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에도 금리 올린 ECB…다음주 연준의 선택은?

  • 뉴스1
  • 입력 2023년 3월 17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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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심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금융 시스템은 은행 위기에 극도의 불안으로 살얼음판이다.

미국 본토에서 상당한 규모의 지역은행 2곳이 뱅크런(대량예금인출)으로 사실상 파산했다.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는 대형은행 크레디트스위스까지 유동성 위기에 휩싸이며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균열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갑자기 찾아온 금융불안으로 하루 혹은 심지어 시간 단위로 상황이 급변해 갈피를 잡기 쉽지 않다.

◇서머스, ECB 금리인상 결정에 ‘A+’

갑작스런 금융불안 속에서 금리결정 첫 테이프를 끊은 유럽중앙은행(ECB)은 금융시장의 기대와 압박을 뒤로 하고 16일(현지시간) 원래 계획대로 정책금리를 0.5%포인트(p) 올렸다.

대부분 ECB 정책결정 위원들은 유로존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 금리 인상을 강행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날 머니마켓에서는 ECB가 금리를 0.5%p 인상할 확률을 20% 이하로 가격에 반영했었다.

ECB의 결정에 평가는 엇갈린다. 현 하버드대 교수인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라가르드에게 ‘A+’를 준다며 연준도 다음주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ECB 총재가 통화 정책과 금융안정성 문제를 구분하며 두 가지를 해결할 서로 다른 도구가 있다고 밝힌 점이 특히 좋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머스는 현재 처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볼 때 은행 문제가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을 정당화할 만큼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금리를 동결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키울 뿐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을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쁘다’라고 겁박해 침체 확률을 높일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오히려 금융 불안이 인플레이션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어 일단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총재를 지냈던 에릭 로젠그렌은 트위터를 통해 “금융위기는 수요 파괴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줄이고 소비자들은 대량 구매를 보류하며 기업들은 지출을 연기한다”며 “수요 파괴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을 때까지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금융불안-금리인상 맞교환 불필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를 인플레이션 해결에 사용하고 다른 수단으로 금융혼란 해결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두가지를 “맞교환(trade-off)”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 혼란과 금리 인상은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할 수 있어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중단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힘든 과업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의 표현 혹은 현실 경제를 반영하지 않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버스코어 ISI의 크리시나 구하 정책 및 중앙은행 전략 본부장은 중앙은행들이 “매우 사소한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선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 안정성 도구로 금융 불안을 해결하는 사이 금리를 사용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금융이 지배적인 상황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극우 동맹당은 ECB 결정에 대해 “현실 경제와 유리됐다”며 “빈곤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인위적으로 침체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노동조합연맹의 에스더 린치 사무총장은 ECB 조치에 대해 “은행이 부실화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며 파산이 늘고 있는 시기에 내놓은 너무 선제적이고 무모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혼란, 실물경제 파급력과 속도 미지수”

다음주 연준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의 핵심은 현재 은행부문의 혼란이 실물 경제에 얼마나 빠르고 깊게 파급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결국 경제를 늦추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꼬박 1년 동안 금리를 40년 만에 가장 가파르고 강력하게 올렸지만 주택 부문을 제외해 급격한 타격을 받은 부문은 사실상 없다.

중앙은행들이 수 십년 만에 최고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정책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중앙은행들이 금융 위기가 닥칠 위험을 낮출 조치와 긴축적 통화정책 사이 균형을 잡아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다고 이코노미스트들은 입을 모았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쉬워스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다음주 연준이 내려야 할 정책결정은 매우 어렵다”며 “전면적 전염 위험은 여전하고 금리 결정까지 며칠 사이에도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 사이 은행 파산 이후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전략가는 “연준의 공격적 긴축으로 인해 누가 고통을 받는지 더 잘 알게 될 것”이라며 “중소 은행들의 대출 성장이 느려지면 전체 성장률은 0.5%p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금리인상이 침체를 촉발하고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느려질 것이라는 전망과 “대체적으로 일치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인상이 완전히 끝난 것을 아니라고 페롤리 전략가는 동의했다. 그는 “지금 금리를 동결하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심각한 의지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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