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살리고 환경 지키는 ‘우리쌀이 옳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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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동아일보 공동기획
부단한 연구로 국산 쌀 품질 향상… 맛-재배비율 등서 외래품종 추월
저탄소 재배 쌀 시범단지 9곳 선정… 기후변화 적응형 신품종 개발 속도
재배 과정서 온실가스 발생 줄여… 정부-생산자-소비자 ‘친환경 실천’

수확의 계절이다. 벼들이 노란 옷을 입기 시작하면 자연의 섭리를 느끼며 한 해 고생한 농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 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법정기념일이다. 11월 11일로 제정한 배경은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흙 ‘土’자가 겹친 ‘土月土日’을 상정했고, 이를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된다. 이 시기는 농민들이 한 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다. 그렇다면 8도의 농민들은 각각 어떤 쌀을 생산할까. 또 우리 밥상에 오르는 쌀은 어느 지역에서 온 것일까.

연구와 노력의 결실 지역 대표 쌀

국산 쌀의 품질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는 2012년부터 종자독립을 추진해 왔다. 지자체와 민·관이 힘을 합친 결과 우리나라에서 개발해 낸 벼 품종이 맛과 재배비율 측면에서 외래품종 장벽을 넘어섰다.

국산 품종 벼는 병충해에 강하고 잘 쓰러지지 않아 재배하기 쉬우며 수확량도 좋다. 매년 실시하는 식미평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오랜 시간 연구를 통해 탄생한 전국 각지 지역대표 쌀은 품질을 검증받은 것은 물론이고 쌀에 대한 소비자의 관점을 바꿔 놓았다.

경기 ‘참드림’은 찰기가 있고 부드러운 밥맛이 특징으로 돌솥비빔밥에 잘 어울린다. 강원의 ‘오대’는 철원 등 추운 산간지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도록 육성된 품종으로 식었을 때도 쉽게 딱딱해지지 않아 도시락용으로 좋다. 충청지역의 대표 품종 ‘삼광’은 단백질 함량이 낮아 부드럽고 찰진 식감이 특징이다. 전남 ‘새청무’는 키가 작고 비바람에 강해 병해충 저항성이 뛰어나다. 밥알을 씹을 때 혀끝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인상적이다. 전북 ‘신동진’은 전국에서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품종으로, 타 품종에 비해 쌀알이 념크다. 적당한 식감으로 국물 요리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에 두루 잘 어울린다.

경북 ‘일품’은 ‘신동진’과 반대로 둥글고 짧은 쌀알에 단맛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아밀로스 함량이 적어 찰진 맛이 뛰어나 고두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경남에서는 2019년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을 수상한 ‘영호진미’가 유명하다. 단맛과 함께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며, 밥을 했을 때 윤기가 많이 돈다. 식어도 부드러워 돌솥밥용으로 적합하다.

그렇다면 좋은 쌀은 어떤 쌀일까. 주관적 입맛과 취향이 다양해서 그 기준 역시 천차만별이겠지만 ‘맛’에 기준을 둔다면 4가지만 기억하자. 첫 번째로 단일 품종인지 확인한다. 단일미는 80% 이상 순수 단일 품종을 말하고 혼합미는 2품종 이상을 혼합, 품종 등록 전 품종을 모르는 경우다. 두 번째는 도정일자가 최근인 것이 산화가 덜 돼 맛있다. 다음은 단백질 함량이다. 단백질 함량이 낮을수록 부드러운 질감을 지닌다. 단백질 함량이 6.0% 미만이면 ‘수’이고 7.1% 이상이면 ‘미’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쌀 알갱이에 상처가 없고 깨진 쌀의 비율이 낮아야 한다. 손상이 없는 완전미 함유율로 등급이 나뉘는데 등급 규격은 특·상·보통·등외(등급 기준 미달)로 나뉜다.

정부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제품 정보를 알리고 생산자를 표기해 제품에 대한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2004년부터 ‘양곡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좋은 쌀 고르는 방법의 기본은 쌀 포장지에서 품질표시사항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젠 그린뉴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우리 쌀

우리 쌀이 우수한 것은 맛뿐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미래 식량안보까지 내다보고 있다. 1912년부터 약 100년간 전 세계 평균기온이 약 0.7도 상승한 데 반해 한반도는 약 1.5도 올라 두 배 이상의 증가폭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온난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져 10년에 약 0.3도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벼농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촌진흥청(농진청)은 현재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쌀 생산성이 2040년대 13.6%, 2060년대 22.2%, 2090년대에는 40.1%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올해부터 저탄소 재배 쌀 시범사업을 통해 ‘정부-생산자-소비자’ 모두 지속가능한 환경에 일조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농가들은 저탄소 쌀 생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소비자는 이를 구매함으로써 ‘친환경 실천’에 동참할 수 있다. 저탄소 재배 쌀은 기존 영농작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저탄소 농업기술로 감축해 생산하는 차세대 친환경 쌀이다.

논바닥에 물이 상시 차있는 관행농업과 달리 관수와 배수를 적절히 지속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로 인해 온실가스의 발생은 최대 63%가 줄어들고 농업용수는 최대 28.8% 절약하며 쌀 품질과 수확량도 증가한다. 재배과정이 까다롭고 비교적 손이 많이 가지만 미래와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인식으로 농가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올해 농식품부·농진청은 저탄소 재배 쌀 시범단지(9곳)을 선정하고 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재배 쌀과 같이 농식품부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쌀 생산성 감소에 대응해 고온적응 벼 품종 개발과 이앙시기, 시비 방법 등 재배법 개발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고온성, 내병해충 저항성, 내도복성의 특성을 가진 기후변화 적응형 신품종을 30개가 넘게 개발했다. 새일미, 영호진미, 미품, 친농과 같은 품종들이 대표적인 기후 적응형 신품종에 해당된다.

농식품부와 농정원은 2021년도 벼 수확과 농업인의 날(11월 11일)을 기념해 지역 대표 쌀과 저탄소 재배 쌀 품목으로 구성된 ‘쌀이 옳(All)다’ 온라인 햅쌀 판매전을 진행한다. 특히 저탄소 재배 쌀은 친환경적인 농업기술로 올해 첫선을 보이는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롯데ON과 11번가를 통해 진행하는 이번 특별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국산 품종 쌀에 대한 관심과 농업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변화된 소비자들의 입맛에 부응하고 품질 좋은 우리 쌀을 유통하기 위해 농가와 정부 및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도 우리 쌀을 많이 소비해 소비주권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며 “저탄소 재배 쌀 시범사업으로 탄소중립 실천과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농업인의 날을 맞아 온 국민이 농업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고 우리 쌀의 발전을 함께 기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지원 기자 jwpark@donga.com
#스마트컨슈머#소비#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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