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cm 하이힐 신고 춤춰본 뒤 직접 안무 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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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연출 제리 미첼
“美 첫 공연 때 마법 일어난 작품, 이번 한국 주인공 3인 3색 매력
자신 긍정하는 드래그퀸 롤라 등에 전 세계 많은 관객 이해하며 공감”

4년 만에 방한한 ‘킹키부츠’ 오리지널 안무 및 연출가 제리 미첼은 “관객들은 ‘킹키부츠’를 보러 극장에 들어올 때보다 공연을 
보고 나갈 때 더 많은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4년 만에 방한한 ‘킹키부츠’ 오리지널 안무 및 연출가 제리 미첼은 “관객들은 ‘킹키부츠’를 보러 극장에 들어올 때보다 공연을 보고 나갈 때 더 많은 희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 명은 너무나 매혹적이고 한 명은 굉장히 강하죠. 나머지 한 명은 아주 재밌어요. 누가 누구인지 궁금하시죠?”

뮤지컬 ‘킹키부츠’의 오리지널 안무 및 연출가인 제리 미첼(62)은 다음 달 20일 개막하는 이번 시즌 주인공 롤라 역을 맡은 배우 강홍석 최재림 서경수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미첼은 미국 브로드웨이 스타 연출가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10일 만난 그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서로 다른 롤라를 만들고 싶다”며 “세 배우 모두 아름답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장점도 잘 보일 수 있게 끌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유쾌한 드래그퀸(여장 남자) 롤라의 특별한 도전을 그렸다. 201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제67회 토니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쓴 작품으로, 미첼 역시 연출상과 안무상을 받았다. 뮤지컬 ‘라카지’ ‘록키호러쇼’ ‘헤어스프레이’의 안무가로 이름을 알린 그는 40여 년간 ‘리걸리 블론드’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브로드웨이의 히트 뮤지컬을 다수 연출했다.

“한 작품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기까진 적어도 3년이 필요해요. 그렇다 보니 모든 작품과 사랑에 빠지고 마법이 일어나길 바라게 되죠. ‘킹키부츠’는 첫 공연 때 이미 마법이 일어난 작품이에요. 저는 그때의 마법을 새로운 사람들과 재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6인치(약 15cm) 높이의 하이힐을 신은 배우들이 선보이는 강렬한 춤은 모두 그가 직접 안무한 것. ‘힐 댄스’를 만들기 위해 그는 하이힐 두 켤레를 직접 구입해 신어봤다고 했다.

“6인치는 춤추는 건 고사하고 걷기도 힘든 높이예요. 처음엔 균형을 잡기도 굉장히 어려웠죠. 주로 균형이 앞발에 가 있고 발가락을 오므리고 발등을 구부리는 동작인 ‘포인’도 할 수 없었어요. 춤 동작 자체가 아예 달라야 되겠더라고요. 1막 후반의 ‘트레드밀 댄싱’은 밴드 ‘오케이 고’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유쾌한 드래그퀸 롤라 역을 맡은 배우 강홍석(가운데)이 동료 드래그퀸 ‘엔젤’들과 함께 춤추고 있다. CJ ENM 제공
뮤지컬 ‘킹키부츠’에서 유쾌한 드래그퀸 롤라 역을 맡은 배우 강홍석(가운데)이 동료 드래그퀸 ‘엔젤’들과 함께 춤추고 있다. CJ ENM 제공
‘킹키부츠’는 춤만큼이나 음악도 흥겹다. 1980년대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을 맡아 빠른 템포의 디스코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이 작품으로 그는 2013년 여성 최초로 토니상 작곡상을 받았다.

“신(신디 로퍼의 애칭)은 듣기만 해도 춤추고 싶어지는 음악을 만들어 줍니다.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1막 마지막 곡인 ‘Everybody Say Yeah’예요. ‘yeah!’ 하는 분위기로 1막이 끝나면 중간 휴식 시간이잖아요. 흥분한 관객들이 빨리 2막으로 돌아오고 싶어지게 만드는 걸 좋아해요.”

9년 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한국에서만 다섯 번째 공연되는 ‘킹키부츠’는 지난 시즌(2020년)까지 국내 누적 관객 수 35만 명을 넘긴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수세대에 걸쳐 많은 이들이 부모의 길을 따라 살았어요. 하지만 찰리는 ‘난 그러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죠. 롤라 역시 ‘꼭 그 길로 갈 필요 없어. 스스로를 받아들이기만 해도 돼’라고 지지하죠.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는 찰리나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는 롤라에게 세계 많은 관객이 공감한 거라 생각해요. 작품에 나오는 여러 인생을 보며 관객들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킹키부츠’가 가진 또 다른 힘이 아닐까요.”

10월 2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7만∼1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뮤지컬#킹키부츠#드래그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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