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자치구의 6급 주무관은 사실상 단 한 명의 민원인을 ‘전담 마크’하고 있다. 상대는 20년 넘게 재개발 보상금 1000억 원을 요구하는 60대 여성이다. 이미 일부 보상이 이뤄졌고 그가 주장하는 행정 과실도 수사기관에서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거의 매일 “구청장 나오라”고 고성을 지르는 통에 아예 전담 직원을 두기로 한 것이다. 담당자는 몇 시간이고 그의 하소연을 들어주느라 다른 업무를 못 하고 있다.
1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248곳에 접수된 민원은 총 4152만 건이다. 그런데 연도별로 각 지자체의 최다 민원인 10명이 제기한 민원이 188만 건에 달했다. 전체 민원인(334만 명)의 0.1%에도 못 미치는 이들이 민원 비중의 4.5%를 차지한 것이다.
지자체·연도별 상위 1명의 민원도 5년간 67만 건이 넘어 하루 평균 368건꼴이었다. 대다수는 토씨만 바꿔 ‘복붙’하거나, 인공지능(AI) 등으로 대량 생산한 사례다. 이석환 한국정책학회장(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은 “극소수가 다수의 권리를 뺏는 실태를 개선하려면 악성 민원을 차단할 독립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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