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온유 작가 소설집 ‘약속의 세대’
“고통 이겨낼 방법 제시하기보단
분투하는 사람들 보여주려 했다”
첫 단편소설집 ‘약속의 세대’를 펴낸 백온유 작가는 “20, 30대가 자격증 따고, 학교나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그런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일 것”이라며 “그 약속이 과연 지켜지는 사회인지 질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열심히 살면 언젠가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달려온 사람들이 있다. 그 믿음이 끝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가 백온유(33)의 소설집 ‘약속의 세대’(문학동네)는 약속된 미래를 믿었다가 기만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곱 편에 걸쳐 담았다. 2017년 동화로 등단한 뒤 청소년, 성인 문학까지 경계 없이 넘나들어 온 그가 9년 만에 선보인 첫 소설집이다.
책에 실린 단편소설들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약속’이다. 백 작가는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일곱 편 모두에 실제로 ‘약속’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며 “어떤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굳게 믿었던 약속을 배신당하는 과정이 계속 등장한다”고 했다.
“사회에 꼭 필요한 일원이 되고 싶은 바람이 20, 30대에게 있어요. 그런 갈망이 언젠가 보상될 거란 믿음이 있기에 열심히 살아가거든요. 그런데 과연 그것들이 충분히 보상되고 있는지 질문하게 됐어요. 그런 갈증과 결핍 속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지키지 못한 약속이란 주제는 가족과 친구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변주된다. 노인 돌봄을 다루는 ‘의탁과 위탁 사이’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키워줬던 손녀가 성장한 뒤 할머니를 돌보는 처지가 되면서 의탁과 위탁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헤매는 이야기다. 지난해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반의반의 반’에서는 사라진 돈을 계기로 삼대 모녀 사이에 켜켜이 쌓인 갈등이 터져 나온다. 작가는 “상반되는 할머니 캐릭터를 보여줌으로써 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그 밖에도 거짓말로 망가진 우정을 다룬 ‘회생’과 사이비 종교에 얽힌 두 청년 이야기인 ‘사망 권세 이기셨네’는 “한 번 망가진 삶은 회복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의 살던 고향은’ ‘광일’ 등 서사적 전형성을 탈피해 충동성, 돌발성이 두드러지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백 작가는 “새로운 것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반영된 것 같다”며 “특히 ‘광일’은 다른 곳에 수록하지 않고 이번 작품집만을 위해 자유롭게 썼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들이 작품을 읽고 “조금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람이 힘들 때 ‘나만 이렇게 힘든가’ 싶으면 더 힘들어지잖아요. 나와 똑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 옆에 있으면 조금 덜 외롭거든요. 고통을 이겨낼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비슷한 고통을 안고 분투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게 소설의 역할 아닐까요.”
‘유원’ ‘페퍼민트’ 등 청소년 소설로도 잘 알려진 백 작가는 차기작으로 모처럼 청소년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인물을 선보이려 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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