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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밑 빠진 독’ 대우조선 매각… 혈세 낭비 ‘흑역사’ 책임은 밝혀야

입력 2022-09-27 00:00업데이트 2022-09-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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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유치 절차 개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어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그룹을 선정했다. 한화그룹은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규 자금 2조 원을 투입하고 신주를 받는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2001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지 21년 만에 민영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은 수차례 민영화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2008년 한화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금융위기로 무산됐고 2009년, 2012년, 2014년에도 매각이 추진됐지만 무위에 그쳤다.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지만 올 초 유럽연합 경쟁당국이 시장 과점 우려를 들어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번 매각대금 2조 원은 2008년 한화가 제시한 6조3000억 원의 3분의 1 수준이고, 2019년 현대중공업이 투입하려 했던 2조5000억 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대우조선해양에 공적자금과 자본 확충 형태로 들어간 10조 원이 넘는 혈세를 회수하기에 2조 원은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어제 강석훈 산은 회장은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 “기업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밑 빠진 독’이 되는 걸 막으려면 민영화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매각대금이 급격히 쪼그라든 이유가 기업가치 하락이라면 대주주인 산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장기 표류한 것은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9년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입한 지 9년이 지나서야 매물로 내놓았고 매각 실패 이후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정부, 채권단, 노조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부실을 키우고 산업구조를 재편할 적기를 놓쳤다.

현재 한국 조선업은 과당경쟁, 인력 부족,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빠져 있다. 뒤늦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으로 혈세를 온전히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 있다. 조선업 체질 개선을 위한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혈세 낭비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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