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새샘]코레일, 바뀌지 않으면 국민 안전 위협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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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산업2부 차장
이새샘 산업2부 차장
10일 오후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충북 오송역에서 KTX를 기다리고 있는데 기차가 또 지연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노선에서 열차가 갑자기 차량 장애로 멈춰서며 지연 사태가 빚어진 것이었다. 지인은 40분을 기다려서 겨우 기차를 탔다고 했다. 6일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가 난 지 고작 나흘 만의 일이었다.

철도안전정보 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난 철도 교통 사고는 총 55건이다. 지난해 48건을 이미 뛰어넘었다. 철도 탈선 사고만 12건 발생했다. 2018∼2021년 탈선 사고 발생 건수가 연평균 4.5건 수준인 것에 비하면 폭증했다고 할 만하다.

다중이 이용하는 철도에서 나는 사고는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무궁화호 탈선 사고만 해도 그렇다. 6일 오후 9시경, 한창 승객이 많을 시간이었다. 만약 승강장 진입 전 속도를 상당히 늦춘 상태가 아니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낳을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코레일은 사과했다. 안전한 코레일로 거듭나겠다는 말도 반복했다. 하지만 그 뒤에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는 나온 게 없다.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으로 인력 충원 없는 4조 2교대 근무로 인한 현장 인력 부족, 숙련도 저하 등이 수차례 지적됐지만 관련 조치는 없었다.

코레일이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근무체계를 바꾼 과정은 말 그대로 주먹구구였다. 어떤 조직이든 근무체계를 개편하려면 어디에 얼마나 인력이 더 필요한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코레일은 2018년 노조와 근무체계를 개편하기로 합의부터 한 뒤 2019년에야 노사 공동조사로 필요 인력을 파악했다. 약 3만 명이던 당시 코레일 임직원 수의 6% 수준인 1800명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규모의 충원이 단번에 이뤄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충원된다 해도 업무를 배우고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면 근무체계 개편을 미루는 것이 상식적이지만 코레일은 2020년 8월부터 4조 2교대 근무를 강행했다. 5일 직원 사망 사고가 난 오봉역은 평소에도 인력 부족으로 업무 강도가 높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 한국 거대 공기업의 수준이다.

코레일을 혁신해야 한다는 소리는 벌써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시설 유지·보수 조직 분리, 경직된 조직문화 혁신, 현장인력 지휘체계 강화…. 이번에도 또 같은 해법이 거론된다. 얼마 전 공공기관장 물갈이 설이 돌던 시기에 한 코레일 관계자에게서 “만년 적자에 사고 나면 책임져야 하는 코레일 사장은 탐내는 사람이 없어 안 바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뭘 해도 안 된다는 코레일 내의 열패감이 이 정도다.

이런 해묵은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젠 정말로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위기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뀌어야 한다”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이 실현될지, 매일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새샘 산업2부 차장 iamsam@donga.com


#코레일#변화#국민 안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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