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디샌티스, 저무는 트럼프… 美공화 차기 대권구도 지각변동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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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간선거 책임론 확산
디샌티스 선호도 1위, 트럼프 제쳐
펜스-폼페이오-영킨 몸값도 올라
트럼프, 오늘 ‘출마 선언’ 강행할듯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을 민주당에 내주면서 당내 차기 대권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 전면에 나선 탓에 예상보다 낮은 성적을 받았다는 ‘트럼프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압승한 론 디샌티스 주지사의 몸값이 크게 뛰어오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공화당의 권력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 중간선거 계기로 트럼프 앞지른 디샌티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저물고, 디샌티스 주지사가 떠오르고 있다는 징후는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중간선거 직후인 9∼11일 야후뉴스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대선주자로 두 사람 중 누구를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디샌티스 주지사를 꼽은 응답이 23%로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는 응답(20%)을 앞섰다. 특히 디샌티스 주지사는 민주당원과 공화당원, 당적이 없는 중도 성향 유권자 모두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 23∼27일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45%, 디샌티스 주지사는 35%였지만 이번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역전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12일 ‘공화당 차기 대권주자 10명’ 전망 보도에서 디샌티스를 1위, 트럼프 전 대통령을 2위로 꼽았다. “디샌티스의 주가는 현재 역대 최고”라며 “그가 다음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2024년 대선 레이스에서 공화당에 남은 최대 변수”라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2016년 대선 이후 가장 큰 손실을 입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반(反)트럼프 진영에 있는 인사들 역시 몸값이 오르고 있다. WP의 ‘공화당 대권주자’ 3위에 오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15일 출간될 회고록에 자신의 보스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원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4위로 지목된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공화당의 ‘아웃사이더’였지만 지난해 선거에서 깜짝 역전승을 거두며 ‘신성’으로 떠올랐다. WP는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영킨 주지사처럼) ‘트럼프주의’와 거리를 두며 독립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는 후보들이 유리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 당내 비판과 만류에도 ‘대선 도전’ 강행할 듯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자성론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온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공화당은 고물가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이제 지는 것이 지겹다”라고 비판했다고 WP는 전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13일 CNN 인터뷰에서 공화당이 2018년 중간선거, 2020년 대선, 이번 중간선거에서 세 번 연속 패배한 원인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목하며 “세 번 스트라이크를 당하면 아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는 역대 가장 강력한 ‘레드 웨이브’를 만들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성향과 대선 음모론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부 측근들조차 대선 도전 발표를 연기하라고 만류하고 있지만, 예정대로 15일 대선 도전 선언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을 지냈던 제이슨 밀러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일 통화에서 ‘내가 화났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며 “발표는 매우 단호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인 테일러 부도위치도 미 CNBC에 “그가 지지한 후보들 중 215명 이상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성과”라고 자평했다. CNBC는 “이런 사례 대부분이 공화당의 텃밭에서 이뤄진 선거”라고 부연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디샌티스#트럼프#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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