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터널에 몰린 땀범벅 대원들”…잼버리 남은 8일 버틸 수 있을까

  • 뉴스1
  • 입력 2023년 8월 4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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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장소인 델타 구역에 설치된 덩굴 터널에 십수명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2023 2023.8.4 뉴스1
4일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장소인 델타 구역에 설치된 덩굴 터널에 십수명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2023 2023.8.4 뉴스1
“A팀과 B팀으로 나눠서 출발하겠습니다.”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나흘째인 4일 오후 2시. ‘프레스 투어’ 자원봉사자를 안내에 따라 취재진들은 5~6명씩 나눠 델타구역으로 향했다.

이날 잼버리가 열리는 부안군은 오전 10시 폭염 경보가 발효되고 체감온도는 35도를 넘었다. 자원 봉사자들을 따라 구역 내 입장하니 158개 국가별 부스가 큰 타원형을 그리며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각 부스에는 나라별 국기와 함께 국가명이 천막에 표시돼 있었다. 전 세계 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노래를 부르거나 각종 프로그램을 즐겼다. 연일 잼버리 대회에 쏟아진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하면 대원들 표정은 대체로 밝았다.

하지만 찜통 더위는 성인들도 쉽게 지치게 했다. 5분만 서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미간이 찌푸려졌다. 모자와 휴대용 선풍기, 선글라스 등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장시간 뜨거운 열기를 견디기는 쉽지 않았다. 대다수 10대 청소년인 대원들도 하나같이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고 볼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렇다 보니 델타구역 인기 장소는 단연 ‘덩굴 터널’이었다. 천장에는 초록빛 그늘막이 쳐져 있고 양쪽에는 나뭇잎 덩굴이 햇빛을 막았다. 터널에 들어서자 위에서 물이 분무기처럼 뿌려졌다.

대원 십수명은 이곳에서 땀을 식히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쉼터 바로 옆에 설치된 수돗가에서 대원들은 수시로 세수를 했다. 미지근한 물이 나올 줄 알았던 수도꼭지를 돌리자 다행히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졌다. 한 여성 대원은 호스를 위로 햇볕에 뜨거워진 머리에 연신 물을 뿌렸다.

4일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장소인 ‘델타 구역’에 설치된 편의점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2023.8.4 뉴스1
4일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장소인 ‘델타 구역’에 설치된 편의점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2023.8.4 뉴스1
취재진들을 인솔한 자원봉사자 알렉스(18·에콰도르)는 “2015년 일본, 2019년 미국 잼버리 대회에 참여했었는데 일본은 이보다 더 더웠고, 미국은 날씨 변화가 너무 심했다”며 “다른 국가 잼버리랑 비교하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를 하던 도중 종아리 전체에 모기 물린 자국이 선명한 대원 한 명이 지나가자 “No, Problem”이라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알렉스는 “델타 구역을 넘어 대원들이 생활하는 영지는 들어갈 수 없다”며 “이 안에서만 취재를 해달라”고 다시 한 번 지침을 안내했다.

델타구역 중심을 가로질러 5분 정도 걸어가자 대형 텐트로 된 편의점이 눈에 보였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대원들은 편의점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배낭을 맨 대원들은 태양열 무선 보조배터리를 가방 위에 매달아 걸어다니며 충전을 하고 있었다.

대원들은 주로 얼음팩과 아이스크림을 구입해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입구 옆에는 폭염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줄 휴대용 선풍기와 생수 등이 박스째 쌓여 있었다.

‘바가지 요금’ 논란이 일었던 편의점의 물건 가격을 살펴봤으나 아이스크림, 얼음팩을 비롯해 모든 물품에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았다. 일일이 편의점 직원에 물어봐야 했다.

편의점 직원은 물건을 옮기며 “(전날까지 7000원이던) 돌얼음 3㎏에 4300원”이라고 했다. GS25리테일은 이날 “현장에 들어간 물류 인프라 비용이 커 일부 상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대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차원에서 전날부터 가격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편의점에서 나와 5분 더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잼버리 병원으로 지정된 대형 건물이 보였다. 김관영 전북지사 집무실도 이곳에 마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입구까지 대기줄이 늘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안에는 치료를 받기 위한 대원들이 가득 찬 게 한눈에 보였다.

50여분간 투어를 마치고 프레스센터로 들어오자 알렉스는 지친 표정으로 “It‘s very hot(너무 덥다)”이라며 에어컨 앞으로 달려갔다. 이후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는 벽에 기댄 채 에어컨 앞에 한참 서있었다.

(전북=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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