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방위비 5년 내 2배로… 노골적 군사대국화 경계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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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방위비를 향후 5년 내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는 내용이 명시된 ‘경제재정운영 및 개혁 기본방침’을 어제 국무회의에서 채택했다.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일본의 방위비는 지금보다 5조 엔(약 50조 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방위비 총액이 100조 원대를 넘어서면서 세계 9위였던 순위가 미국, 중국에 이어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본의 방위비를 GDP의 1% 수준으로 유지해온 기존의 원칙을 깨는 파격적 증액 시도다. 예산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군사력 증강을 목표로 한 안보정책 전환의 큰 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일본 정부는 올해 개정키로 한 국가안보전략에 ‘적(敵) 기지 공격 능력’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군대 보유와 무력행사의 길을 열기 위한 평화헌법의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이미 최신 전투기로 무장하고 탄약 비축량을 늘리며 공격형으로 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격화하는 미중 간 충돌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군사력 강화의 이유로 들고 있다. 전쟁의 포성이 불붙인 글로벌 군사력 증강 흐름에 올라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겠다는 계산이다.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국방비를 늘리는 추세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독일만 해도 나토(NATO)로부터 ‘채무 불이행’ 국가라는 비판과 함께 증액 요구에 시달렸던 사례로,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 타국의 움직임이 전범 국가인 일본의 군사대국화 시도를 정당화해줄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동북아 군비 경쟁을 촉발하는 등 역내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침략국이었던 일본을 향한 주변국들의 불안과 경계심도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과거 전쟁범죄에 대한 참회 없이 군사력 증강에만 골몰하고 있다.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지만 그것만으로 민감한 군사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이웃 국가들의 우려와 비판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과거사의 반성, 해결이 선행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방위비#5년 내 2배#노골적 군사대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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