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임차인 모집해 대출금 ‘꿀꺽’…전세사기범 348명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6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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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2.9.26. 뉴스1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이 2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2.9.26. 뉴스1
가짜 전세계약서를 만들어 금융회사에서 전세자금 약 15억 원을 대출받은 후 빼돌린 일당을 포함해 전세 사기범 300여 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7월 25일부터 두 달 동안 전세 사기를 집중 단속한 결과 348명(163건)을 사기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34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입건된 사례 중에는 가짜 계약서로 받은 전세대출금을 빼돌린 이들이 185명으로 가장 많았다.
울산 동부경찰서에 붙잡힌 일당은 올 3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목돈 만들어 드린다”는 내용의 광고를 올린 후 부동산 소유자를 가짜 임대인으로 모집했다. 동시에 급전이 필요한 무주택 청년 등을 가짜 임차인으로 끌어들인 후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서 허위 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을 썼다.

올 3월 16일 계약 건의 경우 정상 계약처럼 꾸몄지만 실제 주택에는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허위 계약서를 근거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인터넷은행에 청년전세자금대출을 신청했다. 은행은 신청 당일 가짜 임대인 명의 계좌로 약 1억 원을 송금했다. 경찰 조사결과 일당 28명은 이 같은 수법으로 총 15억여 원을 대출받아 나눠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임대인과 임차인도 수수료 명목 등으로 대출금을 일부 분배받았다.

부산에서도 지적장애인 등의 명의로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은행 19곳에서 약 50억 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일당 48명이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울산과 부산에서 모두 현장 실사 등 은행의 실질적인 대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심사 단계에서 (허위 계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에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세가가 매매가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깡통전세’를 악용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51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자기 자본 없이 ‘깡통 전세’ 주택 52채를 매수한 뒤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거나, 선순위 근저당권을 말소해주겠다고 속이고 보증금을 받은 뒤 말소해주지 않는 등의 수법으로 55명으로부터 약 103억 원을 가로챈 60대 C 씨를 체포했다. C 씨는 전세계약을 해 놓고 월세 계약을 한 것처럼 위조해 담보대출을 받은 뒤 약 10억 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밖에도 전국에서 전세 사기 관련 1410명(518건)을 입건 전 조사 또는 수사 중”이라며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의심 사례 1만3961건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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