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건축 특별법 ‘통합 발주’ 놓고 시끌[부동산팀의 비즈워치]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26일 00시 30분


입법예고 15일간 7700개 의견
업계 “전기-소방 등 합쳐야 효과”
설비업체는 “하도급 전락” 반발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에서 짓고 있는 모듈러 주택 공사 현장. LH 제공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종시에서 짓고 있는 모듈러 주택 공사 현장. LH 제공
지난해 12월 31일 발의된 ‘모듈러 건축 활성화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모듈러 특별법)에는 15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중 7707개의 의견이 제출됐습니다. 국회에서도 이렇게 의견이 많이 제출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하는데요. 대다수는 법안을 반대하는 의견이었습니다.

모듈러 건축은 공장에서 벽체, 배관, 천장 등이 결합된 모듈을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반해 조립하는 기술로 건설의 제조업화라고도 불립니다. 현장에서 공사를 하는 것보다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특별법은 이런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위해 발의됐습니다.

특별법이 반대 여론에 부딪힌 이유는 통합 발주를 가능하게 한 조항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건축물은 건설사가 짓더라도 전기, 정보통신, 소방 설비는 각 전문 업체에 따로 맡기는 분리 발주가 원칙입니다. 전선과 전등, 통신 케이블, 스프링클러 등이 있죠. 전문 면허를 가진 업체가 건축주와 직접 계약해 저가 하도급을 막고 시공 품질을 확보하도록 한 겁니다.

지금은 모듈러 건축도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한 뒤 현장이나 공장에서 설비 업체가 전기·통신·소방 시설을 따로 설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듈러 업계는 설비 설치까지 공장에서 하나의 생산 라인으로 일원화해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 모듈러 제작 업체 관계자는 “전 과정이 표준화되면 기존보다 공사 기간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설비 업체는 통합 발주를 하게 되면 자신들이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거라고 우려합니다. 공사비가 최대 절반까지 깎일 거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비용 삭감은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로 이어진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일 방안으로 모듈러 건축 활성화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면 기술 혁신을 저해하고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거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저가 하도급을 걱정하는 목소리에도 일리가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절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기술이 연착륙하고,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양측이 협의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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