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승객 쳐다보며 “니하오”…伊 대학생들 인종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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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28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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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이탈리아 열차 안에서 여성 승객이 아시아계 승객을 보고 재채기하는 척하며 “니하오”라고 말하고 있다. 틱톡
지난 16일 이탈리아 열차 안에서 여성 승객이 아시아계 승객을 보고 재채기하는 척하며 “니하오”라고 말하고 있다. 틱톡
이탈리아 열차 안에서 현지 대학생 3명이 아시아계 승객을 조롱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다.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파키스탄계 미국인 영화감독 마흐누어 유세프는 지난 16일 이탈리아 북부 관광지 코모호수에서 밀라노로 가는 열차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당시 유세프는 중국계 미국인 남자친구와 그의 중국인 어머니, 백인 아버지와 함께 열차에 탔다.

유세프는 대각선 방향에 앉은 여대생 3명이 자신들을 쳐다보고 웃으며 이탈리아어로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처음에 이들의 행동을 무시했으나 점점 수위가 높아졌다고 한다.

결국 유세프는 이들을 촬영해 지난 24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올렸다. 그는 영상 설명에서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며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낮잠을 잤는데, 낮잠을 자고 일어난 후에도 그들의 행동은 계속됐다”고 적었다.

이어 “그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들은 ‘아니, 아무 문제 없다’고 답했다”며 “이후 그들은 ‘니하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를 비웃고 조롱하면서 점점 더 공격적으로 굴었다”고 주장했다.

유세프는 영상 앞부분에 ‘내 아시안 남자친구와 그의 어머니에게 인종차별적 행위를 하는 이탈리아 소녀들’이라는 자막도 달았다. 영상을 보면 여성 3명은 유세프 쪽을 바라보며 계속 웃음을 터뜨린다. 재채기하는 척하며 “니하오”라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한다.

유세프는 “내 인생에서 이렇게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남자친구도 같은 말을 했다”며 분노했다.

이 영상은 1920만 회를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은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이들 3명의 인스타그램 계정과 소속 대학을 찾아내 대학 측에 고발했다. 이후 3개 대학은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와 차별에 반대한다”고 사과 성명을 냈다. 대학들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학생들이 응당한 조치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3명 중 1명은 유세프에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하고 영상을 내려 달라 요청했으나 유세프는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유세프는 “다음에는 중국인에게 ‘니하오’라고 외치거나 갈색 피부의 사람을 원숭이라고 부르거나 외국인을 협박하고 조롱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길 바란다”며 “당신은 개인적인 평판을 망쳤고,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국가 평판을 망쳤다. 우리 여행도 망쳤다”고 비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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