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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서로의 상처 보듬고 화해에 이르는 그날이 되길

입력 2022-11-26 03:00업데이트 2022-11-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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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김금희 지음/312쪽·1만5000원·창비
연작소설집 ‘크리스마스 타일’을 펴낸 소설가 김금희는 ‘작가의 말’에서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유는 무엇이,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이 진짜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일 것”이라며 “각자가 완성한 크리스마스 풍경들이 그 각자의 이유로 가치 있게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창비 제공연작소설집 ‘크리스마스 타일’을 펴낸 소설가 김금희는 ‘작가의 말’에서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유는 무엇이,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이 진짜인가를 생각해보기 위해서일 것”이라며 “각자가 완성한 크리스마스 풍경들이 그 각자의 이유로 가치 있게 사랑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창비 제공
“네가 최근 트위터에서 하는 활동에 대해 알고 있어. 한번 (방송에) 출연해볼 생각 있어?”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온 한겨울. 방송작가 지민은 옛 연인 현우에게 장문의 e메일을 쓴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음식 사진을 보내면 그 식당 이름을 맞히는 것으로 유명해진 현우를 방송에 섭외하기 위해서다. 지민은 “네가 먹는 데 집착이 있기는 했다”고 비꼬면서도 “회사에서 (섭외하라고) 쪼아서 연락해본다”고 구차하게 변명한다.

그렇게 지민은 PD, 후배 작가와 함께 현우를 만나 인터뷰한다. 오랜만에 마주한 옛 연인 사이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쉬는 시간마다 조금씩 얘기를 나누다가 지민과 현우는 과거 크리스마스이브에 함께 부산에 갔던 추억을 회상한다. 연애에 어설펐지만 감정엔 진실했던 시절을 떠올리고 나서야 지민은 진심으로 현우의 행복을 빌 수 있게 된다.

‘크리스마스 타일’은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2018년·창비) ‘복자에게’(2020년·문학동네) 등으로 팬층이 두꺼운 작가가 2009년 등단 뒤 처음 선보인 연작소설집. 작가는 7개 단편에서 성탄절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인심 좋은 산타클로스처럼 꺼내 선물한다. 모든 작품은 앞서 소개한 단편 ‘크리스마스에는’ 속 지민과 같은 방송작가들과 그들의 가족, 지인들로 이어져 나간다.

‘은하의 밤’은 지민의 동료 방송작가 은하가 주인공. 은하는 유방암 항암 치료를 받은 뒤 오랜만에 방송국에 복귀했다. 은하가 열심히 만든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방영되기로 했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취소된다. 은하는 절망했을까. 아니다. 라면을 후후 불어 먹으며 다음 프로그램은 뭘 찍을까 동료와 대화를 나눈다. 어떤 절망이 와도 좌절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거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크리스마스의 기적 아닐까.

‘데이, 이브닝, 나이트’는 사랑 얘기다. 방송작가 소봄의 남동생인 대학생 한가을은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선배 경은의 초대를 받고 크리스마스이브 파티에 간다. 안타깝게도 경은은 한가을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한가을 곁엔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미진이 어느새 다가온다. 짝사랑을 떠나보냈지만 새로운 사랑을 찾는 행운이 찾아오는 설렘이 성탄절 흰눈처럼 온몸을 덮는다.



직장생활에 지친 소봄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스스로를 다독이며 눈을 맞는 ‘첫눈으로’와 첫사랑과 얽힌 크리스마스 추억을 떠올리는 진희의 크리스마스를 그린 ‘하바나 눈사람 클럽’에선 연말 분위기가 물씬하다. 유학생 옥주가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맞는 ‘월계동(月溪洞) 옥주’, 20년을 키운 반려견을 떠나보낸 세미의 크리스마스를 그린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등 다채로운 이야기도 펼쳐진다.

크리스마스에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는 주제는 진짜 현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만 있어도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벽난로 앞에서 언 손을 녹이는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어느 해보다 가슴이 뻥 뚫린 이들에게 소설처럼 올해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일만 일어나길 기도해본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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