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사드기지 전자파, 기준치의 0.19%”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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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인체-농작물 영향 미미”
6년만에 환경영향평가 마무리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21일 종료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해 2017년 9월 임시 배치한 이후 6년 만에 기지 정상화를 위한 행정절차가 완료된 것이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했던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공군과 신뢰성을 갖춘 제2의 기관인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실측 자료를 관계 전문기관·전문가들과 종합 검토한 결과 측정 최댓값이 ㎡당 0.018870W로 나타났다. 인체보호 기준(㎡당 10W)의 530분의 1 수준(0.189%)으로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환경부가 이날 밝혔다. 사드 전자파가 암을 일으키고 농작물 생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드 괴담’이 6년 만에 허위로 판명 난 것이다.

환경부는 이날 국방부가 지난달 11일 제출한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주한미군은 기지 내 각종 기반시설의 신축 및 증축 등 기지화 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군 관계자는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미뤘던 환경영향평가가 끝나 사드 기지의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사드 기지 주변 주민들에 대한 지원사업과 관련해 올해 4월 24개 방안을 마련한 만큼 내년에 지원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법령 개정과 예산 편성 조치를 연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성주 사드기지, 6년만에 ‘전자파 괴담’ 벗어… 정식배치 돌입


환경영향평가 “기준치의 0.19%”
“암 걸리고 참외 썩는다” 괴담에 막혀
헬기로 식량-유류 전하며 ‘임시배치’
장병 숙소 등 기지건설 본격화될 듯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돼 있는 사드 발사대. 총 6대의 발사대가 임시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성주 기지의 전자파 측정값을 검토한 결과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주=뉴시스
경북 성주 기지에 배치돼 있는 사드 발사대. 총 6대의 발사대가 임시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성주 기지의 전자파 측정값을 검토한 결과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주=뉴시스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환경영향평가가 21일 종료되면서 사드는 6년간의 ‘임시 배치’에서 벗어나 ‘정식 배치’라는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주한미군은 우리 정부와 협의를 거쳐 정수 및 하수시설 보강, 장병 숙소 개선 등 기지 전반의 인프라 시설 공사에 나설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관련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인 걸로 안다”며 “이른 시기에 기지화 공사가 착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 “6년간 사드 괴담에 휘둘려 국론 분열-안보 실기”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 핵심 전력인 사드 포대는 대구지방환경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17년 9월 성주에 임시 배치됐다. 하지만 일부 주민과 종교·시민단체가 전자파 우려 등을 이유로 기지 앞 진입로를 차단·점거하고 반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정상적인 기지 운영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드 기지에 배치된 한미 장병들은 텐트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면서 식수와 식량, 유류 등을 헬기로 공수받는 등 상당 기간 열악한 생활을 견뎌야 했다. 발전기용 유류가 제때 보급되지 못해 레이더 가동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사드 기지의 열악한 주둔 여건은 ‘동맹 갈등’으로도 비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를 맞으면 암에 걸리고, 참외가 썩는다는 등 ‘사드 괴담’까지 퍼지면서 현지 참외 농가가 적잖은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환경영향평가를 미적거렸고, 기지 정상화 작업은 ‘올스톱’ 상태를 면치 못했다. 이를 두고 군 안팎에선 북한과 중국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환경영향평가 결과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최댓값은 ㎡당 0.018870W로, 인체 보호 기준(㎡당 10W)의 530분의 1 수준(0.189%)이었다. 휴대전화 기지국보다 전자파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체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됐다”는 것이 환경부와 국방부의 설명이다.

정부 고위직을 지낸 한 안보 전문가는 “지난 6년간 북한이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동안 한국은 ‘사드 괴담’ 등에 휘둘려 국론 분열과 사드 정상화를 가로막는 ‘안보 실기’를 한 것”이라며 “이제야 사드 기지가 정상화 궤도에 들어선 것은 만시지탄이자 향후 국가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軍 “대북 확장억제 강화 모멘텀” 中 반발 가능성도

현 정부는 지난해 출범 초기부터 사드 기지의 정상화 의지를 밝히고, 하나씩 실행에 옮겼다. 지난해 9월부터 보급물자·병력·장비 등이 차량으로 제한 없이 기지를 드나들 수 있도록 조치했고,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가 사드 부지 공여 문서에 서명해 40만 ㎡에 대한 2차 공여도 완료했다. 사드 기지 정상화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미 확장억제 강화의 모멘텀이 될 것으로 군 안팎에선 기대하고 있다.

사드기지 건설을 반대해온 성주 지역 주민들과 반대 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해 반발하는 분위기다. 사드철회 성주대책위원회 등 6개 반대 단체 측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사드 전자파가 인체 보호 기준의 0.2% 수준으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온다고 하지만 사드 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노곡리에서 암환자가 11명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주민 사이에선 지역 발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주민 석모 씨(67)는 “전자파 측정값도 인체에 피해가 적다는 사실이 나왔다. 사드 배치 지역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빨리 주민 의견이 하나로 모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 등 ‘사드 3불(不)’에 더해 한국이 ‘1한(限)’도 밝힌 적이 있다며 현재 배치된 사드 운용 제한을 요구해온 중국의 반발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성주=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성주 사드기지#전자파#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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