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잡혔지만… 냉바닥 쪽잠 청하는 5581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31일 03시 00분


집 잃은 이재민들 대피소 텐트 생활
때늦은 영하 날씨에 “뼈까지 시려”
경북 이어 경남 산불도 주불 잡혀
11개 산불로 30명 사망-45명 부상

잿더미 된 보금자리… 자전거도 뼈대만 남았다 30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 주민 김성현 씨(67)가 산불로 검게 타버린 집에서 불탄 자전거를 치우고 있다. 뒤에는 뒤틀리고 내려앉은 지붕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탄 집기들이 보인다. 고향인 이곳에서 30년 동안 살아왔다는 김 씨는 “마을에 있는 집 30여 채 대부분이 불탔다”며 “언제 복구가 돼서 집에 들어올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날 산림청은 21일 오후 3시 26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의 주불이 213시간 만에 완전히 잡혔다고 밝혔다. 안동=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잿더미 된 보금자리… 자전거도 뼈대만 남았다 30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 마을 주민 김성현 씨(67)가 산불로 검게 타버린 집에서 불탄 자전거를 치우고 있다. 뒤에는 뒤틀리고 내려앉은 지붕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탄 집기들이 보인다. 고향인 이곳에서 30년 동안 살아왔다는 김 씨는 “마을에 있는 집 30여 채 대부분이 불탔다”며 “언제 복구가 돼서 집에 들어올지 막막하다”고 했다. 이날 산림청은 21일 오후 3시 26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의 주불이 213시간 만에 완전히 잡혔다고 밝혔다. 안동=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피난 짐을 싸서 거실에 놔두고 혈압약과 당뇨약 좀 가지러 갔는데, 그새 집에 불이 붙었어요. 옷가지는 전혀 가지고 나오지도 못했습니다.”

30일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에서 만난 권원수 씨(71)는 이번 산불로 키우던 닭 등 가축을 비롯해 집까지 불탔다. 경운기, 탈곡기 등 농기계도 모조리 타버렸다. 사과 농사를 짓다가 지병으로 그만둔 그는 이번에 전 재산을 잃고 아내와 함께 간신히 목숨만 건졌다. 권 씨는 대피소에 온 지 사흘째까지는 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아 물과 커피만 마시며 버텼다. 그는 기자와 대화하는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경북, 경남을 집어삼킨 산불로 이재민 5581명이 살던 집을 잃고 대피소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전국 산불의 큰 불길이 모두 잡혔다고 발표했지만, 이재민의 고통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취재팀이 각지 대피소에서 만난 이들은 낮에는 시커멓게 타버린 먼 산과 마을을 허탈하게 바라보다가 해가 지면 은박 매트 위에서 쪽잠을 청하며 앞날을 걱정했다. 대부분 70, 80대 고령층인 이재민들은 사방의 냉기를 고스란히 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대피소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찬 바람이 들어왔고 텐트 바닥에 손바닥을 대자 냉골이 느껴졌다. 이날 의성은 영하 5도까지 내려갔고, 일부 지역에선 눈까지 내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는 권 씨는 얇은 트레이닝 셔츠, 경량 조끼의 단출한 차림이었다. 급히 대피하느라 옷가지도 못 챙겨 왔다. 권 씨는 몸을 오들오들 떨며 “뼈까지 시린다”고 했다.

같은 날 안동시 임하면에서 만난 김성현 씨(67)는 산불로 타버린 집의 잔해를 치우느라 분주했다. 그는 나이 든 어머니를 모시고 둘이 살다가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번 산불로 집도 잃었다. 김 씨는 “집 주변에 물을 뿌려서 어떻게든 불을 막으려고 시도했는데 사방에서 불기둥이 일었다”며 “가지고 나온 게 아무것도 없다. 다 타버렸다”고 말했다.

21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시작돼 하동까지 번졌던 경남 산불은 30일 오후 1시경 큰불이 잡혔다. 이 산불은 8일 21시간 동안 1858ha(축구장 2602개 면적)를 삼켰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육지 최대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도 일부 피해를 입었지만, 산림 당국이 천왕봉 4.5km 지점에 있던 화선을 후퇴시켜 가며 진화 작업을 이어간 덕분에 최소한의 피해에 그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경남, 경북, 울산 등에서 발생한 총 11개 산불로 사망자 30명을 포함해 총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4만8239ha(산불영향구역)가 훼손됐다고 이날 밝혔다. 주택 3511채 등 시설 6322곳도 피해를 입었다.

#산불#이재민#대피소#임시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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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추천 많은 댓글

  • 2025-03-31 05:00:13

    왜? 재난예산은 집행 안하냐!

  • 2025-03-31 06:08:31

    동아 기렉들 니들 월급 많이 받잔아 근데 왜 기부 했다는 말 1도 없냐 왜 매번 일반 국민과 기업에게만 기부 강요 하나

  • 2025-03-31 04:59:15

    도대체 전기요와 난방도 안튼거냐! 감기걸리면 책임질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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