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8세기경 수도사들이 고기를 먹는 게 금기시되자 소, 염소의 젖을 이용해 처음 만든 후, 제조기술이 전파되며 확산된 치즈는 프랑스인들에게 오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치즈는 장인들의 손을 거치는 사이 깊은 풍미를 더하는데, 발효되며 맛의 깊이를 더해가는 모양새는 우리네 묵은지와 닮았다.
법관이자 미식가로 유명했던 브리야사바랭은 “치즈가 없는 후식은 눈 한쪽이 없는 미녀와 같다”고 말했는데 그만큼 강렬한 치즈 사랑을 상징하는 말이다. 실제로 고급 레스토랑을 뜻하는 가스트로노미에 가면 언제나 커다란 손수레를 가득 채운 치즈 가운데 자기 취향에 따라 3, 4종을 고르는 것으로 만찬이 마무리될 정도다. 치즈 중에는 브리야사바랭의 이름을 딴 치즈도 있는데, 이 치즈는 1890년 처음 제조된 후 1930년대부터 상업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으며 크림 향이 나는 순한 풍미가 퍽 인상적이다.
식사의 마지막 코스에 등장하는 치즈 외에 퐁뒤와 더불어 겨울철이면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요리인 라클레트 치즈는 한 끼 식사 대용으로 훌륭하다. 프랑스어로 ‘긁다’라는 뜻을 가진 이 치즈는 불에 쬐어 녹인 단면을 칼로 긁어 찐 감자 등에 얹어 먹는다. 겨울철 다양한 먹거리가 없는 프랑스와 스위스 산간 지역에서 오랫동안 저장이 가능한 감자와 치즈, 말린 소시지, 작은 오이피클 등과 함께 와인을 곁들여 먹던 습관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다.
치즈는 제대로 프렌치를 즐기기 위해서 도전해야 할 과정 중 하나다. 느끼하다는 선입견을 갖지 말고 하나씩 접해보는 게 미식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정기범 작가·프랑스 파리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