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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본능처럼 작동하는 ‘편향적 사고’서 벗어나려면

입력 2022-12-03 03:00업데이트 2022-12-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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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의 종말/제시카 노델 지음·김병화 옮김/500쪽·2만2800원·웅진지식하우스
잠깐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당시 신문에 실린 숱한 사진 가운데 한 장에선 젊은 흑인 남성이 겨드랑이에 물건을 끼고 물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또 다른 사진에선 한 백인 커플이 빵 봉지를 쥐고 물속에 서 있었다. 이 닮은꼴 사진들엔 뭐라고 설명이 달렸을까.

“한 청년이 채소 가게를 ‘약탈한 뒤’ 가슴까지 오는 물을 헤치고 걷고 있다.”

“주민 2명이 빵과 소다수를 ‘찾아낸 뒤’ 가슴까지 오는 물을 헤치고 걸어 나온다.”

편향은 무섭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범죄자란 오해까지 받는다. 성별이나 종교, 장애, 계층 등으로 인한 편향 역시 심각하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편향은 혐오와 차별을 불러일으킨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위스콘신대에서 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저자도 그랬다. 언론계에 진출하려 여러 매체에 아이디어를 넣었는데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한데 남성처럼 여겨지게 ‘J. D.’라 이름을 써서 e메일을 보냈더니 하루도 안 돼 답변이 왔다고 한다. 대놓고 차별주의자가 아니어도, “혐오는 나쁜 것”이라고 믿는 사람조차도 이런 편향으로부터 당당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기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해법은 무척 힘겨운 길이지만 분명하다. ‘틀’을 깨야 한다. 개개인이 하나씩 각성한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학교의 수업을 바꾸고, 법률과 제도를 개정하고, 조직과 사회가 재편돼야 한다. 다행히 저자는 이런 편향을 없애려는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는 현장을 보며 희망을 품는다. 다만 이 역시 인간이 하는 일이니, 우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현실을 기꺼이 마주하려는 태도, 자신이 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계속 바라보겠다는 맹세, 모든 인간의 성장에 필요한 불편함을 감당하고 뚫고 나아갈 수 있는 감정적 기량, 그리고 행동할 용기가 그것이다.”

‘편향의 종말’은 묵직한 주제를 다뤘지만 상당히 뭉클한 책이다. 갈수록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다독이는 저자의 의지가 짠하면서도 고맙다. 저자 말마따나 편향은 본능의 산물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걸 깨려는 노력마저 포기해선 안 된다. 그의 작은 발걸음이 더 큰 울림으로 퍼질 수 있길 기원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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