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 몇백억 들이면 잡아… 5만달러도 꿈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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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취임 2주년 회견] 경제분야
이미 1500억 썼는데도 고물가 여전… “예산으로 물가잡기는 착시” 지적
국민소득도 7년째 3만달러대… “반도체, 시간이 보조금” 속도전 의지
尹, 회견뒤 첫 ‘경제 점검회의’ 열어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에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을 공언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모두 거부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에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을 공언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모두 거부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경제의 최대 과제로 꼽히는 장바구니 물가 오름세는 수백억 원의 할인 지원 등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겠다”면서 “국민소득 5만 달러도 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농축수산물 물가를 잡기 위해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 있는데도 먹거리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국민소득도 7년째 3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구조개혁 등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 “실제 가격 떨어뜨리는 것 아닌 착시 효과”

9일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장바구니 물가는 저희가 큰돈을 안 써도 몇백억 원 정도만 투입해 할인 지원을 하고 수입품 할당관세를 잘 운영하면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을 활용해 치솟은 물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의 ‘물가 잡기’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정부가 올 3월부터 1500억 원 규모의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일부 신선식품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9일 배 소매가격은 10개에 5만1553원(신고·상품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87.2% 높은 수준이다. 사과(20.5%), 양배추(53.0%), 마른김(27.0%) 등의 가격도 여전히 1년 전보다 높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할인 지원은 실제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착시 효과에 가깝다”며 “기후 요인으로 인한 농산물 생산량 급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냥 재정을 투입하기도 여의치 않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쌓인 나라살림 적자는 75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1∼3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올 들어 석 달 만에 올해 정부 전망치(91조6000억 원 적자)의 82%에 달하는 규모에 도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26년 우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의 추세를 잘 유지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도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1인당 GDP는 2017년 3만1600달러로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지난해까지 3만 달러대에 머물렀다.

유혜미 한양대 금융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반도체 수출 사이클에 따라 출렁거리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사이클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노동 개혁 같은 구조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 “반도체 지원, 시간이 보조금”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해선 “시간이 보조금”이라며 속도전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력과 용수, 기반 시설, 공장 건설 (등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정부가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을 도와주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반도체 투자에 대한 현금 보조금 지급 가능성에 대해서는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세액공제 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속도전이 가능하게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줘야 한다”며 “아직도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 등 곳곳에서 주민 반발 등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조금이 아닌 법인세 추후 감면 형식의 지원은 투자 초기 비용 부담이 큰 산업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것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장 중심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감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추진 의사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 뒤 오후에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번째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PF 사업장에는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사업성이 부족한 일부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구조화와 정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윤석열 대통령#장바구니 물가#경제 점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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