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대학 유튜브 홍보까지 간섭하는 교육당국

최예나 기자 입력 2021-10-29 03:00수정 2021-10-29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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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정책사회부
“죄송한데, 우리 대학 입학사정관이 출연했던 홍보 영상 좀 빨리 내려주세요.”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앞두고 각 대학이 홍보에 한창이던 8월 말, A대학 관계자는 한 입시정보업체에 연락해 다급하게 부탁했다. 다른 대학들도 앞다퉈 같은 부탁을 했다. 모두 원서 접수를 대행하는 입시정보업체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학교를 알리고 입학전형을 소개했던 대학들이다.

배경을 취재해 보니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교육부와 협의해 각 대학에 ‘유튜브 채널과 설명회 등 사교육 기관의 홍보 활동에 참여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 발신 주체는 대교협이지만, 대학들이 긴장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공문에 “교육부의 ‘고교 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취지에 반하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문제 삼은 홍보 활동은 입시정보업체가 대학의 입학 담당자를 직접 만나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입시 관련 내용을 주고받는 10∼15분짜리 영상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은 학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 행사는 거의 불가능하다. 대교협이 주관하는 입시박람회도 2년 연속 취소됐다. 홍보 창구가 거의 닫힌 상황에서 대학들은 비용도 들지 않고 학생 이용도 많은 유튜브 채널을 선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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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육당국은 ‘사교육 기관을 통해 대학의 입시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기관의 채널을 이용하지 말고 대학이 직접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홍보하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대학이 국고 지원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교육당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저출산 여파로 지난해 대학 진학 예상자 수는 정원보다 7만 명 이상 적었다. 실제 올해 초 곳곳에서 미충원 사태가 벌어졌고, 지방 국립대마저 학생 유치를 위해 고교를 돌며 읍소했다. 올해는 미충원 규모가 1만 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 관계자는 “어떤 방식을 동원해서든지 대학 이름이라도 학생들의 기억에 남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의 홍보가 불법이나 편법이 아닌데도 교육당국이 통제하려는 건 옳지 않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기자의 눈#대학 유튜브 홍보#교육부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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