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은 전두환 손자 “할아버지가 5·18학살 주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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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부모 눈물… “용기 고마워”
경찰 마약수사대 “전씨 출국금지”

입고 있던 외투로 묘비 닦아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운데)가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색 외투로 5·18희생자 중 한 명의 묘비를 닦고 있다. 전 씨는 이날 문재학 열사의 묘비를 비롯해 희생자 묘비 10개를 자신의 외투로 전부 닦았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입고 있던 외투로 묘비 닦아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운데)가 자신이 입고 있던 검은색 외투로 5·18희생자 중 한 명의 묘비를 닦고 있다. 전 씨는 이날 문재학 열사의 묘비를 비롯해 희생자 묘비 10개를 자신의 외투로 전부 닦았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가족들을 대신해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

31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27)가 5·18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을 만나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전 씨는 “5·18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대학살”이라며 “누구나 알고 있듯 제 할아버지 전두환 씨는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자 학살의 주범”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5·18 희생자 어머니들은 눈물을 흘리며 “용기를 내줘 고맙다”고 답했다.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사망한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는 “그동안 얼마나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이제부터 차분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의 진실을 밝혀 화해의 길로 나가자”라고 했다. 이후 전 씨는 국립5·18민주묘지로 이동해 문 열사 등 희생자 10명의 묘소에 참배했고, 외투를 벗어 일일이 묘비를 닦았다.

한편 이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전 씨를 출국금지했다고 밝혔다.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전 씨는 지난달 28일 입국과 동시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다음 날 오후 석방됐다. 전 씨는 마약류 간이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경찰은 전 씨의 모발과 소변 등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전두환#전두환 손자#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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