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찾은 한동훈 “여의도 사투리 아닌 5000만 문법 쓰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1일 2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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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공식 일정을 마친 뒤 시민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에 일일이 응하고 있다. 한 장관은 시민들에게 일일이 인사했고,  학생과 시민들이 몰려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1일 대전 카이스트를 방문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공식 일정을 마친 뒤 시민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에 일일이 응하고 있다. 한 장관은 시민들에게 일일이 인사했고, 학생과 시민들이 몰려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대전을 방문해 “여의도에서 300명만 쓰는 고유의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건 ‘여의도 사투리’ 아니냐”며 “나는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만약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공직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를 사고 가족이 초밥과 소고기를 먹었다면 탄핵 사유가 된다”며 날을 세웠다. 한 장관이 대구 방문에 이어 대전에서도 사실상 정치인 행보를 보이자 여권에선 “한 장관이 대야 공세 선두에 서겠다는 의도를 보이며 국회를 향한 출사표를 던진 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한동훈 “대전은 과학기술 발전 상징”
한 장관은 이날 대전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한 장관의 화법이 여의도 화법과 다르다’는 질문에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 국민의 언어를 쓰겠다”고 답했다. 기존의 정치 문법을 탈피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펼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법무부 사회통합 프로그램 평가 시스템인 대전 한국어능력평가센터(CBT) 개소식에 참석해 “대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상징과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기술 발전은 제가 태어난 19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대전에서 열심히 하는 젊은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열정 때문”이라고도 했다. 17일 대구에서 “평소 대구 시민들을 깊이 존경해 왔다”고 한 지 나흘 만에 정치적 메시지를 또 던진 것이다.

한 장관은 이날 “시간 많다”며 약 17분간 지지자들과 만났다. 한 장관과 같이 셀카를 찍으려는 인파가 폭 5m 정도의 인도를 가득 메웠고 일부 지지자들은 “한동훈 대통령”을 외치기도 했다. 대구 방문 당시 기차 시간을 놓쳐 가며 시민들의 사인과 악수, 사진 촬영 요청에 응했던 것처럼 밀착 행보를 했다. 그는 “대구에서 만난 시민의 시간이 제 시간보다 덜 귀할 리 없다”고도 했다.

한 장관은 야당을 향해선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의 탄핵 남발과 관련해 “이 대표가 ‘국토 균형발전’이라고 답하던데 언젠가는 그런 식으로 퉁치지 말고 제대로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사법고시 하나 합격하고 갑질한다’고 공격한 것에 대해선 “송 전 대표 같은 일부 운동권 정치인들이 겉으로 깨끗한 척하면서 ‘NHK’ 다니고 재벌 뒷돈 받을 때 저는 어떤 정권에서나 재벌과 사회적 강자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했다”고도 날을 세웠다. 송 전 대표가 2000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전날 광주 ‘새천년NHK’ 룸살롱에서 여성 접대부와 술자리를 가져 논란이 된 일을 겨냥한 것.

● 김기현, 원희룡에게 “여기가 실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경기 김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장관이 가지고 있는 많은 훌륭한 자질이 대한민국을 위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한 장관 등판에 힘을 실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이날 한 장관과는 1시간 간격으로 KAIST를 방문해 “장관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혁신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한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우회 거론해 “굉장히 제가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한 장관을 필두로 원 장관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등 장관들의 등판도 임박했다. 원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이 주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특별법 주민간담회’에 참석해 “국민과 우리 당을 위해서 필요로 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도전과 희생이라도 일단 적극 나서겠다”며 험지 출마를 시사했다. 김 대표는 원 장관을 가리켜 “여기가 실세”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참 멋진 분”이라고 화답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정권 내각은 ‘국회의원 출마 훈련소’이냐”며 “국정 운영은 엉망으로 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고자 엉덩이를 들썩거리다니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전=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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