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팜커넥트 “농업 데이터, 선진 농업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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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31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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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AT x IT동아]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IT동아는 우리나라 농업의 발전과 디지털 전환을 이끌 유망한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품, 그리고 독창적인 기술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전국 각지의 농업 스타트업을 만나보세요.

세계 각국의 정부는 선진 농업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데 많은 힘을 쏟는다. 기후 이상, 국제 물류 유통망의 혼란 등 이변에 대비해서 식량을 확보하고 자급률도 높일 목적에서다. 이 가운데 스마트팜은 농작물 재배 시 공간, 기후의 제약을 없앨 기술로 주목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팜을 단순한 기술로 생각한다. 유리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 스마트팜 설비를 설치하고 농법을 적용하면, 저절로 농작물이 잘 자라고 수확량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스마트팜을 온전히, 제대로 운영하려면 ‘농업 데이터’는 필수다.

김무현 팜커넥트 대표. 출처 = 팜커넥트
김무현 팜커넥트 대표. 출처 = 팜커넥트

농업 데이터는 농산업 현장 주변의 기후와 환경, 농작물의 특징과 생육 과정 등 다양한 정보를 면밀히 분석해 만든다. 농작물 재배를 돕는 실시간 맞춤형 데이터로 이해하면 쉽다. 이 농업 데이터를 토대로 기존 농가와 스마트팜을 모두 도우면서 선진 농업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애그테크(AgTech, Agriculture와 Technology의 합성어) 스타트업 ‘팜커넥트’의 역할이다.

김무현 팜커넥트 대표는 우리나라의 대형 IT 기업, 통신 기업에서 데이터 전문가로 일했다. 한 농업회사법인의 기술연구소장을 맡은 그는 농산업 현장의 불편과 농민들의 요구사항, 디지털 농업 기술 사이에 생긴 큰 틈을 발견했다.

팜커넥트의 농업 데이터 기술. 농산업 현장 주변의 데이터를 풍부하게 모아, 인공지능 분석해 예측까지 제공한다. 출처 = 팜커넥트

디지털 농업 기술 가운데 잘 알려진 각종 환경 센서는, 온습도와 일조량 등 농업 현장의 환경이며 조건을 수치화한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기온은 24℃입니다’나, ‘현재 습도는 55%입니다’는 식의 단순 데이터만 만든다. 단순 데이터는 환경과 조건이 저마다 다른 농업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 적용해도 농민들의 수고를 줄이거나 농작물의 수확량을 늘리는 등 효용을 내지 못했다.

김무현 대표는 스마트 농업에 환경 데이터 분석은 필수지만, 이것을 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주목했다. 그리고 농장의 환경과 농작물의 생육 상태 등 데이터를 수집, 분석 알고리듬을 거쳐 작물의 이상 발생과 농장 환경이 조치할 사항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기획했다. 예를 들어, ‘현재 기온은 24℃입니다’가 단순 데이터라면, ‘현재 기온이 24℃으로 급격한 상승이 예측됩니다. 이로 인해 1구간 평균기온이 18.3℃에서 19.5℃로 상승하여 작물 생장이 영양상태에서 생식상태로 변화가 예상됩니다. 라는 식으로 상세히 알려주는 것이 농업 데이터다.

팜커넥트의 솔루션. 농민은 이 솔루션이 알려주는대로 농장 환경을 제어하면 된다. 그러면 수확 시점과 기대 수확량까지 파악한다. 출처 = 팜커넥트
팜커넥트의 솔루션. 농민은 이 솔루션이 알려주는대로 농장 환경을 제어하면 된다. 그러면 수확 시점과 기대 수확량까지 파악한다. 출처 = 팜커넥트

그는 농작물 재배 편의와 수확량을 함께 높일, 농민에게 실질 혜택을 가져다줄 농업 데이터의 연구 개발에 나선다. 농산업 기술 전문가와 하드·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속속 모였다. 팜커넥트 임직원들은 농산업 현장을 방문해 데이터를 조사하는 한편, 직접 농사를 지으며 경험을 쌓았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도 농식품 벤처육성지원사업, 기술사업화 등으로 팜커넥트를 지원했다.

노력한 끝에 팜커넥트는 농가의 환경 데이터 전반을 실시간 분석해 농업 데이터로 변환, 전달하는 농장 환경 분석 솔루션을 만들었다. 농산업 현장 내외부에 장착한 센서로 기후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농작물을 심고 재배하고 수확하기까지의 과정과 주변 환경의 특징까지 적용한다. 그러면 농민이 농작물을 잘 기르도록 돕는 농업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팜커넥트의 농업 데이터 기술을 관계자들에게 소개하는 김무현 대표(가장 오른쪽). 출처 = 팜커넥트

팜커넥트는 여기에 인공지능 알고리듬까지 더했다. 농업 데이터에 농작물 수확량 데이터까지 반영해 분석, 예측하는 원리다. 이 기술은 ‘현재 수확 개시일은 48일 후로, 예상 수확량은 258kg로 각각 예측합니다’라는 식의 예측을 제공한다. 농민은 농업 데이터로 농작물을 손쉽게, 잘 기르고 인공지능 분석 결과를 참고해 수확을 미리 준비한다.

농업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석은 스마트팜뿐만 아니라 낙후된 비닐하우스 농가에게도 큰 도움을 준다. 우리나라의 스마트팜 보급률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기후나 지리의 제약, 넉넉하지 않은 예산 등 여러 이유로 스마트팜을 쓰지 못하는 농가가 많다. 이들에게 팜커넥트의 기술을 제공하면 그 자체로 큰 효과를 낸다. 기후 변화나 농작물 병충해를 대비하고 해결할 지식을 주는 덕분이다.

농업 데이터 기술을 연구 개발 중인 팜커넥트 임직원들. 출처 = 팜커넥트

팜커넥트는 농업 데이터를 도입한 농가의 생산성이 약 30%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이어 이 솔루션을 충남 청양과 당진, 충남 공주와 부여, 광주광역시와 강원 횡성, 전남 담양 등지에 보급했다. 전국 농가 100만 곳을 관리하는 농업기술센터가 파트너가 돼 이 솔루션을 지역 맞춤형으로 개량 보급했다.

충남 청양에 보급한 ‘청양팜’ 앱은, 이 곳의 특산물인 토마토와 딸기, 구기자 등이 잘 자라도록 고안한 분석 시스템이다. 이 성과로 청양군은 농업 기술혁신상을 여러 개 받았다. 대형 온실이 많은 충남 부여의 농가에서 쓰기 알맞은 앱,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은 강원 횡성의 특성을 반영한 앱도 만들어 전파했다.

팜커넥트의 인공지능 수정 벌 활동 시간 분석 데이터. 출처 = 팜커넥트

농업 데이터와 앱으로 농가의 불편을 해결하던 김무현 대표는 특이한 점을 발견한다. 농업 데이터를 잘 반영했음에도 농작물의 수확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가 있었다. 원인은 ‘수정 벌’이었다. 수정 벌이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에 따라 농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변했다.

김무현 대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수정 벌의 움직임을 조사,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기업들은 벌통에 감지 센서를 설치해 벌의 출입 활동을 조사한다. 팜커넥트는 카메라를 설치해 수정 벌이 원활히 활동하는지 인공지능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다리에 어떤 꽃가루를 얼마나 많이 묻혔는지까지 알아낸다.

팜커넥트의 인공지능 수정 벌 활동 분석 솔루션. 출처 = 팜커넥트

수정 벌은 농작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돕는다. 그런데, 온도와 습도 등 주변 환경이 적절하지 않으면 수정 벌은 일을 하지 않거나 게을리 일한다. 수정 벌이 벌통에서 나가지 않았거나 몸, 다리에 꽃가루가 많이 묻지 않았다면 활성도가 낮은 것이다. 만일 수정 벌이 기존과 다른 색깔의 꽃가루를 가져왔다면, 농가 환경이 좋지 않아 다른 곳에서 작업을 하고 온 것이다. 수정 벌은 대개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는데, 이것이 바뀌어도 나쁜 신호다.

그러면 농작물이 수정을 원활히 하지 못한다. 토마토의 경우, 꽃이 피는 10일동안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팜커넥트가 조사한 결과, 수정 벌의 작업 양에 따라 토마토의 작기당 생산량이 15%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

농산업 현장에서 활용 중인 팜커넥트의 농업 데이터 솔루션. 출처 = 팜커넥트

팜커넥트의 기술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수정 벌의 벌통을 교체하거나 주변 환경을 점검하라는 신호를 농부들에게 보낸다. 코트라와 손 잡고 이 기술을 캐나다, 스페인, 아제르바이젠 등 농업 선진국에 전파하기 위해 현지 필드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농민을 돕는 농업 데이터,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까지 개발했지만, 김무현 대표는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을 고도화할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는 것, 이를 분석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 모두 팜커넥트의 도전 과제다.

연구 개발 중인 팜커넥트 임직원. 출처 = 팜커넥트
연구 개발 중인 팜커넥트 임직원. 출처 = 팜커넥트

도전 과제를 해결할 단서는 이미 찾았다. ‘디지털 트윈’이다. 농산업 현장에서 실시간 취득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어떤 현장과 비슷한 가상의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다. 가상의 환경에 데이터를 대입, 실험하면 환경 변화를 예측한다. 디지털 트윈으로 농업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고도화하면, 한결 쉽고 정확하게 수확량을 예측 가능하다.

한때 8월 수박 가격이 예년보다 서너 배 이상 오른 적이 있다. 당시 7월에 한창이던 열대야가 수박의 생육을 방해, 수확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이런 피해를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팜커넥트의 디지털 트윈과 농업 데이터를 활용하면 이를 예측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비 가능하다. 열대야와 같은 변수가 생기면, 인공지능이 바로 농업 데이터를 분석해 대비하도록 일러주는 덕분이다.

팜커넥트는 농업 데이터, 수정 벌 활동 분석 인공지능 등을 해외 시장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출처 = 팜커넥트

팜커넥트는 디지털 트윈을 농업 데이터뿐만 아니라 수정 벌 활동에도 대입한다. 수정 벌의 활동을 분석, 예측하면 대량 사육도 가능하다. 캐나다, 네덜란드 등과 이 기술을 함께 고도화 중이다. 농업 데이터,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로 농산업의 양상을 바꾸고, 저탄소 친환경 데이터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이 팜커넥트의 장기 비전이다.

김무현 대표는 “농업 데이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농업 시장과 농부를 도울 기술이다. 수정 벌 활동 분석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 환경 예측 기술을 고도화, 세계 농업 시장의 발전에 기여하는 애그테크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IT 전문 차주경 기자 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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