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불안… 정부, 원전 가동률 80%로 높이기로
본격 운영땐 年50억 kWh 전기 생산
이동형 사고대응 설비 새로 구축… 원자로 등 보호 ‘이중 안전망’ 갖춰
18일 찾아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 내부에선 ‘삐’ 하는 기계음 소리와 각종 시험 안내 방송이 쉴 새 없이 울려퍼졌다. 멈춰선 지 3년 만에 재가동 준비로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바다 앞에 위치한 발전소 단지에는 굵은 배관과 밸브, 이동형 설비들이 촘촘히 배치돼 있었다. 원전 내부에 들어갈 순 없었지만 재가동을 앞두고 막판 점검이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고리 2호기는 이르면 이달 29일 운전을 다시 시작한다.
고리 2호기는 2023년 4월 8일 설계수명 40년을 채운 뒤 원자로 가동을 멈췄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세 차례 심의 끝에 수명이 10년 더 연장됐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요즘 중동 상황으로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원전 가동률을 80%로 높이기로 했는데, 그중에서도 고리 2호기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비 중인 원전의 가동을 앞당겨 현재 60% 후반대인 올 5월까지 원전 가동비율을 80%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로 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자 사실상의 ‘준국산 에너지’인 원전의 중요성이 커졌다.
원전은 발전 원가에서 연료비(우라늄 가격)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라 연료비 비중이 60∼80% 수준인 화력발전에 비해 가격 안정성이 높다. 또 연료 부피가 작아 발전소 안에 2, 3년 치 연료를 미리 저장했다가 쓸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말 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고, 5월 중순까지 나머지 원전 4기도 재가동할 계획을 밝혔다. 1983년 7월 25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2호기는 40년간 운영한 뒤 2023년 4월 8일 운영을 멈췄다. 지난해 11월 재가동 승인을 받은 뒤 현재 노후 설비 교체, 유효성 평가, 실증 검사 등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이달 25일 시험을 거쳐 이달 29일 또는 4월 초 가동이 가능하다.
고리 2호기가 다시 운영되면 연간 약 50억 kWh(킬로와트시)에 이르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최근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진 만큼 고리 2호기의 재가동으로 생산될 전력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최 위원장은 고리 2호기 재가동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결국 원전 가동률이 오르려면 고장이 없어야 한다”며 “(남은 절차를)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철저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리 2호기에는 이동형 사고 대응 설비가 새로 구축됐다. 전원과 냉각 기능이 동시에 끊기는 비상 상황에서도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를 보호해 주는 일종의 ‘이중 안전망’이다.
한편 바로 옆 고리 1호기는 지난해 6월 해체 승인을 받은 뒤 비방사성 구역부터 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2007년 6월 18일 운전허가가 만료됐지만 한 차례 계속운전 결정으로 10년 더 가동됐고, 2017년 6월 18일 영구정지됐다. 해체 작업은 2037년 끝날 예정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뤄지는 원전 해체 작업인 만큼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국내 원전 기술이 건설, 운영, 해체까지 전 주기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국내 원전 해체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원전 해체 시장에 자신 있게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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