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 정치의 대명사인 ‘매카시즘’의 조지프 매카시 미국 상원의원(1908∼1957)은 1950년대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며 공화당을 장악했다. 그러나 이런 무모한 방법은 점차 미국 엘리트와 충돌했고, 기업가들은 매카시가 반공주의에도 해를 끼친다고 느꼈다. 당 지도부는 매카시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었고, 그는 말년에 상원에서 외면을 받다가 알코올의존증으로 사망했다.
반세기가 지나 미국에선 매카시만큼이나 강력한 선동가가 등장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2020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폭동을 방조하며 매카시처럼 ‘공화당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인물’로 낙인찍혔고, 정치적 파멸이 예상됐다. 하지만 공화당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며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책은 이 모든 것이 돌발적 사건이 아닌 수십 년간 축적된 구조적 변화의 귀결이라고 논증한다. 미국 공화당이 반세기 동안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던 정당에서 혼란과 극우의 정당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추적한 정치사 분석서다.
저자는 2010년대 이후 공화당엔 트럼프의 부상을 제어할 ‘채찍’이 사라졌다고 진단한다. 과거 공화당은 강력한 노동운동에 맞서려는 기업 엘리트들에 의해 일정한 프로그램과 규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선거 자금법의 개정으로 각자가 자금과 어젠다를 들고 당을 파고들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인들은 분열했고, 그 결과 공화당의 가치를 우선시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 공화당은 오늘날에는 오히려 주요 기업 집단과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정당이 됐다.
책은 이런 맥락에서 뉴트 깅그리치, 조지 W 부시, 티파티, 코크 형제 등 공화당의 우경화를 견인한 인물과 조직을 연대기적으로 살피면서 이 같은 변화가 미국 민주주의에 장기적인 불안 요소가 됐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뉴욕의 역사 교사로 럿거스대에서 미국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정당 정치, 좌파의 역사, 사상사 등을 연구하고 책을 써 왔다. 트럼프 현상을 정당 조직과 자본가의 재편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봤다는 점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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