회, 윤리 과목을 더하면 284점이 나온다. 이는 이 씨가 선택한 4과목 표준점수 만점(288점)의 98.6%로 지난해 사회탐구를 선택한 학생 중 가장 높았다.

작년 인문계-단국대부속고, 자연계-환일고 출신 유력
2008학년도는 등급제로 실시해 수석학생 알수 없어


현재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1학년에 재학 중인 이 씨는 “입학할 때 수석한테 주는 장학금을 못 탔다. 그래서 이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고 웃으며 “자기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빨리 찾고 공부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수능 시험을 한 달도 안 남긴 수험생들에게는 “다른 친구들은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나만 안 됐다는 불안감이 들 것이다. 이 불안감을 빨리 떨치는 게 중요하다”며 “실수로 자꾸 틀리는 문제 위주로 정리하는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나도 이런 방법으로 모의고사 때보다 성적을 많이 올렸다”고 말했다.

○ 2005학년도에는 대원외고에서만 만점 3명 나와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2007학년도 수석은 △인문계 전주 상산고 △자연계 명덕외고, 경기 진성고 출신일 가능성이 높다. 2006학년도에는 △인문계 경기 돌마고 △자연계 대구 경북고 출신이 유력 후보다. 이 수험생들은 모두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표준점수 만점을 받았다. 또 탐구영역 선택과목 표준점수의 합이 표준점수 만점과 비교할 때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2005학년도에는 인문계 수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대원외고에서만 언어 수리 외국어 및 탐구영역 전 선택과목에서 만점을 받은 수험생이 3명이었다. 인문계 만점자는 모두 8명이었다. 자연계에서는 명덕외고 출신 수험생일 확률이 가장 높다.

2008학년도 수능은 등급제로 실시해 수석 입학생을 가려낼 수 없다. 이 해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영역 4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646명이나 된다.

○ 1968년에도 “잠 푹 자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


“집에서 혼자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고 하루 7, 8시간씩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

해마다 겨울이면 들을 수 있던 이 말을 처음 내뱉은 사람은 1968년 첫 예비고사에서 전체 수석을 자치한 경기고 출신 이윤섭 군이었다. 같은 학교 최왕욱 군도 311점(만점 360점)을 받아 공동 수석을 차지했다.

1982년 예비고사가 학력고사로 바뀐 첫해 전국 수석을 차지한 제주 제일고 출신 원희룡 군도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다”고 강조했다. 원 군은 1992년 사법시험에도 수석으로 붙었다. 원 군은 현재 한나라당 의원이 돼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초기에도 전국 수석은 화제였다. 막노동꾼에서 전국 수석이 된 장승수 씨는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장 씨는 변호사가 됐다. 국가가 시행하는 대입 시험에서 첫 만점을 받은 1999년 한성과학고 오승은 씨도 언론에 집중 조명됐다.

오 씨에 이어 2000학년도 대원외고 박혜진 씨가 만점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전국 수석은 화제였다. 그러나 2001학년도 수능에서 만점자가 65명 나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졌다. 제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전국 수석은 빛을 더 잃었다. 수험생들이 탐구 영역에서 과목을 골라 시험을 보면서 수험생 순위를 매기는 일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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