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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中서 출간되느냐, 내겐 큰 문제 아냐… 마음속에 있는 걸 진실하게 표현할뿐”

입력 2022-09-29 03:00업데이트 2022-09-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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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한국 찾은 중국 대표 작가 옌롄커
지식인 탄압 비판한 ‘사서’
매혈 운동 고발한 ‘딩씨…’ 등 中사회 은폐된 진실 꾸준히 다뤄
“작가로서 영예 뒤좇지 않고, 문학 그 자체를 위해 노력할 것”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옌롄커는 “10번 넘게 읽었던 루쉰의 장편소설 ‘아Q정전’의 주인공 아큐 같은 인물을 그려낼 수 있다면 인생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제1, 2회 루쉰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루쉰은 중국 근현대 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그를 능가하는 작가가 아직 없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노벨 문학상 수상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지금까지 쓴 작품들보다 더 좋은 소설을 쓰는 것이죠. (목표는) 세계의 독자들이 지금까지 읽어본 적이 없는 작품을 쓰는 것입니다. 아마 젊은 세대들은 (중년 작가의) 압박감과 긴장감을 상상하시기 어려울 거예요, 하하.”

옌롄커(閻連科·64)는 옌롄커였다. ‘중국의 반골’로 불리는 그는 다음 달 6일(현지 시간) 발표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3번이나 질문을 하니 답변을 하긴 하겠다. 별 생각 안 하고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위화(62), 모옌(67)과 함께 ‘중국 3대 현대소설가’로 거론되고, 해마다 노벨 문학상 주요 후보로 거론되지만 그는 “상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가 한국을 찾은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했다. 서울 은평구가 주최하는 이 문학상은 실향민 출신으로 불광동에서 50년 넘게 살며 분쟁과 평화에 대한 소설을 썼던 이호철 작가(1932∼2016)를 기리고자 2017년 제정됐다. 주최 측은 “정부의 지식인 탄압을 비판하고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담은 장편소설 ‘사서’(2011년)를 비롯해 옌롄커의 작품들은 이호철의 문학세계에 잘 부합한다”고 평했다.

옌롄커는 중국 문화혁명 시기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사랑을 다룬 장편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2005년), 정부의 매혈 운동으로 마을에 에이즈가 퍼진다는 내용으로 판매금지 조치를 받은 장편소설 ‘딩씨 마을의 꿈’(2006년) 등 중국 사회의 은폐된 진실을 담은 작품을 꾸준히 써 왔다.

―많은 상을 받았는데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을 가장 뜻깊어했다고 들었다.

“정말 의미가 크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동안 움직일 수 없었는데 신선한 공기를 맡아서 좋다.(웃음) 또 심사위원들이 내게 매우 중요한 책인 ‘사서’를 좋게 평가해줘서 기쁘다. 작가로서 영예를 뒤좇지 않고, 문학 그 자체를 위한 순수한 글쓰기를 하려 한다. 부조리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인류의 보편적 사랑이며 이상적인 문학을 지키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 것이다.”

―‘사서’ 등 대표작들이 중국에서 출간되지 못했다.

“출판되느냐, 독자가 읽을 수 있느냐는 큰 문제가 아니다. 작가에게 중요한 건 마음속에 있는 걸 표현할 수 있느냐이다. 중국에서도 일부 작품은 출간됐다. 독립 출판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홍콩이나 대만에서 중국어로 출간되기도 했다.”

―중국 내 정치적 상황이 심각하다.

“도저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나는 정치보단 생활에 대한 관심이 더 많다. 누가 국가주석이 되는지, 정치가 어떤지보다 인민의 생활이 더 중요하다. 3년 동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들의 생활이 심각하게 어려워졌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지만 중국의 농촌 생활은 한국인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세계적인 정치적 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분단에 대해서는 이해가 깊지 않다. 다만 언젠가 꼭 통일이 되길 바란다. 대만과 우크라이나 상황도 평화롭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지금 (세계의) 정치가들이 지혜롭지 못해 평화롭지 못한데 우리가 모두 평화로운 세계에 살아가길 바란다. 작가가 현실에 대해 써도 국가나 사회가 바뀌진 않는다. 다만 나는 내 마음에 있는 것을 진실하게 표현할 뿐이다. 내가 겪는 것을 진실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어떻게 지냈나.

“중국 고대문학에 대해 새롭게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프랑스와 영국의 희곡들을 탐독했다. 희곡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른 소설을 쓰려고 하고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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