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퓰너 “한미일, 동북아 방위비 분담 방안 고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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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교안보 멘토’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인터뷰

“동북아시아는 물론 중국 주변의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포함한 넓은 지역 전체에 대한 방위 부담(burden of defense)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를 두고 한미일 3국 모두 가능한 한 많이 고민해야 한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설립자인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83·사진)은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제1열도선은 냉전 시기 중국이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설정한 가상의 경계선이다. 퓰너 회장의 발언은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하면 중국 위협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의 방위비 증액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을 주장했다. 다만 퓰너 회장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관련해선 “현재의 주한미군 2만8000여 명은 아주 좋은 숫자”라며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함께 일할 참모들이) 그렇게(철수하라고) 조언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행정부 출신 전직 관료들이 대거 참여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정부 정책과제를 집대성한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지난해 4월 만들었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인수위원회에서 선임 고문을 맡아 ‘외교안보 멘토’ 역할을 했다.

“트럼프 재집권땐 북핵 핵심의제 아냐… IRA 폐기 쉽지 않아”


외교 우선 사안은 우크라-중동-대만
北 추가 핵실험 등 도발없다면
‘완전한 비핵화’ 장기 목표 남을것
‘수입품 10% 관세’ 韓엔 부과 안할듯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정책연구기관이자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정책연구기관이자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 대선에서 당선되면 가장 중요한 외교 사안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대만 문제다. 한국 문제는 지금 상황에선 ‘핵심 의제’가 아니다.”

헤리티지재단 설립자인 에드윈 퓰너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은 29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하는 등 외교 노선에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다만 퓰너 회장은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변할 권한은 없다”며 “그가 무엇을 할지에 대한 제 생각을 말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퓰너 회장은 미국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설립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외교안보 멘토’ 역할을 했다. 지금도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뿐 아니라 백악관과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각종 조언을 하고 있다. 특히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정책과제를 제시한 ‘프로젝트 2025’ 보고서를 만들었다. 다음은 일문 일답.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북핵 동결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해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는 등 판을 흔드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핵보유국 지위를 용인하는지 문제는 부차적(secondary) 문제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세 번이나 만났다. 그런데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만남이 아니었다.”

―트럼프 2기가 현실화되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여전히 유효할까.

“비핵화는 ‘장기적 목표’로 남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중동, 대만 문제 때문에 톱 어젠다로 될지는 모르겠다. 더 중요한 것은 비핵화도 문제지만 핵 확산을 어떻게 더욱 억제시키느냐라고 본다. 핵 확산을 막기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주한미군의 규모인 2만8000여 명에 대해 한국인들이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이는 미국이 우방국인 한국과의 상호방위조약을 지지하고 지속하는 데 적합하다. 트럼프 집권 1기에 (방위비 인상과 관련한) 그런 대화들이 있었다. 앞으로 그와 같이 일할 참모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조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비용 분담, 즉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나.

“공평한 분담은 공동 방위와 공동 이익을 이야기할 때 (한미) 양측의 공통된 목표다. 현 단계에서 한국과 미국의 부담은 적정 수준이다. 동북아는 물론 중국 주변의 제1열도선(일본 오키나와∼대만∼필리핀 연결)을 포함한 넓은 지역 전체에 대한 방위 부담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한미일 3국 모두 가능한 한 많이 고민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한국을 포함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들에도 적용될 것이라 보나.

“안 될 거라고 본다. 알다시피 그는 협상가다. 강경한 입장에서 시작해서 점점 더 현실적이 된다. 법적으로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임의로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입관세는 50%다. 그는 (중국에 대한 수입품 관세를) 60%까지 올리겠다고 했다.그게 트럼프의 협상 방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IRA는 의회에서 통과된 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것을 폐지하거나 크게 개정하지 않을 것이다.”

퓰너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 앞서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등 임원진과 1시간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주미 대사를 지낸 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 안종혁 한국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설립자
△1941년 출생 △레지스대 영문학 학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에든버러대 대학원 박사 △헤리티지재단 이사장(1977∼2013년)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에드윈 퓰너#방위비 분담#트럼프#북핵#ira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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