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중독 10대에…美보건당국 “정신건강 위기” 경고

  • 뉴시스
  • 입력 2023년 5월 24일 12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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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벡 머시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 겸 의무총감이 23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SNS)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 복지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19쪽 분량의 공중보건권고문을 발표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권고문에 대해 과거 흡연, 에이즈 그리고 비만과 같은 사회문제가 국가적 논의 대상이 된 것처럼 이번 보고서가 “미국인들의 삶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 美 10대 청소년 95%, “SNS 사용”…자살률 60% 상승


머시 총감은 권고문에서 “SNS가 일부 사용자에게 유익할 수 있지만서도 SNS가 어린이와 청소년 같은 미성년자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충분한 지표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SNS 사용 빈도를 조사한 결과, 10대 청소년들의 95%가량이 SNS 플랫폼을 하나 이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은 SNS를 ‘거의 항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10대 청소년들의 SNS 중독이 우울증과 불안 증세 심지어 자해 및 자살 시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NYT는 “2019년 한 해 10대 청소년들의 13%가 우울증을 경험했다”며 “이는 2007년 대비 60% 오른 수치다”고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7까지 안정적이었던 미국 내 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2018년까지 60% 가깝게 상승했다.

머시 총감은 전날 NYT와의 인터뷰에서 “미성년자들은 단순히 작은 성인이 아니다”며 “그들은 다른 발달 관계에 있으며 두뇌가 발달하는 중요한 단계에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 발표된 ‘SNS 사용이 청소년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10대들을 대상으로 진행 한 연구 결과, SNS 사용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긍정과 부정 영향 모두 끼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NYT는 연구 결과에 대해 “SNS의 순기능은 많은 또래들과 만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SNS 플랫폼에는 자해와 같은 비정상적인 콘텐츠가 포함돼 (10대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고 평가했다.

◆흡연·에이즈처럼…“SNS 사용도 인식 바뀌나?”

지난 17일 그렉 지안포르테 몬태나주지사는 중국의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내년부터 법안이 시행되면 몬태나주는 미국 50개 주 중 틱톡을 금지한 첫 번째 주가 된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유타주도 미성년 자녀의 SNS 사용을 부모가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돼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직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공화당 우세 지역을 중심으로 SNS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이번 공중보건권고문으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기미다.

NYT는 “미국 최고의 의사인 ‘의무총감’이 미국인들에게 (공중보건과 관련) 조언하는 일은 드물다”며 하지만 “미국인들의 삶에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현재 흡연이 암과 심혈관질환을 유발해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것을 알지만, 1900년대 초 흡연과 암의 연관성이 밝혀지기 전까지 담배 소비량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미국의 1인당 연간 담배 소비량은 1900년 54개비에서 1963년 4000개비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당시 미국의 제35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제36대 린든 B 존슨 전 대통령의 공중위생국장 루터 테리는 1964년 ‘흡연과 건강’ 권고문을 발표했고 미국 사회를 변화시켰다.

후천성면역결핍증 (AIDS·에이즈)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미국 대중들은 에이즈에 대한 위험성을 알지 못했고 콘돔과 같은 피임기구 사용률도 낮았다. 이에 미국의 제40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공중위생국장 에버렛 쿱 박사는 1986년 에이즈의 위험성과 예방 방법을 담은 권고문을 작성했고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음주운전, 비만, 총기 사고 가장 최근에는 외로움과 관련해 공중보건권고문이 작성되기도 했다.

머시 총감은 10대 청소년들이 SNS에 중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권고문에서 자녀의 SNS 사용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자녀와 부모가 대화를 나눌 것을 주문했다. 그는 “가족 간 유대감 형성과 대화 촉진을 위해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시간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가족 모두의 SNS 사용 계획을 세울 것”을 제안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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