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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부동산 버블 끝, 집값 연착륙 유도해야[동아광장/박상준]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입력 2022-12-10 03:00업데이트 2022-12-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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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투자-투기 대상인 사회선 삶 불안
버블기 자산 증식 경험에 미련 버리고
일본처럼 집값-사회지표 안정 이뤄야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2020년 초 한국에 와서 경기도의 아파트 가격이 도쿄 신주쿠의 아파트 가격보다 조금 높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분당이나 평촌이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그 주변 지역의 시세가 그랬다. 신주쿠는 도쿄 23구 중 집값이 평균 이상으로 높은 곳이다.

그 이전부터 한국에서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고 걱정은 했지만, 급격한 폭락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버블이 커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데 2021년 후반이 되자 경기도와 신주쿠의 주택가 차이가 더 벌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신주쿠의 주택가도 꾸준히 올랐지만 서울과 경기도에 감히 비할 바가 아니었다. 서울과 도쿄에서 주거와 교육 환경이 서로 비슷한 지역의 비슷한 연식과 평수의 아파트를 비교하면 체감상 도쿄의 아파트 두 채를 팔아야 서울에서 한 채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과 도쿄는 경제력과 주거 환경이 상당히 유사한 도시인데, 집값만 이렇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올해 들어 서울의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버블이 결국 꺼지기 시작한 것이다.

버블 동안 급격한 자산의 증식을 경험했거나, 다른 사람의 자산 증식을 보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가 오지 않을까 미련을 갖게 된다. 그러나 집이 주거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나 투기의 대상인 사회에서는 삶이 불안하다. 집값이 급등하면 내 집이 없는 사람들이 불행해진다. 내 집이 있어도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할 기회를 잡기 어려워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다. 집값이 급락하면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불행해진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곳에 내 집을 갖고 있거나 집이 여러 채 있는 사람들 중 부채가 별로 없는 사람들은 이 불행에서 어느 정도 비켜 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천변만화하는 조세정책 때문에 불안하다.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집 때문에 불행하고, 집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집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

버블에 미련을 가진 사람들은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을 기대하고, 오르도록 유도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2016년과 2021년 사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8% 증가하는 동안 수도권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지수는 73%나 증가했다. 버블기 일본보다는 작지만, 2000년대 버블기 미국에서 명목 GDP와 주택가 상승률이 이 정도의 괴리를 보였다. 2016년의 아파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것이 아니라면 2021년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인구가, 특히 주택 수요를 결정짓는 유소년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경기가 활황이어서 소득이 급격히 느는 것도 아니다. 이미 잠재성장률이 2% 남짓인 저성장 국가가 되었다. 주택 공급만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경제성장률의 몇 배로 집값이 급등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지금의 집값 조정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집값 하락의 경착륙은 경제에 해롭기 때문에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연착륙 중인 비행기의 고도를 다시 높여 비행기가 계속 공중에 떠 있게 하면 언젠가는 땅에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년간의 비정상적 부동산 가격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일본에서 주식 시장의 버블이 끝난 것은 1990년 초의 일이었다. 그러나 대도시의 부동산 버블은 1년 반을 더 버티다 꺼졌고 일부 지방에서는 대도시보다 반년 정도 더 버블이 유지되었다. 버블의 단맛을 본 사람들이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블은 결국 산산조각이 났고 도쿄의 집값은 버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그 후에는 유소년 인구와 경기에 따라 소폭 등락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제 집에 투자해서 한몫 잡으려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집 때문에 걱정하는 일본인 제자도 본 적이 없다. 집은 투자나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주거의 대상이 되었다.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사회지표가 상당히 안정돼 있는 데에는 주거의 안정이 기여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버블이 끝났다. 미련을 버리고 주거의 안정을 택하자. 한국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과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부동산 부자들이다. 헛된 미련으로 그들을 위한 정책에 박수를 치지 말고, 나와 내 아이들이 안정되게 살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정책을 요구하자.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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