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종교음악-경인철도 창가-엔카 아리랑… 개화기 인천에 울려퍼진 서양음악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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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콘서트챔버, 18일 ‘양악열전’
이승묵 대표 “음악따라 시대 여행”

개화기와 개항기에 들어온 서양음악을 주제로 한국의 근대를 조명해온 인천 콘서트 챔버의 이승묵 대표(가운데)와 단원들. 인천 콘서트 챔버 제공
개화기와 개항기에 들어온 서양음악을 주제로 한국의 근대를 조명해온 인천 콘서트 챔버의 이승묵 대표(가운데)와 단원들. 인천 콘서트 챔버 제공
‘인천 콘서트 챔버.’ 연미복을 빼입고 바흐나 모차르트, 베토벤의 실내악을 연주하면 어울릴 듯한 이름이다. 2015년 설립된 이 실내악단이 18일 인천 미추홀구 학산소극장에서 ‘인천근대양악열전’ 공연을 연다.

공연 제목 못잖게 내용도 흔히 들어온 실내악 콘서트와 사뭇 다르다. ‘개신교, 성공회, 천주교의 옛 종교음악’, ‘경인철도를 노래하는 철도창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옛 애국가’, ‘인천 출신 음악가들의 옛 유행가와 가곡’, ‘일본 엔카의 대부가 편곡한 아리랑’…. 현악과 성악 연주에 만돌린, 풍금, 아코디언 등 일반 클래식 공연에선 보기 힘든 악기들이 가세한다.

“인천은 한국의 서양음악사에서 중요하지만 잘 언급되지 않는 지역이죠. 근대 인천의 음악을 발굴하고 소개하며 당시 사회를 음악을 통해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이 공연을 기획한 이승묵 대표는 오케스트라에서 팀파니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2015년 인천콘서트챔버를 창단했다. 인천을 통해 서양문물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학교 때 줄곧 들었던 터라 개화기·개항기 때 들어온 음악을 무대에 올리려고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외로 자료가 많지 않았다.

“당시 벌어진 일과 역사를 통해 ‘이런 음악들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다 보면 실제 상상과 맞는 음악이 나오기도 했죠.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라고 여기지 않고 또 다른 상상을 펼쳐 나가면 예상외의 수확이 얻어지기도 했습니다. 1896년 창간된 독립신문 기사들이나 조계지(개항장에 외국인이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지역)에서 외국인이 회의한 회의록 등이 참고가 됐습니다.”

창단된 지 7년에 불과하지만 인천콘서트챔버는 ‘인천, 러시아를 품다’, ‘원더풀 동인천’, 기생 출신 근대 민요가수를 조명하는 ‘이화자전(傳)’, ‘모던상하이 모던인천’, ‘한국근대동요열전’ 등 다양한 주제의 콘서트로 인천과 외국 음악문화의 유입을 조명해왔다. 이번 콘서트 제목과 같은 ‘인천근대양악열전’과 ‘이화자 다시 부르기’ 등 두 종의 앨범도 발매했다.

이 대표는 자료에 대해 자문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민경찬 교수(음악학)를 찾아다니다 한예종에서 음악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석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옛 시대상과 문화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음악을 통해서도 우리가 거쳐 온 길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길이 잊히지 않도록 힘닿는 한 연구와 연주를 계속하겠습니다.”

전석 무료.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인천콘서트챔버#양악열전#개화기 인천#서양음악#시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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