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관리에 팔 걷어붙인 중앙정부 vs 손 놓고 있는 지자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1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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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중앙 정부가 빈집 활용도 높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실무를 담당할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상 이에 대한 관리방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법령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빈집 관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대국민 공모전 등을 실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빈집 관련 조직이나 전담 공무원도 두지 않았고, 일부 지자체는 빈집 관련 정책 실행을 위한 행정적인 절차나 제도 근거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지역 차원의 빈집 관리 정책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 빈집 관리에 팔 걷어붙인 중앙 정부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31일(오를) 빈집 활용방안에 대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행사는 그동안 방치돼 있던 빈집을 새로운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나 설계, 실제 운영사례 등을 모집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이디어형은 빈집을 리모델링 또는 철거한 뒤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설계형은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등과 연계한 활용모델을 제안하면 된다. 활용사례형은 빈집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중인 실제 사례와 관련한 설계도나 영상 등을 제출하면 된다.

작품 접수는 9월 한 달 동안 진행되며, 접수창구는 한국부동산원이다. 1차 서류평가와 2차 공모평가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우수 작품으로 선정되면 50만 원부터 최대 500만 원의 상금과 상장을 받는다.

지난해 공모전에서는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제출한 ‘지역맞춤형 아동 돌봄센터’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경기 동두천시 생연동에 위치한 단독주택 3채를 헐고 그 자리에 3층 높이, 연면적 700㎡의 아동돌봄센터를 짓는 사업이었다.

국토부는 이에 앞서 올해 6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와 공동으로 ‘빈집 관리체계 개편을 위한 제도 개선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발표했다. 핵심은 도시지역(‘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과 농어촌지역(‘농어촌정비법’)으로 따로 운영되는 빈집 관련 법령을 통합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또 지난해 10월에는 도시지역에서 유해한 형태로 방치되고 있는 빈집의 소유자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행정명령을 받았는데도 따르지 않으면 집값의 최대 4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처벌 규정도 마련했다.

정부가 이처럼 빈집 관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2010년 79만여 채에서 2020년 151만여 채로 10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게다가 아파트를 제외한 전국의 주택 10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을 정도로 빈집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빈집은 주택 및 공간자원의 낭비인데다 주변 지가 하락과 인근 주민의 안전 및 건강, 위생 등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 빈집 관리에 손 놓고 있는 지자체

하지만 정작 빈집 관리 업무를 실무적으로 맡아야 할 지자체는 역량이 부족할뿐더러 관련 제도나 근거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의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이 30일(어제) 발표한 보고서 ‘지방정부의 빈집 관리 정책역량 분석과 시사점’에는 이런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보고서는 기초 지자체 228개를 대상으로 관련 법에서 요구하는 업무 수행 여부와 담당자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의 24%인 54개 지역에서 빈집 관련 조례를 보유하지 않았다. 응답하지 않은 지역 28곳을 제외하면 27%에 해당한다. 여기에 광역시나 특별시 내 자치구의 경우 자치구 별도의 조례를 두지 않고 시 조례를 근거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이런 지역을 포함하면 전체의 30%(68곳)가 조례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였다.

정부가 지난해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빈집실태조사를 의무화했지만, 19개 지역은 관련 조사를 하지 않았고 올해 안에 조사를 진행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빈집에 대한 정비계획 수립 여부와 관련해서도 44개 지역이 수립하지 않았고, 연내 수립계획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빈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빈집 관련 전담조직을 둔 지자체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이 건축, 주택, 도시재생, 농업·농촌, 재개발, 민원허가 등을 다루는 부서에서 추가업무로 다루고 있었다. 경기 평택시와 세종시에서는 동일 지역인데도 농촌과 도시의 빈집을 별도의 과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관련 예산 규모도 턱없이 부족했다. 2022년 기준으로 지자체가 빈집에 투입하는 평균 예산은 2억8000만 원에 그쳤다. 이는 노후도와 방치 수준이 심각해 즉시 철거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빈집을 철거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성희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지자체의 빈집 관리 정책 역량은 전반적으로 한계가 있고,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지역 차원의 노력 이외에 중앙정부와 지차체의 역할 분담을 재설정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의 빈집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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