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오프사이드 정교하게 판독… 공기역학으로 경기장 온도 조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카타르 월드컵 ‘신기술의 향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도하=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도하=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21일 화려하게 개막한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만큼이나 이번 대회에 도입된 최신 기술도 눈길을 끈다. 축구 경기 중 가장 민감한 판정 중 하나인 ‘오프사이드’ 판독에 인공지능(AI)이 처음으로 도입된다. 11월 낮 최고기온이 30도 전후로 더운 카타르에서 열리는 만큼 쾌적한 경기장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도 대거 적용된다.

○ AI가 오프사이드 잡는다… 25초면 판독 완료

단연 돋보이는 변화는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기 도입이다. 7월 국제축구연맹(FIFA)은 카타르 월드컵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포츠연구소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와 3년간 개발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오프사이드는 공격팀 선수가 상대편 진영에서 상대편보다 앞쪽에서 자기편으로부터 패스를 받으면 선언되는 반칙이다. 패스가 이뤄지는 순간에 패스를 받는 선수와 수비팀 선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해 가장 잡아내기 어렵고 오심이 많은 반칙으로 꼽힌다.

2016년 클럽 월드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 공식 도입되며 오심이 줄었다. 필드에서 뛰던 주심과 부심 외에 VAR 심판이 비디오 조정실에서 카메라를 통해 송출되는 경기 화면을 확인하며 오심의 우려가 있는 상황을 고지하는 방식이다. 다만 심판이 VAR를 요청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정이 지연돼 경기의 흐름이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SAOT는 이 같은 VAR의 단점을 극복했다.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대의 특수 카메라가 선수들의 신체 부위 29곳을 추적한다. 축구공에는 초당 500번 데이터를 기록하는 관성측정센서(IMU)를 달아 패스 순간을 정확히 포착한다. AI는 두 정보를 종합해 오프사이드 여부를 판단해 비디오 조정실에 알린다. 만약 VAR 심판이 오프사이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필드의 주심에게 알린다. 주심의 최종 판정은 경기장 내 대형 전광판과 중계방송으로 송출된다.

SAOT는 선수의 신체 중 어느 부분이 오프사이드 라인을 넘었는지까지 알아챌 정도로 정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인 ESPN은 SAOT가 VAR의 오프사이드 판정 평균 시간을 70초에서 25초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 공기역학으로 온도 조절… 시원한 공기 재활용

6, 7월에 열리던 이전 월드컵과 달리 이번 월드컵은 이례적으로 11월에 열린다. 카타르가 여름 최고기온이 45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무더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11월인데도 카타르의 평균 최고기온은 29.5도에 이른다.

90분간 경기를 펼쳐야 하는 선수들을 위해 카타르는 경기장 자체를 하나의 에어컨처럼 구성했다. 각 경기장에는 1500개의 송풍구가 설치돼 있다. 관중석 의자 아래와 필드를 둘러싼 외벽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나오도록 설계했다. 야외 경기장 전체의 온도를 조절하려면 외부의 따뜻한 공기가 내부로 들어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 경기장에 도입할 냉각 시스템을 설계한 사우드 가니 카타르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경기장이 마치 거품방울 안에 들어 있는 것처럼 기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가니 교수 연구팀은 3차원(3D) 프린팅으로 경기장의 축소 모델을 만든 뒤 형태와 크기에 따라 외부에서 유입된 바람에 의해 공기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했다. 이후 시뮬레이션으로 관중 수에 따라 경기장 내부 온도 변화를 확인했다. 그 결과 냉각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경기장 위에 지붕을 설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기장의 색상도 어두운 색상에서 밝은 색으로 설계를 변경해 경기장 온도를 5도가량 낮췄다.

냉각 시스템으로 경기장으로 공급되는 시원한 공기는 효율을 극대화했다. 송풍구는 필드 내부와 관중석만을 향한다. 가니 교수는 “열린 공간 전체를 냉각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정확한 양의 시원한 공기를 순환하도록 유지시키고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
#카타르 월드컵#신기술의 향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