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경보 울리면 깊은 곳으로 대피?…“가까운 대피소로 가는 게 안전”[메트로 돋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8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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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한국의 수도이자 가장 큰 메트로폴리탄입니다. 서울시청은 그래서 ‘작은 정부’라 불리는데요, 올해 예산만 47조2052억 원을 쓰고 있답니다. 25개 구청도 시민 피부와 맞닿는 정책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또는 서울을 여행하면서 ‘이런 건 왜 있어야 할까’ ‘시청, 구청이 좀 더 잘할 수 없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본 적이 있을까요? 동아일보가 그런 의문을 풀어드리는 ‘메트로 돋보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매주 한 번씩 사회부 서울시청팀 기자들이 서울에 관한 모든 물음표를 돋보기로 확대해보겠습니다.


오늘 6시 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6시 41분. 서울 시민 모두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이 문자를 받고 나니 든 생각이 있습니다. ‘어디로 대피를 해야 하지?’

아주 어렴풋하게 민방위 대피 훈련을 한 기억을 떠올려 봤습니다. 지하도나 지하 주차장 등 지하로 대피하라 했던 것 같은데. 우리 집 지하도 대피 시설인가? 지하 1층까지밖에 없는데 안전한 건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달려가는 게 제일 낫나? 아니, 지하철역까지 달려갈 시간은 되나? 근데 집에서 제일 가까운 대피 시설은 어디지?

수많은 물음표가 머릿속에 떠오르던 중 네이버까지 ‘먹통’이 된 상황. 진짜 뭔 일이 난 건가 싶던 찰나에 행정안전부로부터 날아온 ‘오발령 문자’로 이 모든 사태는 헤프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하지만 궁금해졌습니다. 서울 시내 대피 시설은 어디에, 몇 곳이 있고, 비상 상황 발생 시 우리는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하는 걸까요?

●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대피하는 게 안전”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는 약 3222곳에 걸쳐 2857만여㎡의 대피 시설이 존재합니다. 대개 대피시설은 지하철역, 빌딩, 터널, 아파트 주차장 등 지하 공간을 활용하는데요, 급수나 급식, 응급의료가 가능하고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마련된 장소를 우선적으로 대피시설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피하는 방법은 상황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생화학 공격이 이어질 경우엔 고지대나 건물 상층부로 대피해야 합니다.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지하 대피시설로 가야 하는데, 이때 본인이 생활하는 권역의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는 국민재난안전포털(safekorea.go.kr)이나 재난안전정보포털 애플리케이션(앱) ‘안전디딤돌’ 등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 가평군 청사에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울리자 직원들이 지하대피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6일 오후 경기 가평군 청사에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울리자 직원들이 지하대피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만약 집 건물이 지하 1층까지만 있다면 평균 선로 깊이가 22.57m인 6호선 지하철 역사로 도망치는 게 더 안전할까요?

행정안전부에 물어봤더니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좀 더 깊은 곳이 포탄이 터지는 상황에서 더 안전할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집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폭격을 받으면 최대한 가까운 지하로 대피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기본적으로 대피시설을 지정할 때는 벽 두께는 30cm 이상, 피폭 상황을 대비해 출입구는 2곳 이상인 곳으로 지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올해 상반기 중 지도앱서 ‘대피시설’ 확인
행안부는 올해 상반기 중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대피시설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네이버, 카카오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오발령 사태’ 이후 대피소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 차원의 불시 점검도 나설 계획입니다.

대국민 민방위 훈련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민방위 훈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8월 이후 남북관계 완화 등의 이유로 중단됐다 지난달 16일 전국단위 훈련이 재개됐는데요. 당시에도 공공기관과 전국 초중고교 교직원, 학생을 상대로만 진행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2017년 이후 중단된 민방위 훈련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지난달 우리는 ‘덜 혼란한’ 새벽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요. 또다시 경계경보를 발령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대비만큼은 철저하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안부 한 관계자의 당부로 오늘의 ‘메트로 돋보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서울시 경계경보 발령 당시 포털 접속이 잠깐 안 된 것에 대해 많이 지적하셨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쏜다면 데이터센터 등을 겨냥해 통신망부터 파괴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상황까지 가정하고 대비하는 훈련을 해야 하지만, 솔직히 민방위 훈련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은 여건입니다. 일상생활을 멈추고 해야 하다 보니 반대 여론이 엄청나거든요. 정말로 우리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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