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조선 출몰에 中은 또 뒷짐?… 안보리 결의 위반 ‘모르쇠’

  • 뉴스1
  • 입력 2023년 10월 5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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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DB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News1 DB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 대상 명단에 오른 북한 선박이 최근 중국 연안에 잇달아 출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해당 선박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사실상 북한의 ‘불법 행위’를 돕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5일 선박 운항정보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지난 2일 중국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시 인근 중국 영해에 진입한 뒤 이날 현재도 같은 곳에 머물고 있다. ‘천마산’호는 2018년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이다.

유엔 회원국들은 ‘천마산’호처럼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 명단에 오른 선박의 자국 영해 진입을 단속할 의무가 있다. 제재 정도에 따라 해당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거나 자산 동결, 즉 억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린트래픽 자료를 봤을 때 중국 당국은 ‘천마산’호에 대해 최소 사흘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가운데 과거 안보리 결의 위반 전력이 있는 다른 북한 유조선 ‘무봉-1호’도 이달 2일 중국 닝보(寧波)-저우산(舟山)항 동쪽 해상을 운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5일 중국 푸젠성 푸저우 인근 해역에서 포착됐다. (마린트래픽 캡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북한 유조선 ‘천마산’호가 5일 중국 푸젠성 푸저우 인근 해역에서 포착됐다. (마린트래픽 캡처)
닝보-저우산항 동쪽 해역은 그동안에도 북한 선박들이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 수출입 제한 물자를 해상 환적 방식으로 불법 거래하기 위해 자주 출몰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선박과의 해상 환적은 안보리 결의 제2375호 위반이다.

게다가 안보리 결의 제2397호는 북한이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연간 수입할 수 있는 정제유 상한선을 50만배럴(약 7만톤)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북한의 최대 무역항인 남포항엔 유조선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고 대규모 유류 저장시설 증설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안보리 결의에 따른 연간 상한선 이상의 정제유를 중국 등지로부터 계속 들여오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와 미국·일본, 그리고 유럽 주요국들은 올 7월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 앞으로 ‘중국 영해에서 발생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회피 활동을 막아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중국 측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러시아와 함께 ‘미국 책임론’ ‘제재 무용론’ 등을 주장하며 제동을 걸어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 역시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그러나 중·러 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2017년까지 이 같은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함께했음으로 불구하고 현재는 그와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단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예고했던 대로 이달 중 정찰위성 발사 3차 시도에 나서더라도 중국 당국이 이를 문제삼으려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단 관측이 제기된다. 위성용 우주발사체 또한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하기에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시도는 그 자체로서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안보리 결의 이행에 대한 중국의 말과 행동엔 차이가 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가 열리더라도 중·러의 반대로 추가 제재 결의는 물론,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조차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또한 이 같은 견해에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박 교수는 “최근 북한과 밀착하는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다소 거리를 두는 측면이 있다”며 “(추가 결의 채택 등 논의시) 거부권을 행사하기보단 기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무기거래·군사기술 이전 등에 관한 사항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 교수는 “중국 정부 차원에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며 조직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것 역시 상당히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대신 제재 결의를 위반한 개인·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으면서 (북한을 위한) 공간을 열어주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제재 회피 의심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하에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토록 외교적 노력을 지속 경주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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