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앞둔 성능경, 생애 두 번째 갤러리 개인전…실험미술 재조명 활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3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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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경, 수축과 팽창, 1976, Gelatin silver print, 27.2x27.8cm, (12prints), ed.mono_6. 사진:백아트 제공
성능경, 수축과 팽창, 1976, Gelatin silver print, 27.2x27.8cm, (12prints), ed.mono_6. 사진:백아트 제공


‘알맹이는 가라!’

22일 서울 종로구 백아트 갤러리에서 팔순을 앞둔 예술가가 퍼포먼스 도중 외쳤다.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삼각 수영복만 입은 채 훌라후프를 돌리는 그는 꽃무늬 버선과 알록달록한 샤워캡을 쓰고 있다. 부끄러워하는 관객들에게 탁구공을 날리고 등판을 후려치는 퍼포먼스까지 성능경(79)의 트레이드마크다. 그가 물러가라고 외치는 알맹이란 양복과 넥타이 속에 숨어 체면 차리기 급급한 권위주의는 아닐까.

최근 미술계에선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성능경 작가는 1974년 전시 기간 동안 매일 신문을 소리 내 읽고 면도날로 기사를 오려내며 유신시대 언론 탄압을 비판한 퍼포먼스 ‘신문: 1974.6.1. 이후’를 제3회 ‘ST(공간과 시간)’ 전에서 선보인 후 전위 미술 1세대로 각인됐다. 1968년부터 작가 생활을 시작했지만, 갤러리 전시는 1991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그런데 올해에만 네 차례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성능경 작가. 사진:백아트 제공
성능경 작가. 사진:백아트 제공


이날 개막한 백아트 개인전 ‘아무것도 아닌 듯…. 성능 경의 예술행각’에서는 ‘끽연’, ‘수축과 팽창’ 등 1960~80년대 초반 대표 퍼포먼스를 기록한 사진 작품과 최근 마무리한 ‘그날그날 영어’ 연작, 지금도 매일 작업하고 있는 ‘밑 그림’ 연작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날그날 영어’는 수년간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영어 교육 섹션을 스크랩하고, 여기에 작가가 직접 공부한 흔적을 남겨 그림을 그렸다. ‘밑 그림’은 2020년 7월부터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사용한 휴지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이를 앱 프로그램을 이용해 색깔을 입혔다. 전시는 무료이며 4월 30일까지 열린다.

1968년 10월 17일 ‘한강변의 타살’ 퍼포먼스를 정강자, 정찬승과 함께 하고 있는 강국진(가운데).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68년 10월 17일 ‘한강변의 타살’ 퍼포먼스를 정강자, 정찬승과 함께 하고 있는 강국진(가운데).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은 최근 강국진(1939~1992)의 기록을 모은 책 ‘아카이브북 시리즈: 강국진 컬렉션’을 발간했다. 실험미술을 추구한 청년 작가 그룹 ‘논꼴’의 동인이었던 그는 1968년 정찬승, 정강자 작가와 함께 서울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국내 첫 누드 퍼포먼스로 기록된 ‘투명풍선과 누드’를 선보여 화제를 일으켰다. 1970~1990년대에는 판화, 회화 작업을 하며 한성대 서양화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이번 책은 2014년 11월 강국진 유족이 미술관에 기증한 기록 9500여 점을 정리한 것이며, 그의 작업에 관련한 기록과 드로잉, 전시인쇄물 및 학교·교직 활동 기록이 있다. 특히 강국진이 개인 카메라로 기록한 1967년 ‘한국청년작가연립전’ 전시 전경 사진이 다수 포함됐다. 이밖에 컬렉션 목록과 이미지, 평론가와 기증자 인터뷰 등이 수록됐다. 책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연구센터·디지털정보실·도서실을 비롯한 전국 각 도서관과 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미술관 전시로도 실험미술 조명은 이어진다. 국립현대미술관은 5월 ‘한국 실험미술 1960~1970’ 그룹전을 개최하며 이 전시가 9월에는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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