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입국은 4년 새 22% 증가… 언어 장벽 탓에 학업 어려움 겪어
캐나다는 전문가가 학교 적응 돕고, 호주-일본에선 언어 프로그램 운영
서울시교육청, ‘한국어 학급’ 열고 학교에 다문화 전담교사 배치 추진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영림초등학교에서 오증교 ‘한국어 학급’ 담임교사가 ‘시간표’라는 단어를 가리키며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중국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에 들어온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중국어로 단어의 뜻을 확인한 뒤 한글 단어를 소리 내어 따라 읽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선생님이 칠판에 써 붙인 단어를 소리 내서 읽어 볼까요.”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영림초등학교 한빛교실에서는 중도 입국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한국어 학급’ 수업이 한창이었다. 중도 입국 이주배경학생은 해외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청소년기에 국내에 들어온 다문화가정 자녀나 외국인 학생을 말한다. 이들은 한국어 구사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한국 문화에도 낯설어 바로 국내 공교육 과정을 이수하기가 쉽지 않다.
칠판에는 교사가 한글 자음과 모음 모양의 자석으로 만든 단어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교재에는 시간표, 교시, 정답 등 반드시 알아야 할 단어가 담겨 있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중국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한국에 들어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먼저 중국어로 뜻을 확인한 뒤 한국어 단어를 한 글자씩 소리 내어 따라 읽었다.
● 성장기 입국 다문화 학생 4년 새 22% 늘어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저출생 등의 여파로 서울 초중고 학생은 2021년 82만8546명에서 지난해 74만6503명으로 9.9%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이주배경학생은 1만9368명에서 2만2002명으로 13.6% 늘었다. 특히 국내에서 태어나 성장한 다문화가정이나 외국인 자녀는 7.8%에 그친 반면 해외에서 태어나 청소년기에 입국한 학생은 22.3%나 증가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청소년기에 중도 입국한 다문화가정 자녀나 외국인 학생이 늘자 교육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학업 수준이 달라 다른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하기 어렵고 별도 과정을 편성하거나 따로 보충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림초등학교의 오증교 ‘한국어 학급’ 담임교사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학생이 한 반에 두세 명씩 있을 때도 있다. 어떤 학생은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의사 표현조차 하지 못한다”며 “현장 교사는 내용을 쉽게 설명하거나 학생의 모국어로 설명해야 할 때가 많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정규 교육 과정에 들어가지 않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전 교육하는 ‘한빛마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정규 교육 과정에 진입하면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을 모아 ‘한국어 학급’을 꾸리고 별도 운영한다. 올해는 전체 서울 초중고에서 47개 ‘한국어 학급’이 운영된다.
시교육청은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70% 이상인 초밀집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18명 수준으로 차츰 줄이는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문화와 국적의 차이로 학생 간 발생할 수 있는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상호문화교육도 실시한다. 또 한국어 교육과 보호자 상담, 위기학생 지원 등을 전담하는 ‘정원 외 다문화 특별학급 전담교사’ 배치도 추진할 예정이다.
구로구와 영등포구, 금천구 소재 학교를 관할하는 서울남부교육지원청은 최근 중도 입국 이주배경학생을 위해 ‘삐뽀삐뽀 학교생활 한국어’ 교재를 자체 개발했다. 중국인 밀집 지역 등 지역 특성상 다문화가정 자녀와 외국인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교재에는 생존 한국어, 학습 한국어, 학교생활 한국어, 한국문화 등이 담겼다.
● 해외 주요국도 집중 언어-적응 프로그램 운영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주요국은 청소년기에 이주한 다문화 자녀나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캐나다는 일선 학교에 정착 지원 전문가를 배치해 학습뿐만 아니라 가족의 지역사회 안착을 통합 지원한다. 특히 공립학교는 학생들이 현지어를 빨리 습득할 수 있도록 영어 교육 프로그램(ESL)을 따로 운영해 정규 수업과 병행한다.
호주는 입국 초기 학생을 위해 최대 12개월까지 집중 언어 및 적응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일본은 일본어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위한 특별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도록 정규 수업 중 일부를 분리, 조정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나 외국인 학생들은 장기적으로 한국과 부모의 나라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양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청소년기에 한국에 갑자기 들어온 학생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방치될 수도 있다”며 “양국을 잘 이해하는 미래 인재로서 장차 외교관, 주재원 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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