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작년엔 공동제안국 동참
올 들어 “유연성 필요” 기류 달라져
인권결의 민감한 北에 대화 제스처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가 진행되는 모습. AP 뉴시스
정부가 이달 말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될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선제적 조치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정부가 집권 2년 차 들어 한반도 평화 공존 프로세스를 공식화한 가운데 대남 단절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을 향해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것. 북한은 그동안 유엔의 인권결의안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에 불참할 경우 2019∼2022년 인권이사회 결의안에 불참한 문재인 정부 이후 4년 만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11월 채택된 유엔총회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동참했다. 당시 현 정부가 남북관계 복원 기조를 고려해 임기 내내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던 전임 윤석열 정부와 달리 공동제안국에 불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북한 문제 당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은 것이다. 유엔은 매년 상반기 인권이사회, 하반기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한 상태다.
다만 올해는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유엔총회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했을 당시보다 불참 기류가 더 크다”면서도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에선 한반도 정세 관리 차원에서 인권 문제에도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가 인권이사회 초안 공동제안국 명단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결의안 채택 이후 2주 내에 언제라도 공동제안국 참여가 가능한 만큼 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무 부처인 외교부는 북한인권결의안 참여 여부에 대해 북한 인권 개선, 국제사회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제반 노력’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에 최종 불참할 경우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우선순위로 앞세우지 않겠다는 대북 메시지가 되는 만큼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복원,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후속 선제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내부에선 결의안 불참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걸고 한국에 대한 위협과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 인권 문제를 남북 관계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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