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거리두는 美…“우리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2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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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미국 ABC 방송 캡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미국 ABC 방송 캡쳐
미국 백악관은 11일(현지 시간) 한국의 미군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아직 외교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북한의 선제 핵 공격 위협에도 외교적 해법과 미국 핵우산 강화를 통한 북핵 억지라는 기존 정책을 강조하며 전술핵 재배치에 거리를 둔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술핵 배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한국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며 “(비핵화를) 협상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조건 없이 만날 의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오로지 도발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며 핵무기 야심을 이루려고 할 뿐이며 한반도 안보 불안과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게 우리가 한국 일본과 양자·3자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라며 “김 위원장이 탄도미사일 발사 후 일련의 군사훈련을 한 것을 보지 않았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이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 훈련을 직접 지도하면서 핵 선제공격 위협에 나섰지만 북한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 대북 정책 목표라는 것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악관이 한국과 전술핵 재배치 논의 여부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조건 없는 대화’와 한미일 협력을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를 앞세운 것은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중국 및 러시아와 핵감축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 비확산 정책과 배치되는 데다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북한 핵무기 보유와 핵군축 협상 필요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한국 문제는 한국에 물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안보 약속은 철통같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등 모든 범위를 포함하는 확장 억지를 약속했다”며 “또한 방위 태세 강화 및 합동 군사훈련 강화 등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한반도 전문가들도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 석좌는 동아일보에 “(북한의 선제공격 위협에 따라) 전술핵 재배치는 정당화될 수 있다”면서도 “전술핵 재배치는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크로닌 석좌는 “위기 국면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미국은 과거 한국에서 철수한 지상발사형 무기들을 더 이상 보유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전술핵은 이동식 공중 및 해상 기반 플랫폼에 탑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술핵을) 고정된 지하벙커에 배치하는 것은 억지력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북한의 선제공격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경절(개천절) 기념식에서 “북한은 올해 전례없는 숫자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규탄하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 안보 약속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셔먼 부장관은 “미군 2만8000명 이상이 한국에서 북한의 공격을 억지하고 양국 시민을 보호하고 있다”며 “한미일 3각 동맹 또한 활기 넘치며, 몇 주 안에 (일본) 방문을 통해 이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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